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레이디제인, 내추럴 본 여우

2014.09.01

아유, 얄미워. 주변에 있었다면 분명 눈을 슬쩍 흘기며 한 번쯤 이렇게 삐죽거렸을 것 같다. 시도 때도 없이 터뜨리는 웃음부터 그럴 때마다 반달 모양이 돼버리는 커다란 눈, 또랑또랑하면서도 애교가 철철 넘치는 목소리, 그리 크지 않은 키를 커버할 만큼 적당히 볼륨감 있고 늘씬한 몸매, 그리고 자연스러운 스킨십까지. 레이디제인은 여러모로 소위 말하는 ‘여우’처럼 보인다. 사실이든 아니든, 홍진호와 그의 관계에 사람들의 관심이 매번 쏠리는 것은 레이디제인의 알쏭달쏭한 태도 때문이기도 하다. tvN <로맨스가 더 필요해>(이하 <로더필>)에서 홍진호와 ‘썸’ 탄다는 의혹을 받으면 “내 스타일 아니야”라며 손을 내젓다가도, 정말로 그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괜찮은데?”라며 생긋 웃는다. 결정 장애가 있는 남자친구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연에는 뽀뽀를 이용한 해결책을 내놓고, 툭하면 혀 짧은 말투로 “삐꺄쿄야↗”라는 정체불명의 애교를 부리는 등 보통의 여자들은 감히 흉내 낼 수조차 없을 것 같은 여자. 한마디로, 레이디제인은 ‘내추럴 본 여우’ 같은 여자다.

사람들이 보는 그의 이미지가 원래부터 그렇진 않았다. 전 남자친구 사이먼 디와의 교제 사실이 처음 알려졌을 때, 수많은 연예매체들은 레이디제인을 ‘똑똑하고 참한 홍대여신’이라고 설명했다. 주로 홍대 앞에서 활동하는 인디뮤지션이었던 그는 이후 TV에도 얼굴을 비치기 시작했고, 어떤 사람들은 그에게 남자친구 덕택에 뜬 거라 이죽거렸다. 연예 정보 프로그램의 리포터와 각종 집단 토크쇼 및 라디오 게스트로 활동하며 연예인인 듯 아닌 듯 지내던 레이디제인의 승부수가 된 것은 MBC <라디오스타> 출연이었다. 시작부터 “제 인지도가 낮다 보니까 제작진들이 언더커버요원 역할을 주셨다”고 선언한 그는 나름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방송 내내 서인영과 규현, 신동과 H-유진 등에 관한 뒷이야기를 폭로했다. 태도는 논란이 됐지만, 레이디제인을 향한 방송계의 러브콜은 폭주했다. 데뷔부터 인지도를 얻기까지 다른 이들을 이용했다고 오해받기 딱 좋은 상황. 이에 대해 그는 솔직하게 털어놨다. 사이먼 디의 여자친구로 알려진 직후, 회사의 요청으로 준비하고 있던 앨범을 더 급하게 내게 됐었다고. 만약 <라디오스타>에서 적극적으로 활약하지 않았더라면 회사도 망하고, 자신의 연예 활동도 끝났을 거라고.


이제 레이디제인은 <로더필>을 통해 오기뿐 아니라 능력까지 증명해 보인다. 일반인들의 사연을 읽는 ‘로맨스 it 수다’ 코너는 레이디제인의 열연이 빠지면 심심하게 느껴질 정도다. 무엇보다 그는 연애 전문가인 양 굴지 않는다. 연애를 잘하려면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전현무의 장난 어린 핀잔에 “<로더필>이 왜 있는 겁니까! 나 같은 사람 갱생시키려고 있는 거 아녜요?”라며 귀엽게 투덜거리고, 임신해서 살이 찌는 바람에 남편과 멀어졌다는 사연을 듣곤 “기분이 너무 나빠졌어. 나도 미래에 그렇게 될 수 있는 거잖아요”라고 감정을 이입해 속상해하기도 한다. 심지어 ‘썸’ 타는 상대에게 보낼 가장 적절한 톡을 뽑는 ‘썸톡 연애고시’ 코너에서 꼴찌는 늘 레이디제인의 몫이다. 적다고 할 수 없는 나이답게 연애 경험은 많고, 섹스를 “몸의 대화”(XTM <10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라고 할 만큼 알 건 다 안다. 하지만 연애와 결혼 등에 관한 고민, 약간의 무지함 등을 굳이 포장하진 않는다. 지금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는 게 더욱 사랑받을 수 있는 비결이란 걸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셈이다.

“연애를 하다 보면 연애 초반의 설렘이 사라지고 서로에 대한 우정과 의리로 가는 시기가 오지 않나? (중략) 나 같은 경우는 20대 중반에 한 남자를 만났고, 30대 초반에 그 시기가 왔다. 둘 다 아직 결혼할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러다 보니 서로를 위해서 정리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 거지.”(<맥심>) 사이먼 디와의 결별 이유에 대해 레이디제인은 이렇게 밝혔다. 사회에선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일하며, 연애와 결혼은 피할 수 없는 현실적인 과제다. 레이디제인의 현재는 보통의 30대 초반 여성들과 똑같이 닮아 있다. 그가 단순히 남성들만 좋아하는 애교 많은 여성이 아니라, 또래 여성들까지 호감을 느낄 수 있는 여성인 것은 그 덕분이다. <라디오스타>에서 핸드크림을 이용한 스킨십 방법을 알려주며 “박지윤 씨처럼 원래 태생이 예쁜 분들은 할 필요가 없어요. 그런데 저희 같은 친구들은 바빠요. 부지런히 해야 돼요” 하고 웃어버리는 그를 미워하기란 어렵다. 도리어 커피숍에 마주 앉아 남자 이야기나 직장 상사의 뒷담화 등으로 끊임없이 수다 떨 수 있는, 편한 여자친구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래서 레이디제인은 ‘내추럴 본 여우’가 맞다. 얄밉지만 사랑스럽고, 가끔은 질투도 나지만 친하게 지내고 싶은 그런 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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