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디오테잎 “이 멤버라면 북극까지 가볼 수 있지 않을까”

2014.08.29
소리의 연금술사. 지난 7월 30일 디지털 음원이 공개된 이디오테잎의 정규 2집 < Tours >를 듣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미 1집에서 일렉트로닉 루프와 리얼 드럼의 사운드를 조화시키며 한국 일렉트로닉과 록의 새 지평을 열었던 그들은 이번 앨범에서는 좀 더 정통 신스팝을 연상시키는 시도들을 더하며 전자악기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더욱 다양한 소리를 적재적소에서 들려준다. 공연장을 댄스 플로어로 달궜던 1집의 연장을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조금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 앨범이 확실히 증명하는 건 이들은 일렉트로닉도 록도 아닌 ‘이디오테잎의 음악’을 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원소들을 다양하게 결합하며 새 원소를 찾는 연금술사처럼, 자신들의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가능성들에 항상 열린 태도로 다가서는 것이야말로 이 팀의 미덕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2집이라는 구체적 대상에서 시작된 이디오테잎과의 대화가 아직 열리지 않은 가능성에 대한 기대로 이어진 건 그 때문일 것이다.
왼쪽부터 ZEZE(DJ), 디알(드럼), 디구루(DJ)

지난 8일 네이버 음감회에서 ZEZE 씨가 무리한 일정으로 이번 2집 앨범을 냈다고 이야기했는데, 정확히 어떤 상황이었던 건가.
ZEZE
: 언제까지 앨범을 내겠다는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는데 일정이 촉박했다. 그렇다고 마음에 안 드는 게 있는 걸 그냥 대충해서 넘기면 안 되지 않나. 아무래도 CD는 찍어내고 재킷 디자인도 해야 해서 시간이 더 필요했다. 그래서 7월 안으로 디지털 음원을 먼저 공개하고 CD를 잘 준비해서 천천히 가자고 했던 거다.

1집에서 일렉트로닉과 리얼 드럼을 맞추는 작업 같은 걸 미리 해봐서 녹음은 덜 헤맸을 것 같은데.
디구루
: 그렇진 않았다. 아무래도 2집은 1집과는 다른 결을 가지고 있는 음반이니까. 1집이 그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결의 음악이었다면 2집은 또 다른, 지금의 세 명이 이런 것도 재밌을 것 같다고 만든 음악이다. 곡의 구조를 봤을 땐 1집에 비해 록보다는 전자음악에 가까워졌다. 사운드를 쌓는 방식 자체가 아예 다르다. 물론 매 앨범을 내면서 얻는 시행착오와 노하우라는 것이 쌓이고 그걸 적용하지만, 그걸 바탕으로 또다시 새로운 걸 시도하기 때문에 여전히 또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가령 1집은 계속해서 고조되는 진행이라면, 2집의 곡들은 좀 더 차분하게 다양한 소리를 들려주는데.
디알
: 우리는 곡을 만들면서 항상 라이브를 생각한다. 그래서 1집에서 보여줬던 라이브와 비교했을 때 2집의 곡을 섞으면 좀 더 다양해지길 바랐다. 공연 전체로 봤을 때 1, 2집의 적절한 조합으로급조절이 되면 좋을 것 같았다.
ZEZE: 말한 것처럼 전에는 곡을 고조시키는 느낌이 중요했다면 2집은 그런 부분을 좀 소홀히 한 부분이 있지. 대신 리듬이나 멜로디를 더 강조하거나 전에 하지 못했던 방법을 더 써보자는 게 있었다. 1집에서 안 했던 걸 해보자는 심리가 강했던 것 같다.

1집의 성공 요소가 명백한 상황에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선회하는 두려움은 없었나.

디구루
: 오히려 그 선택이 더 편했다. 만약 우리가 다시 ‘Even Floor’ 같은 곡을 만든다면 그 곡을 뛰어넘어야 하지 않나.
ZEZE: 앨범 작업하면서 형들이랑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다시는 죽어도 ‘Even Floor’ 같은 곡을 못 만들 것 같다고. 그게 우리 최고의 곡이라는 게 아니라 딱 그건 그때만 만들 수 있던 곡 같다.
디알: 전에 먹혔다고 그걸 반복하다가는 자기 안에 갇혀버리는 일이 많다. 그럴 필요는 없다고 본다. 만약 팬분들이 우리의 예전 스타일이 좋으셨다면 그 앨범을 들으시면 되는 거고.
디구: 가령 1집의 ‘Melodie’ 같은 곡이 2집에도 있을 줄 알았는데 없어서 실망스러우시다면 더 좋은 오디오 시스템을 구입하신 다음에 ‘Melodie’를 훨씬 크게 들으시면 전에 들었을 때 못 느꼈던 새로운 ‘Melodie’를 들으실 수 있을 거다.
ZEZE: 우린 이제 이런 음악을 하지 않겠다, 했던 건 아니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계속 고민을 하다가 나온 결과물이 이거인 거지. 2집인데 뭘 해야 하지? 그걸 빨리 합의를 못 하니 3년이 걸렸겠지. (웃음)

기본적으로 국내엔 이디오테잎 같은 구성인 팀이 없기 때문에 1집이든 2집이든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일 것 같긴 하다.
디알
: 작업하면서 제일 힘든 게 그거다. 레퍼런스로 잡을 만한 게 없다. 그래서 스튜디오에서 엔지니어와 얘기할 때도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번 앨범 녹음이 힘들었던 것도 그런 거다. 스튜디오에 가서 드럼의 저음이 이렇게 나오면 좋겠다고 말을 하면 엔지니어가 알겠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고 믹싱을 하면 우리가 생각한 거랑 전혀 다르게 나왔다. 그 사람이 생각하는 저음과 우리가 생각하는 저음이 다른데 레퍼런스가 없으니 들려줄 수가 없는 거다.

그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데, 그럼 멤버 사이에서는 원하는 사운드가 충분히 공유되는 거 같나.
디알
: 분명 서로 생각하는 게 다르다. 절대 다른데, 재미있는 거는 그 다른 생각들이 모였을 때 결국 가장 좋은 걸 고른다는 거다. 그래서 우리만의 사운드가 나오는 게 아닐까. 멤버가 다 똑같은 생각을 하면 오히려 밴드다운 느낌이 안 살 거다.
구루: 녹음할 때, 그게 싫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라고 말을 하지는 않는다. 말은 안 하는데 서로 눈을 안 마주친다. (웃음)
: 그러다가 막상 해봤을 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저 친구가 생각한 게 더 좋으면 그냥 조용히 있는다. 네가 맞다는 뜻으로.
구루: 우리가 더 치열할 수밖에 없는 게, 가사가 없지 않나. 그렇다고 아주 명확한 주 멜로디 라인이 있는 곡도 많지 않고. 그러다 보니 뉘앙스나 각 악기의 톤 이런 걸 가지고 서로 되게 첨예하게 이야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게 우리가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니까.

그런 다양한 뉘앙스를 실리기 위해서 이번에도 새로운 악기들을 많이 사용했을 것 같다.
디알
: 장비가 어마어마하게 많아졌지.
구루: 얼마 안 많아졌어.
: 그건 우리 생각이더라고. (웃음)

그럼 지금 장비들로 본인들이 원하는 소리를 다 만들어낼 수 있는 것 같나.
디구루
: 나는 90%인데, 나머지 10%가 안 되는 건 악기 문제가 아니라 내가 그 악기를 다루는 테크닉이 부족해서인 것 같다.
ZEZE: 나는 80%. 20%는 내가 미처 사용하지 못하는 거 반, 지금 악기로 불가능한 게 반 같다. 새로운 소리를 내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서 악기를 더 갖고 싶다.
: 나도 일렉트로닉 드럼을 쓰는데 결국 여기서의 톤이라는 건 원래 있던 어떤 악기의 톤을 흉내 낸 것 아닌가. 그래서 원래의 톤은 어떤 거였을까 찾게 되는 거지. 빚이 계속 쌓이고 있다. 그런데 누가 그러는데 빚도 재산이라더라.

셋 중 누가 제일 많이 악기에 돈을 지르는 편인가.

디알
: 디구루 별명이 ‘잘 사는 형’이다. (웃음) 그럼 다른 사람들이 물어본다. 그 형 잘살아? 아니 물건을 잘 산다고.
구루: 언젠가 에버노트 어플리케이션에 50개 정도의 악기를 위시리스트에 올려놨더라. 하지만 나 혼자 그렇다고 하면 좀 억울하다. 최근 1년의 추이를 보면 오히려 ZEZE가 나를 앞지른다. 또 5년을 지켜본 바로는 디알 형도 만만치 않다. 나는 악기를 사러 일본까지 안 가진 않지만 (웃음) 그래도 간 지 오래됐는데, 형은 악기 사러 일본에 한두 번씩 꼭 정기적으로 간다.
: 녹음 중간에도 급히 다녀왔다. ‘급’ 갖고 싶었다. (웃음)
디구: 셋 다 약간 ‘덕후’스러운 부분들이 있다. 그래서 개인 시간을 가질 때도 각자 자신의 ‘덕력’을 펼치는 데 주력하는 것 같다.

가령 어떤 게 있나.
디알
: 차를 좋아한다. 튜닝을 비롯해서 자동차와 관련된 전반적인 걸 다 좋아한다. 좀 중독적인 게 있다. 언젠가 방송에서 자동차에 미친 사람들을 봤는데 자기 회사까지 팔아먹고 집에도 못 들어가면서도 차는 애지중지하더라. 나도 그렇게 될 뻔했다가 좀 자제 중이다.
ZEZE: 항상 작업실에 가면 컴퓨터 화면을 보여주면서 “이 차는 어때?” 그러면 우리는 계속 “아니야 아니야” 이런다. 형이 돈을 막 쓰고 그런 건 아닌데 나중에 돈을 많이 벌게 되면 어떻게 써야 할지 미리 예습하는 것 같다. (웃음) 얼마 전에는 이런 말도 했다. 자기는 돈이 너무 싫다고. 돈은 나쁜 거라고. 그래서 다 써서 없애버려야 한다고.
: 부모님께서 이 인터뷰 보시면 긴급회의 하시겠다. (웃음) 나만 그런 건 아니다. ZEZE는 앞서 말했듯 악기에 대한 욕심이 진짜 많다. 악기처럼 안 보이는 것도 막 산다. 뭔가 이상한 소리 나는 걸 사 가지고 와서 계속 듣고 있다. 옛날에 만들어진 모듈러 신스라던가 이런 것들. 그리고 디구루는 워낙에 좋아하는 게 많다. 모든 문화적인 거에 관심을 갖고 꽤 깊이 파고들어 간다.
디구: 오해다. 전혀 그렇지 않고 그냥 가볍게 즐기는 수준이다. 그냥 남자애들이 좋아하는 것들. 레고 스타워즈 시리즈 조금 즐기고, 건프라 조금 하고, 애니메이션 조금 보고, 비디오 게임도 조금씩 하고, 스케이트보드도 좀 좋아하고, 자전거도 조금… 그런데 요즘은 시간이 부족해서 못 하고 있다.

요즘처럼 이디오테잎으로 바쁘게 활동할 땐 개인 시간이 없을 것 같다. 이번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는 메인 스테이지 로컬 헤드라이너 역할까지 했는데.

디구루
: 처음에 펜타포트 측에서 이 시간대 메인 스테이지 어떠세요, 라고 연락이 왔을 때 우리는 부담감 때문에 서브 스테이지에서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다. 그런데 막상 공연할 때는 녹음 막 끝내고 디지털도 막 발매했을 때라 정신이 없었다. 또 영상과 조명까지 맞춰서 하는 무대였기 때문에 메인 스테이지고 뭐고 우선은 준비한 거만 제대로 하자는 마음이 되더라.
ZEZE: 공연하면서도 그렇게 사람이 많이 모인지도 몰랐다. 공연을 정신없이 마치고 내려와서 공연 사진을 보는데 사람이 겁나 많은 거다. (웃음) 이렇게 많았어? 사실 되게 비현실적인 공연이었지. 누군가는 특수효과팀이 도와줬다고 할 정도로 노을도 지고 무지개도 뜨고. 우리는 그냥 긴장하고 잘 끝내고 내려가서 실수 없이 잘 마무리됐다, 이 정도였는데 좋은 피드백이 와서 되게 좋았다. “역시!” 이런 게 아니라 “아 그랬어?” 이런 느낌.

본인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분명 팀의 위상이 많이 달라졌는데.
ZEZE
: 뿌듯한 게 있다면 위상이 달라졌고 그런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그동안 그런 부분에서 투자한 게 인정받아서다. 이번 펜타포트에서처럼 라이브에서 다른 인디 밴드들이 시도하지 않는 걸 하고 있다. 조명 하시는 분, 영상 하시는 분, 공연 사운드 봐주시는 분, 무대 감독님, 매니저, 그리고 우리들까지 포함해서 거의 10명에 가까운 팀이 꾸준히 공연을 함께 하며 성장해가고 있는데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이 이번 펜타포트에서 팍 터진 느낌이다. 더는 이디오테잎은 3명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공연과 관계된 이 10여 명 모두가 이디오테잎일 수 있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구루: 회사에서 그걸 다 받아주는 것도 있다. 어쨌든 우리가 무대에 올라가면 출연료가 책정되고 그중 얼마를 회사와 나눠야 하는데, 회사에서도 그래 그럼 이번엔 멋진 무대 만드는 데 올인하자, 이러는 거다. 이게 합의가 되니까 그런 무대를 만들 수 있고 그게 또 좋은 피드백으로 이어지고. 이렇게 말하면 건방지게 들릴 수 있겠지만, 좋은 선례가 됐으면 좋겠다. 다들 해외 팀들이 영상이랑 같이 공연하는 거 보며 마냥 부러워하면서 왜 우리나라는 저런 게 안 되느냐고 하는데, 그만큼 노력하고 투자해야 하는 거다.

그런 것 때문에 해외 진출 및 성공 가능성이 유력한 팀으로도 종종 꼽힌다.
디구루
: 냉정하게 말하면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 다만 가능성은 여러 차례 확인받은 정도?
: 진출이라는 말을 쓰는 건 좀 그렇다. 어디 바깥에만 다녀오면 진출이라고 하는데 (웃음) 또 맨땅에 헤딩을 하고 오는 거지. 우리끼리 스스로를 더 테스트해보고 직접 그곳에 가서 배우고 그런 수준이다. 그러다 주기적으로 공연을 하다가 진짜 진출을 하면 좋겠지.
디구: 우리뿐만 아니라 나가서 보면 한국 밴드들이 정말 잘한다. 충분히 음악적 설득력은 있다고 본다. 다만 이걸 어떤 사람들에게 얼마만큼 많이 자주 보여줄 수 있느냐가 제일 중요한 부분일 거다.

음악에서도 공연에서도 없던 걸 개척하는 성격이 강한 팀인데, 지금 멤버와 함께라면 계속 그런 게 가능할 것 같나.
디알
: 그렇지 않았다면 계속 같이하지 않았겠지.
ZEZE: 셋의 공통점이 금방 질린다는 거다. 계속 새로운 걸 찾는다. 그래서 기술의 변화나 새로운 뉴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그런 것들이 음악에도 반영되는 것 같다. 저번에 안 했던 걸 해보자.
디구: 이 멤버라면 북극까지 가볼 수 있지 않을까.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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