제라드에게 전하는 발로텔리 육아 가이드

2014.09.01
경기장 안팎에서 벌인 수많은 기행으로 감독이 자신의 멱살을 잡게끔 하고 새 계약서를 쓸 때 사고 방지책을 넣게 한 선수, 마리오 발로텔리. 지난달 26일(한국 시간 기준), 발로텔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의 AC 밀란에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 리버풀로 이적한다는 소식은 리버풀의 주장이자 정신적 지주인 스티븐 제라드의 ‘육아일기 시즌 2’를 의미했다. 제라드가 지난 몇 년간 상대 팀 선수를 무는 등 온갖 물의를 일으킨 루이스 수아레스를 어르고 달래다, 그를 FC 바르셀로나로 떠나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른 악동 발로텔리를 맞이한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제라드는 수아레스에 버금가는 악동 발로텔리를 어떻게 달래주며 팀을 이끌어 가게 될까. 이번 시즌, 제라드에게 팀의 우승만큼이나 큰 숙제가 될 발로텔리 육아 가이드를 짚어봤다.

사진제공. 리버풀FC 페이스북

1. 감독을 말려주세요
“그가 경기에 나가면 늘 퇴장의 위험이 있다.” 발로텔리가 맨체스터 시티 FC(이하 맨시티)에 있을 당시 맨시티 감독이었던 만치니의 말대로, 발로텔리는 늘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를 수집하려는 경향이 있다. 특히 중요한 경기일수록 그 본능은 더 강해진다. 2011년 유로파 리그 당시, 그의 팀 맨시티는 세 골 차 이상의 승리가 절실했지만 발로텔리는 상대 선수의 가슴을 발로 차 퇴장당하며 팀 전력을 떨어뜨린 바 있다. 인테르 구단에서 발로텔리를 봐왔던 무리뉴 감독도 비슷한 일화를 털어놨다. “루빈 카잔과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 앞서 다른 공격수들은 부상을 당했다. 난 하나 남은 공격수 발로텔리에게 전반전이 끝나고 말했다. ‘난 널 교체할 수 없어. 그러니 제발 공으로만 경기를 해라’고. 그리고, 후반 시작 1분 후 발로텔리는 퇴장당했다.” 아무리 제라드가 주장이라도 또 발로텔리가 감독을 불안하게 하거나 화나게 한다면 상황을 해결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제라드는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는 팀으로 옮기겠다고 선언한 수아레스와 이에 화가 난 리버풀 로저스 감독의 화해를 성사시킨 바 있다. 그가 이 경험을 살린다면, 발로텔리와 로저스의 혹시 모를 불화에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2. 컨디션은 미리 파악해주세요
유로 2012에 이탈리아 대표로 나선 발로텔리는 독일전에서 혼자 2골을 넣고 상의 탈의 세리머니를 보여줬다. 비스포츠적 행위로 간주돼 상의 탈의를 금지한다는 규정상 발로텔리는 당연히 경고를 받았지만 그는 “내 퍼포먼스를 보고 화를 내는 사람은 내 짐승 근육을 부러워하는 거”라고 말했을 뿐이다. 계속되는 무리한 세리머니에 당시 이탈리아 대표팀 프란델리 감독이 “발로텔리는 앞으로 근육을 보여주는 행동을 그만둬야 한다”고 질타했지만 늘 일이 벌어진 이후였다. 그러니 아예 발로텔리의 컨디션을 미리 파악해 그라운드에서 최대한 경고를 받을 만한 세리머니는 자제시키는 게 어떨까. 이탈리아팀 수비수 레오나르도 보누치가 관중들의 인종차별 행동에 속이 상해 있던 발로텔리의 마음을 미리 알고, 유로 2012 아일랜드의 경기에서 세리머니를 준비 중이던 발로텔리에게 달려가 입을 막아버린 것처럼. 제라드도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발로텔리의 마음은 챙겨줄 수 있을 듯하다. 바르셀로나로 가는 게 수아레스의 꿈이라는 것을 알고 그에게 “네가 리버풀에서 30골을 넣는 등 최고의 선수로 빛나게 된다면 바르셀로나가 먼저 움직일 것”이라며 오히려 격려해준 세심한 사람이 제라드이기 때문이다.

3. 가끔 리더의 위엄을 보여주세요
발로텔리가 도발하는 대상은 상대 팀과 같은 팀을 가리지 않는다. 2011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의 FA컵 준결승전에서 승리를 거둔 후, 자신의 유니폼을 보여주며 맨유 선수들을 자극하더니 흥분하며 다가온 리오 퍼디난드에게 윙크를 날린 것은 기본이다. 인테르에서 뛰던 시절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팀이자 당시 소속 팀의 라이벌인 AC 밀란의 셔츠를 입고 등장했으며 막상 AC 밀란에서 뛰게 되니 동료 선수인 니앙과 프리킥을 서로 차겠다며 실랑이를 벌였다. 이럴 때는 가끔 발로텔리를 다그치는 게 빠를 수 있다. 발로텔리가 맨시티에서 활약할 시절, 만치니 감독은 그를 1군 훈련과 경기 엔트리에서 제외시킬 때가 있었다. 말로 늘 타일렀던 만치니 감독에게는 강도 높은 조치였다. 다행히 이후 발로텔리는 스스로 반성하며 유로 2012 등 큰 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다. 제라드도 할리우드 액션으로 심판에게 미움을 샀던 수아레스를 위해 “선입견을 버려 달라”고 했던 것처럼 선수들을 두둔해주며 타이르는 편이지만, 선수들로부터 “행동만으로 믿음을 주는 리더”라는 평을 듣는 만큼, 그라운드 감독으로서 발로텔리에게 잘못을 호되게 인지시키는 것은 필요할 수 있다.

4. 징계를 받아도 믿음을 보여주세요
경기장 내에서의 비신사적 행동에는 주의를 줘야 하지만 그 외에는 발로텔리를 너무 경계하지 않아도 된다. 집에서 폭죽놀이를 해 불을 내고 카지노에서 딴 1,000파운드를 노숙자에게 줬다는 등 그동안 발로텔리를 비난하게 한 경기장 밖의 기행은 대부분 과장돼 알려졌다. 오히려 그는 동료들과 좋은 분위기에서 경기할 수 있도록 하면 팀 전력에 도움이 되는 선수다. 실제 야야 투레는 자신과 발로텔리와의 불화설을 직접 해명해줬고, 아게로 역시 발로텔리의 난폭한 플레이가 논란이 됐을 당시 “그라운드 밖에서 모든 사람은 각자 살아가는 방식이 있다. 나는 그가 그라운드 밖에서 얼마나 사랑스러운 청년인지 잘 알고 있다”고 지지해줬다. 그리고 발로텔리는 그를 환영해주는 동료들과 함께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우연히 본 영화 때문에 울컥해 수단에 학교를 지어주는 등 심성은 착한 발로텔리. 제라드가 수아레스의 수차례 징계에도 “그는 팀에 꼭 필요하다. 곧 돌아와 환상적인 플레이를 보여줄 것이다”라며 믿어준 것처럼, 어느 날 골 세리머니로 ‘왜 만날 나한테만 그래?(Why always me?)’라는 문구가 그려진 티셔츠를 보여줬던 발로텔리의 속상한 마음도 알아주면 좋지 않을까.

5. ‘무엇이든 물어보세요’가 되어주세요
축구는 물론 자신의 모든 행동에 대한 것까지, 발로텔리의 자신감은 엄청나다. “나보다 뛰어난 선수는 리오넬 메시뿐”이라는 대담한 발언을 했고, 결혼을 하면 책임감이 생겨 기행을 줄일 수 있다고 한 만치니 감독에게는 “난 이미 성숙해 아직 결혼할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의외로 그는 모르는 것이 많다. 자꾸만 경고를 받을 수 있는 세리머니를 보여준 이유가 알고 보니 옐로카드를 2장 받으면 그다음 경기에 나갈 수 없다는 규정을 몰라서였다. 이 인터뷰에 대해서는 발로텔리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대충 둘러댔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운동장에서 혼자 유니폼을 입지 못한 채, 팔을 넣는 곳에 얼굴을 넣고 그마저도 제대로 안 되자 결국 화를 내는 모습을 보노라면 그는 언제라도 보살핌이 필요한 선수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니 혹시 그가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한다면 일단 이유를 물어본 후, 모르는 것이라면 친절하게 알려주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제라드로서는 수아레스를 이끌 때에도 경험한 적 없는 상황일지 모른다. 하지만 어찌하리. 발로텔리와 함께 3년을 무사히, 되도록 멋지게 보내기 위해서는 좀 더 번거로워지는 일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EPL 우승컵을 향한 여정 못지않게 만만치 않은 제라드의 고난은 이제 시작됐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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