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는 주부를 위한 ‘백합물’일까?

2014.08.25
“(문)정희 씨와 썸 타듯 촬영을 주고받고 있다.” MBC <마마> 제작발표회에서 송윤아가 한 말처럼, <마마>는 남녀 사이의 로맨스보다 여자 캐릭터와의 관계가 중점적으로 그려진다. 분명히 시작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한승희(송윤아)가 그의 옛 애인이자 아들 한그루(윤찬영)의 아버지인 문태주(정준호)와 그의 아내 서지은(문정희)에게 사후 아이를 부탁하기 위해 찾아오는 것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이 주고받는 대사는 단지 우정 같은 단어로만 표현할 수는 없는 강렬함을 가졌다. 무엇보다 두 사람의 설정이나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 곳곳에는 백합물의 특성이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백합물은 일본에서 시작된 서브컬처 장르 중 하나로, 여성 사이에서 단지 우정이라고 표현하기에는 강렬한 감정이나 때로는 동성애 등을 표현한다. <마마>는 이 백합물의 장르적 클리셰를 지상파 주말 드라마에 맞게 응용하면서 새로운 재미를 주고 있다. 다음은 그 몇 가지 예다.


저택, 메이드, 아가씨
<마마> 1회 초반에는 한승희의 집이 등장한다. 캐나다에서 유명 민화가로 자리 잡은 그는 대저택의 주인이고, 이곳에는 그의 일을 돕는 비서와 유니폼을 입은 메이드들이 있다. 이것은 고전 백합물에서 이른바 ‘아가씨(오죠사마)’로 불리는 캐릭터의 환경과 거의 일치한다. ‘아가씨’는 부유하고, 메이드를 거느리며, 외모와 능력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 대신 성격은 차갑거나 공감 능력은 떨어지는 편인데, 스스로의 힘으로 성공한 한승희 역시 차가운 성격을 가졌다. 이야기는 ‘아가씨’가 평범하지만 따뜻하고 여린 감성을 지닌 여성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마련인데, 한승희가 만나게 되는 서지은 역시 ‘소녀병’이 걸렸다고 할 만큼 남편만을 사랑하는 지고지순한 여자로 그려진다. 서지은이 한승희의 도움을 몇 차례 받은 후 친구가 될 것을 자청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시작된다. 물론 두 사람이 만나기까지는 ‘서지은의 남편 문태주가 한승희의 옛 애인’이고, ‘한승희는 문태주와 헤어진 뒤 뒤늦게 그의 아이를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되며, ‘시한부 인생인 한승희가 사후 아이를 부탁하기 위해’ 서지은과 문태주를 찾는다는 설정이 붙는다. 백합물의 ‘아가씨’가 한국 주말 드라마의 엄마와 만나면서 생긴 일.


우정 이상 운명 이하
“당신이 어떤 여자인지 알고 싶었어요”, “원래 그렇게 잘 울어요? 내가 볼 때마다 울고 있었는데?”, “돈 때문에 울 일 없게 만들어주면 평생도 가능해요?”, “세상에서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우리야.” <마마>에서 한승희와 서지은이 주고받는 대화다. 죽음을 앞둔 한승희는 아들 한그루를 서지은에게 부탁하고 싶은 만큼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서지은과의 우정이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앞으로 서지은이 문태주와 자신의 관계를 알았을 때를 걱정하는 등 복잡한 감정을 갖는다. 이런 설정으로 인해 두 사람의 대화는 ‘밀당’이나 다름없이 나온다. 다른 주말 드라마라면 로맨스를 시작한 남녀 주인공이 할 법한 대사들이지만 두 사람의 독특한 관계로 인해 <마마>에는 무리 없이 녹아든다. 아주 특별한, 혹은 운명적인 관계이기에 단순한 우정을 넘어선 ‘아주 특별한 우정’을 쌓는 것은 백합물에서도 중요한 설정 중 하나다. 백합물의 대표작으로 명문 여학교를 배경으로 일본에서 라이트노벨과 코믹스 등으로 제작된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에서는 선후배가 자매 관계를 맺는 ‘쇠르’를 통해 두 여성이 특별한 관계라는 것을 강조한다. 우정만으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운명적인 관계로 묶여 있기에 연인들이 할 만한 대사를 해도 넘어갈 수 있는 구실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상한 삼각관계
백합물에서는 거대한 로맨스 대신 주로 일상의 소소한 감정과 분위기의 섬세한 표현으로 캐릭터들의 사랑과 우정 사이를 다룬다. 그래서 때로는 <유루유리>처럼 여중생의 일상을 코믹하게 그리되, 그 안에 복잡한 애정관계가 숨어 있는 작품이 나오기도 한다. <마마>에서도 이런 복잡한 관계가 등장한다. 과거 서지은은 남편 회사 상사의 내인 권도희(전수경)의 부탁은 무엇이든 들어주고 따랐다. 이 관계는 한승희의 등장으로 깨지는데, 주변에서는 세 사람을 두고 “이상한 삼각관계”라고도 말한다. 서지은이 한승희의 친구를 자처하게 되면서 두 사람은 더욱 가까워지고, 그 사이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일들이 지금까지 <마마>의 스토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지은이 “(나를) 모른 척하면 되잖아!”라고 말하자 한승희가 “그렇게 안 되니까 미쳐버리겠다고!”라고 말하는 것이 <마마>다. 여주인공들의 이런 관계가 부각될수록 남자 주인공의 로맨스는 상대적으로 축소된다. 백합물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등장해도 여주인공의 사랑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마마>에서 한승희와 연결될 듯한 구지섭(홍종현) 역시 아직은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백마 탄 공주님
<마마>에서 한승희는 “백마 탄 왕자가 아니라 외제차 탄 친구”라는 말을 듣는다. 돈 많은 한승희가 서지은을 도와주면서 경제 상황이 넉넉지 못했던 서지은은 간접적으로 계급 상승의 기분을 느끼기도 하고, 지금까지 돈 때문에 겪었던 어려움을 해소하며 일종의 복수 아닌 복수도 하게 된다. 서지은이 올케 나세나(최송현)에게 수모를 받은 것을 안 한승희가 서지은과 함께 나세나의 피부관리샵에 손님으로 가서 나세나가 서지은의 마사지를 하는 식이다. 이런 설정은 백합물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존재한다.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학생회를 동경하고, 차기 학생회 결정은 ‘쇠르’를 통해 이루어지기에 모두 학생회 선배들의 동생이 되고 싶어 한다. 소녀들이 학생회에 들어가는 것은 일종의 계급상승에 대한 욕망과 연결되고, 그만큼 학생회 선배들은 강한 동경의 대상으로 그려진다. <마마>에서도 서지은이 한승희를 “너 같은 멋진 여자”라고 표현하거나, 한승희가 선글라스를 쓰면 따라 쓰며 동일시하려 한다. 많은 드라마들이 재벌 2세가 여주인공에게 해준 것을 동성 친구가 대신하고, 이것이 기혼 여성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장치로 이용된 것이다.


안전한 판타지
기혼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에서 로맨스를 만들어내려면 불륜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재벌 2세와 신데렐라 스토리를 기혼 여성의 이야기로 변주한 많은 작품들이 실질적으로는 로맨스를 묘사하면서도 안전한 선을 넘지 않기 위해 여러 설정을 붙인 이유다. 반면 <마마>는 재벌 2세 또는 백마 탄 왕자님을 여성으로 바꿔놓았고, 한승희의 모성을 이야기의 시작으로 삼아 불안하지 않은 판타지를 만들어낸다. 불륜을 저지른 것은 서지은의 남편이고, 서지은은 한승희를 통해 남편에게 받지 못했던 보호를 받으며, 신분상승 비슷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남편은 더 이상 믿을 수 없고, 내 일이라면 언제든지 달려와 해결해주는 사람은 또래의 동성 친구다. 기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고, 그들의 판타지를 실현하는 이야기임에도 일탈의 가능성은 제로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그래서 시청자를 위한 판타지는 더 안전해졌지만, 판타지를 끌고 가는 방식은 어딘가 전복적이다. <마마>가 흥미로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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