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키즈 존’ 앞에 선 엄마의 고민

2014.08.28

만 5세 이하 아동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 키즈 존’이 늘어나면서 찬반논쟁이 뜨겁다. 나도 그랬다. 아가씨 적에는. 맘먹고 좋은 음식점에 갔는데 옆 테이블의 아이들이 소란을 떨고, 심지어 테이블 사이를 뛰어다니며 놀이터마냥 놀면 “저 집 엄마는 애 통제 안하고 뭐하나”, “저렇게 부잡스러운 애를 왜 이런 음식점에 데려와 남의 기분까지 상하게 하나” 입이 삐쭉 튀어나왔다.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생각을 한 적도, 동행인에게 나는 절대 그러지 않겠노라 맹세를 한 적도 있었다. 심지어 남편은 “아이가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5살이 되기 전까지는 공공장소에 데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지켜지지 않을 다짐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신혼 때, 주말이면 무조건 서울 근교로 나갔다. 아이가 생기기 전에 부지런히 놀자며. 그러다 한번은 춘천에서 꽤 유명한 한증막을 주말여행 코스로 잡았다. 무슨 한증막을 춘천까지 가나싶겠지만 그곳은 14세 이하 출입금지인 어른들만을 위한 한막이었다. 잠시 주말의 찜질방 풍경을 생각해보라. 여기가 놀이터인지 혹은 놀이공원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아이들의 소란과 뜀박질의 천지다. 그런데 한옥으로 된 한증막은 오로지 어른들 세상이었다. 한옥 한 켠에 마련된 대나무 숲에 스치는 바람 소리가, 그리고 그 바람에 이따금 흔들리는 풍경 소리가 귓가에 아른거렸다. 그것만으로도 지친 심신이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아, 무릉도원이 따로 없구나.’ 그랬다. 아이들이 사라진 공간은 다른 차원의 세상이었다. 얼마 안 돼 세상에 나올 아기에게는 미안한 말이었지만.

하지만 아이를 낳고 보니 그 맹세는, 그 다짐은 4월 중순의 벚꽃처럼 흩날려버렸다. 아이가 태어나고 첫돌이 지나기도 전에 우리 부부는 애를 들쳐 업고 전국의 온갖 명소를 쏘다녔다. 두 돌이 되기 전에는 비행기에 태워 태국에도 다녀왔다. 주말이면 남편과 함께 아이를 데리고 어디를 갈지 고민했다. 우리가 놀러가는 곳에서 제일 분위기 좋은 카페가 어디인지, 제일 맛있는 식당은 어디인지 등을 검색하느라 금요일 밤을 하얗게 지새우곤 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다. 강화도의 빙수 명가도, 안동의 숨겨진 예술가들의 마을도, 횡성의 예쁜 갤러리도 기꺼이 문을 열어줬다. 하지만 쫓겨나지 않았다고 마냥 행복한 건 아니다. 만만치 않은 대가를 치러야 했다. 아이가 찡찡거리지는 않을까, 다른 사람에게 실례를 저지르지는 않을까, 건물의 장식품을 망가뜨리지는 않을까 늘 노심초사 초긴장 상태다. 어디를 가든 아이가 불시에 갈길 대소변을 처리할 마땅한 장소를 찾기 위해 더듬이를 반짝거려야 한다. 쫓겨나거나 출입금지를 당한 적은 없긴 하지만 단 한 번도 마음 놓고 시간과 공간을 제대로 만끽한 적이 없다는 말이다. 더군다나 ‘노 키즈 존’이라는 게 저렇게 버젓이 공개적으로 나타나니 더욱 신경이 쓰인다. 아이가 카페에서 조금이라도 큰소리로 떠들면 손님들의 원망스런 눈초리가, “이래서 ‘노 키즈 존’이 필요하단 말이야”라는 속내가 쫓아오는 듯해서다. “이것들아, 늬들도 결혼해서 애 낳아봐”라고 항변이라도 하고 싶지만 애 딸린 아줌마, 개인은 한국 사회에서 마이너 중에서도 마이너다.

인종이나 성별처럼 영구히 지속되는 선천적 요인으로 차별을 받는 거라면 얼마든지 머리띠 두르고 피켓을 들고 ‘반대’ 시위대에 나서겠지만 ‘조금만 참으면 되잖아’라는 반대쪽 주장에 마땅히 반박하기가 쉽지 않다. 따지고 보면 이 또한 변화된 사회상의 결과물이 아니던가.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하다보면 놀라게 되는 게 ‘노 키즈 존’에 가장 적극적으로 찬동하는 게 바로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여성들이라는 것이다. 차이점이 있다면혼을 안 했다는 것. 거의 전 연령대에 걸쳐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증가하고 있는 30대 이상 미혼 여성들이  ‘노 키즈 존’을 지지한다. 사회적 변화를 비롯한 다양한 이유로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 이들에게 육아에 대해 ‘이해해주세요’ ‘이건 우리 모두의 문제야’라고 설득하기란 어려워졌다. 

돌이 채 안된 아기를 데리고 탄 부부가 이륙 전 같은 통로의 승객들에게 사탕을 건넸다는 일화를 들은 적이 있다. 긴 비행시간 동안 아기가 분명 울거나 보챌 테니 미리 양해를 구한다면서. 아이들은 경험하고 부딪히며 ‘공공장소의 예절’을 배우게 된다. 그건 집에서 백날 말로 해봤자 소용없는 것들이기에 ‘안 데리고 나오면 그만이지’가 답이 될 수는 없다. 아이에게 공공장소의 예절을 반드시 훈육을 하고 미리 주변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 즉, 부모의 무책임으로 생긴 ‘노 키즈 존’의 논란을 잠식시킬 수 있는 건 결국 ‘책임 있는 부모’일 것이다. 내 아이가 배려받길 원한다면 나 먼저 배려하라는 게 순서이니. 그리고 아이 역시 ‘규칙’보다 중요한 ‘배려’라는 사회성을 먼저 배우게 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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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놀면 뭐하니?' 효리X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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