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범준, 온실 밖으로 나오다

2014.08.25

장범준에게 ‘음원 깡패’라는 별명은 명예에 가까울 것이다. 이렇다 할 홍보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그의 음악을 많은 사람이 듣는다는 사실은 이 시대에 다른 예를 찾기 불가능할 정도다. 앞으로 장범준이 이 현상을 재현할 수 없다 해도 지금의 성과와 가치가 무뎌지는 것은 아니다. 음악은 스포츠가 아니고, 자신의 과거를 돌파하는 것이 목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장범준의 데뷔 이래 드디어 ‘과거’라고 할 만한 것이 생겨났다는 점은 흥미롭다. 버스커버스커의 <1집>과 <2집>은 사실상 하나처럼 보이고, 장범준의 솔로 앨범은 그 ‘과거’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덕분에 그가 어떤 아티스트인지, 그의 성공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보다 분명해졌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장범준 1집>을 ‘좋은 앨범’이라는 결론과 멀어지게 한다.

장범준은 탁월한 작곡과 작사 센스를 가졌다. 버스커버스커가 Mnet <슈퍼스타 K 3>에 출연 중인 시점에 그들의 카페에 공개된 음원들은 이미 팬들을 양산하고 있었다. 그 곡들은 버스커버스커는 물론이고 장범준의 솔로 작업에 이르기까지 음악적인 기반이 되었다. 단순한 음계를 활용하되 곡의 구조 안에서 변화의 방점이 확실하고, 쉬운 말을 사용하지만 어렵게 꺼내는 이야기를 담는 가사는 거리 공연이라는 환경과 척박한 녹음 환경 안에서도 매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장범준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고, 그의 성공은 거기서 비롯됐다.

버스커버스커의 앨범들은 1집에서 공동 편곡자였던 배영준 등 외부 인력의 손길이 장범준의 곡에 기술적이고 대중적인 편곡을 덧붙였다. 이 앨범 안에서 버스커버스커가 밴드라는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심지어 앨범의 도입부는 순수한 현악 연주곡으로 장식한다. 이런 선택은 좋다 나쁘다를 가려야 하는 평가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벚꽃엔딩’이 ‘봄 캐롤’이 되는 데에 기여한 바를 인정받아야 한다. 김형태의 베이스와 브래드의 드럼이 무의미하다거나, ‘장범준과 아이들’ 같은 이야기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앨범이 무엇을 의도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앨범에는 현악과 기타 솔로까지 무엇인가 빼곡하게 들어가 있지만, 그것들은 튀는 것 하나 없이 너무 익숙한 것들이었다. 그래서 분명한 약점을 가진 장범준의 보컬은 오히려 큰 문제가 되지 않았고, 이 익숙하고 많은 요소들은 역설적으로 어떤 것도 거슬리게 하지 않은 채 곡 자체의 힘을 전달했다.


<장범준 1집>은 그 점에서 다르다. 이 앨범은 <슈퍼스타 K 3> 이전부터 장범준과 오랫동안 활동했던 멤버들이 주축이 돼 비로소 ‘밴드’ 형태로 작업했다. 이 안에 실린 노래들이 만들어진 시기는 이미 선보였던 곡들보다 특별히 다른 때가 아닐 것이다. 장범준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요컨대 좋은 작곡과 장범준이라는 요인은 그대로 남아 있다. 그것을 증명하듯 타이틀곡 ‘어려운 여자’는 이전 앨범들을 연상시키는 익숙한 도입이다. 하지만 ‘주홍빛 거리’를 지나면서, 이 앨범은 기타 리프가 중심을 잡고 드럼이 전면에 나서 곡의 긴장감을 주도하는 밴드의 형식을 명확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거리 공연을 선보이는 문화 집단’이 아니라 ‘레코딩 아티스트’가 되었을 때 이들의 한계 또한 드러난다. ‘신풍역 2번 출구 블루스’는 거친 가사만큼이나 전형적인, 90년대 이후 한국 주류 록 사운드의 재현을 넘지 못한다. 진정성과 복고로 지칭되었던 아마추어리즘은 때때로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서 벽에 부딪힌다. 버스커버스커 시절, 장범준은 김광석으로 대표되는 80~90년대 포크 싱어송라이터의 맥락을 잇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맥락은 윤도현을 연상시키는 편곡을 만나 좌초한다.

한 가지 기회처럼 보이는 것은 ‘낙엽 엔딩’이다. ‘가을 캐롤’을 노리는 농담처럼 보였던 이 노래는 의외로 8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취향을 담고 있다. 심지어 가사까지 그렇다. 적어도 이 노래에서 장범준은 자신의 노래와 감성이 속한 시기에 걸맞은 밴드 사운드를 찾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 곡이 가진 가능성은 장범준이 <장범준 1집> 같은 밴드 형태의 작업을 계속할 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다시 없다면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일탈이고, ‘낙엽 엔딩’은 그 와중에 남은 성과로 기억하면 될 것 같다. 좀 더 멀리는 버스커버스커가 어떤 식의 활동을 하게 될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활동을 한다 해도 어떤 식으로든 <1집>과 <2집> 같지는 않을 것처럼 보인다. 거리에서 활동하던 싱어송라이터가 외부와의 협력을 통해 낳은 그 결과물들이 다시 재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버스커버스커의 지난 앨범들은 그런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2012년에는 피어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지닌 꽃이, 온실 속에서 움트는 것을 마주했던. 이제 온실은 사라졌고, 새로운 꽃이 피기를 기다려야 할 때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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