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이 덤덤하게 말하는 두근두근한 변화

2014.09.01

*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인터뷰에서 강동원의 말투는 덤덤하다. 건조하다고 해도 좋겠다. 단어 하나하나를 곱씹는 듯한 말의 속도는 느리고 높낮이의 변화도 거의 없다. “최근에… 제가 맡았던 역할 중에 그나마 평범했던 게… 아마 <의형제>에서 맡은 간첩이었죠? 총 정도 쐈으니까요”라고 말할 때, 총이라는 단어에는 아무런 긴장감이 없다. 하지만 덤덤한 말투 속의 이야기는 때론 까칠해 보일 만큼 예민하고 고집스럽다. 강동원은 작품 선택의 기준에 대해 “시나리오 완성도가 크게 좋지 않은데 일상적이기만 하면 전 별로예요. 상업 영화 시나리오에는 꼭 클라이막스가 있어야 한다고 보고요”라고 말하고, 민감할 수 있는 드라마 출연 여부에 대해서도 “일단 할 수 있는 장르가 한정적인 거 같아서요. 또… 표현의 한계도 있죠. 극에서는 분명히 필요한데 담배도 못 피우고 총도 잘 못 쏘고 대부분 피도 안 나오고 그러니까…”라며 선을 긋는다.

연기에 대한 예민함과 작품 선택에 대한 고집스러운 기준은 자신에 대한 철저함이 되었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부터 <전우치>, <의형제> 등까지 강동원은 액션이 몸에 배도록 하기, 깊이 있게 감정 표현하기, 느린 말투 바꿔보기 등 작품마다 자신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웠다. 연기 중에는 웃음소리 하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촬영을 했고, 대역 배우가 필요 없을 만큼 액션을 완벽하게 익혔다. 강동원이 액션의 중요성이 높은 작품을 끝내면, 액션 스태프들이 현장에서 할 일이 없어 심심했다는 기사가 늘 나올 정도였다. 강동원이 <형사 Duelist>와 <군도>처럼 액션이 필요한 사극을 할 때 영화 전체를 압도하는 힘을 갖게 된 것은 아름답다고밖에 할 수 없는 외모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작은 동작 하나까지 치밀하게 연구하는 강동원이 정갈하고 고운 한복을 입고 검을 휘두르면, 그는 세속의 인간들과 분리되는 존재가 됐다.

“제 연기는 뭐, 극에 잘 녹아 있다고 하면 좋은 거죠.” 강동원이 다시 덤덤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성격상 아예 긴장을 놓지는 못하겠지만 최대한 미리 연습을 해두고 현장에서는 릴렉스하려고 해요.” 강동원은 <두근두근 내 인생>을 만나면서 갑자기 자신의 방식을 바꿨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놔야 더 잘할 수 있다는 깨달음이 찾아왔다고 했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다만 “경험이 쌓이고 선배들이 하시는 걸 봐도 릴렉스하는 게 최고가 아닌가 싶어요”라고 말했다. 강동원은 그렇게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조금 내려놓은 채 연기를 했다. 선천성 조로증에 걸린 아이를 키우는 아빠 대수를 연기한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강동원은 고집과 철저함으로 만들었던 그의 존재감을 최대한 지운다. 아이가 먹을 빙수를 혼자 먹으며 걸 그룹의 무대에 빠져들고, 아이의 게임기를 욕심내는 대수는 옷도 길거리에서 마주칠 수 있는 펑퍼짐한 바지와 작업복을 입는다. 관객을 울리려는 계산도, 전처럼 정해진 범위를 벗어나는 연기를 자제하지도 않았다. 대신 “극의 흐름에 어느 정도 맡기고” 애드리브를 시도하고 대사를 바꿨다. 그 결과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저는요, 아름이가 하고 싶다고 하는 건 다 해줄 겁니다. 그게 저예요”라고 말하는 대수의 대사는, 강동원이 “원래 쓰는 말투와 똑같아”졌다.

강동원의 빈틈없는 연기론에 생긴 여유는 작아 보일 수 있다. 물론 언제든 다시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순박한 시골 청년부터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예뻤던 고등학교 싸움 짱, 사형수는 물론 도사와 간첩까지 10년 넘게 쉬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소화한 강동원의 연기 폭은 특별한 캐릭터가 아닌 이 여유 하나로 넓어졌다. 우연히 찾아온 여유를 통해 새로운 스타일의 연기를 보여준 강동원은 이번 전환점을 넘어 과연 어떤 모습을 더 보여줄 수 있을까. 그가 자리를 뜨며 남긴 말은 강동원만의 선전포고처럼 들렸다. “연기를 한다는 게 늘 새로운 일이라 힘들긴 하지만요, 전 현장에서 뭘 만들어내는 거 자체를 좋아하니까요. 그 외에 뭐가 더 필요하겠어요. 저는 그냥 연기를 하는 게 꼭 필요한 사람이에요.” 여전히, 말투는 덤덤하고 건조했지만.

교정. 김영진




관련포토

목록

SPECIAL

image '놀면 뭐하니?' 효리X비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