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② 엘, 성열과의 아주 사적인 인터뷰

2014.08.08

톱 노이, 팬츠 헤지스 멘

평소 사진에 관심이 많은 걸로 아는데, 오늘 촬영 콘셉트는 어땠나.
: 내추럴 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모험적인 스타일보다는 일상생활에서 찍을 수 있는 내추럴한 사진들을 좋아한다. 앞으로 나올 세 번째 포토에세이도 접하기 쉬운 그런 요소를 많이 가미할 계획이고.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인피니트 앨범 재킷을 찍어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것도 내추럴한 스타일로 가보고 싶다. 바다든, 부산 감천문화마을이든, 낙산공원이든 장소는 어디가 되든 상관없다. 햇빛 좋은 날에 자연광으로 찍으면 좋을 것 같다. 우리 노래 중에서도 ‘She’s Back’이나 ‘하얀고백’ 뮤직비디오 등은 그런 식으로 찍은 것들이거든. 어두운 곳에서 조명을 써서 찍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하지만, 솔직히 플래시 사용방법도 잘 모른다. 그냥 막 찍어봤더니 굉장히 사실적으로 나오더라. 그 사람의 분위기라는 게 잘 담기지 않는 것 같아서 자연광이 좋다.

뭐든 자연스러운 걸 좋아하는 것 같다. 데뷔 이후 가장 옅은 컬러로 탈색을 했는데, 어쩐지 어색해하는 느낌이더라. (웃음)
: 태어나서 거의 처음으로 탈색을 한 거다. 처음에 볼 때는 어울린다, 안 어울린다를 떠나서 너무 어색했다. 지금까지의 내 사진들을 보면 알겠지만, 정말 전부 검은색 머리였거든. 염색을 한다고 해봤자 약간 짙은 갈색 정도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머리색깔이 밝아지니까 옷도 약간 밝게 입고 싶어지기도 하고, 성격도 괜히 전보다 살짝 들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만약 회사에서 분홍색 머리를 하라고 하면, 완강하게 거절할 거다. 안 어울릴 걸 아니까. (웃음)

꾸미는 데 딱히 관심이 없는 건가.
: 그렇기도 하지만, 내 생각엔 깔끔하게 입는 게 제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귀걸이나 목걸이, 시계, 팔찌 같은 걸 찰 수도 있겠지. 하지만 굳이 외향적으로 꾸미려고 하지 않는다. 옷도 화려하게 입는 건 별로 안 좋아하고, 무채색 계통이나 편한 걸 좋아한다. 추리닝도 많이 입고 다니고. 물론 가끔 가다 꾸밀 필요를 느끼긴 한다. 그렇더라도 너무 밝은 컬러를 매치하기보다는 보통 투톤이면 끝난다. 회색, 검은색, 흰색 중에 골라 입는 거다. 집에 있는 옷도 열 벌 중 한 벌이 컬러, 아홉 벌이 다 무채색이다.

어딜 가도 잘생겼다는 얘기를 들어서 그런 건 아닌가. 그 칭찬에도 좀 익숙해진 건지 요즘에는 장난처럼 뻔뻔하게 대처하기도 하던데.
: 그 이야기를 방송에서든 어디서든 계속 듣다보니, 익숙해졌다기보다는 이제 싫어진 거다. 다른 질문을 할 법도 한데 팬 사인회만 가면 팬 분들이 “어어, 잘생겼어요” 하고 아무 말도 안 한다. 아니, 난 좀 더 다른 얘기를 하고 싶은데. “뭐 다른 질문은 없어요? 궁금한 거 없어요?”라고 물어보면 그냥 가버린다. 방송에서도 마찬가지다. 난 그 얘기 말고 내 취미나 특기, 앞으로는 뭘 할 건지, 이 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 좀 더 색다른 질문을 듣고 싶은데… 어떻게 보면 예능적인 것보다는, 심층적이고 진지한 이야기들을 하고 싶은 거다.

대화하는 걸 좋아하는 편인가.
: 얘기 하는 걸 좋아한다. 거의 듣는 입장보다는 말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팀 내에서는 내가 말을 그렇게 많이 하진 않는다. 굳이 다 같이 시끄러워질 필요가 없으니까. 그럴 땐 방관자의 입장에서 나머지 여섯 멤버들을 본다. 말을 하면 거기에 정신이 팔려서 주변 것들을 잘 못 보는데, 가만히 지켜보다 보면 다른 사람들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게 된다.

본인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된 점도 있을까.
: 아직은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최근 일 때문에 미팅을 했는데, 거기서 만난 분이 내 이야기를 듣더니 ‘너는 생긴 거랑 다르게 아날로그틱한 것들을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 겉으로 보기엔 기계나 차를 좋아할 것 같은데 난 별로 관심이 없거든. 그보다는 인테리어나 카메라, 기타 등에 관심이 많다. ‘아날로그’라는 단어와 아주 꼭 들어맞는 것 같진 않지만. (웃음) 그 외엔 나한테 어떤 악기가 좀 더 잘 어울리는지, 보컬톤을 어떻게 내야 하는지를 알게 됐다. 사실 ‘Back’은 내 목소리와 아주 잘 맞는 곡이 아니다. ‘그 해 여름’처럼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가 들어간 곡이 나랑 잘 맞는다는 느낌이다. 노래를 계속 불러 보고, 많은 곡들을 녹음하면서 모니터링 하다 보니 알게 된 거지.

다른 부분에서는 어떤가.
: 연기에서도 그런 걸 좀 많이 느낀다. 예전에는 바쁜 스케줄 속에서 막연하게 연기를 했다면, 이제는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 이번에 SBS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라는 드라마에서 아이돌그룹 무한동력의 멤버, 시우 역을 맡게 됐는데 어떻게 해야 될지 약간은 느낌이 온다. 내 스타일대로 잘 소화해낼 수 있을 것 같달까. 물론 처음에는 내가 연기를 잘 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보는 분들이 선입견을 품을 수밖에 없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분명히 연기를 계속 하고 있는 만큼 발전한 부분도 있을 거고, 예전에 비해서 안 좋은 이야기도 많이 줄었다고 본다. 이번만큼은 정말 좋은 모습들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지적을 받으면 의기소침해지나, 아니면 독기를 품나.
: 원래는 자존심이 세서 안 좋은 이야기를 들으면 그냥 넘겨버렸다. 어린 나이라 잘 모르기도 했고. 데뷔를 한 후로는 많이 바뀌었다. 어찌됐든 간에 나한테 관심이 있어서 하는 말이고, 그들이 보기엔 내가 별로인 거니까. 그런 사람들의 의견을 퀘스트 수행하듯, 클리어 해 나갈수록 나한테는 커리어가 쌓인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좀 더 완벽하게 만들 수 있는 거다.

그렇다면 지난 5년을 돌아봤을 때, 후회되는 일은 없을까.
: 분명히 있다. 없을 리가 없고, 그것에 대해서 잘 대처하지 못한 부분도 많다. 다만 그것만 보기에는 내가 여태까지 해온 다른 일들이 너무 많다. 그런 후회로 인해서 한 번에 무너진다거나 하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시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뿐이지. 똑같은 실수를 한 번만 하지 두 번은 안 하는 법이니까. 예를 들어 요리를 하다가 잘못 만들었다면, 다음번에도 또 똑같은 방식으로 망치진 않겠지. 연기든 뭐든 모든 일이 다 그런 것 같다. 실수를 안 하면 제일 좋겠지만, 혹여나 하더라도 같은 걸 반복하진 않을 거다.

톱 씨와이초이, 팬츠 권오수클래식

고양이 ‘주름이’는 잘 지내고 있나. (웃음)
성열
: 돌볼 시간이 없어서 본가에 보냈는데, 잘 크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원래 강아지랑 고양이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들을 좋아한다. 걔네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 궁금하다.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의 이종석 씨처럼 걔네의 생각을 막 읽고 싶은 거다. 물론 교감에 성공한 적은 없다. SBS <정글의 법칙> 때문에 정글에 갔을 때도 도마뱀을 길들였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그 친구가 날 좋아해서 내 위에 있었던 것뿐이지 교감을 따로 하진 못했다.

Mnet <디스 이즈 인피니트>를 보니 숙소에서 원숭이를 키우고 싶다는 말도 했다던데, 아직도 미련이 남아있는지 궁금하다.
성열
: 어릴 때부터 <드래곤볼>을 좋아했는데, 손오공이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멋지게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원숭이에 대한 로망을 키워왔다. (웃음) 얼마 전 개인 스케줄을 하고 있는데 엘 씨한테서 연락이 왔더라. 현아 씨 무대에 올라가는 원숭이를 안고 사진을 찍은 거다. 그 사진을 보니 잠깐 줄어들었던 원숭이 욕심이 또 다시 불타올랐다. 데리고 다닐 수 있는 크기의 원숭이가 좋을 것 같긴 하지만 크게 상관은 없다. 뭐든 한번만 안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이런 이야기를 하면 주변에서는 엉뚱하다고 지적하는데, 나는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외적인 이미지와 실제 성격이 상당히 다른 것 같긴 하다.
성열
: 회사 오디션에 합격했을 때, 사장님도 나한테 그런 이야기를 하셨다. 이승기 선배님 같은 모범생적인 이미지가 굉장히 강해서 나를 뽑았다더라. 알고 보니 낚인 거라는 말씀도 하긴 했지만. (웃음) 요즘엔 모범생 이미지는 날아간 것 같고, 다들 ‘차도남’ 같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차가워 보인다, 좀 무섭다 등등.

예전에 갖고 있던 ‘초딩’ 이미지를 탈피했으니 좋은 거 아닌가.
성열
: 그 이미지가 분명 좋은 건 있다. 팬 여러분과 서슴없이 같이 대화를 하고 장난도 치면서 가깝게 지낼 수 있었다. 그런데 어떤 팬 분들은 나를 좀 무시하기도 했다. 거기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이건 안 되겠다, 바꿔야겠다는 생각으로 남자다운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다. 운동도 하고, 정글에 가서 고생도 하고, 아메리카노도 마셔보고 별의별짓을 다 한 것 같다. 그렇게 좀 변하고 나니까 이젠 다들 옛날 같지가 않다, 무섭다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고민을 많이 하는 중이다. 나도 팬 여러분들에게 막 다가가고 싶은데 그러면 또 ‘초딩’ 이미지 대문에 무시당할 것 같아 두렵고, 묵묵히 지금처럼 지내기엔 또 멀어지는 느낌이고.

팬들의 피드백을 많이 찾아보나 보다.
성열
: 굉장히 많이 찾아본다. 가끔은 인격까지 비판하는 글들이 있어서 상처를 받기도 하는데, 그래도 억지로 찾아본다. 내 자신에게 만족하지 않아야 하니까. 피드백을 안 본다는 건 지금의 내 자리에 만족하겠다는 뜻일 텐데, 나는 지금 만족을 하면 안 된다. 그리고 나는 상처를 받아야 고치는 스타일이더라. ‘내가 왜 이런 식으로 살았을까’ 하고 혼자 아파하다가 ‘아, 그럼 고쳐야지’라고 마음을 먹는 거다. 연기를 할 때도 발음 부분에서 지적을 많이 받아서, 하루 여섯 시간씩 코르크 마개를 물고 연습하기도 했다.

본인 기준이 높은 편인가.
성열
: 맞다. 그런데 거기에 비해서 내가 지금 보여드리고 있는 건 춤, 노래, 연기 모두 굉장히 낮은 수준이다. 욕심일 수도 있는데, 정말 나는 모든 것을 최고로 바라보고 달리려고 한다. 이상한 게, 어릴 때부터 주변에서 누가 압박을 한 것도 아니다. 공부를 썩 잘하는 게 아니어서 거기에 대한 억압도 없었고, 그렇다고 운동에서 막 1등을 했던 것도 아니고. 나에 대한 기대감이라는 것 자체가 없었다.

어떻게 보면 자신감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성열
: 방송에서도 항상 ‘키 큰 것밖에 장점이 없다’고 말하니까 ‘얘는 왜 자신감이 없지?’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내가 여러 사람들 중에서 이것만큼은 최고라고 할 수 있다면 장점이지만, 그게 아니면 장점이라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매력들 중 하나일 뿐이지. 그런 ‘장점이 아닌’ 매력은 나도 많이 갖고 있다. 일단 손재주가 좋고, 잔머리를 잘 쓰고, 융통성이 좋다. 하지만 이런 걸 누군가 나의 장점이라고 말해준대도, 절대 귀가 팔랑거리지 않는다. 무조건 내 기준대로 생각을 해야 하는 거지.

그래도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을 때가 있지 않나.
성열
: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생각 없이 잘 산 것 같다. 특출나게 딱 하나 장점이라고 내세울 것 하나 없이, 그냥 허둥지둥 시키는 것만 하면서. 뭘 더 하려고 하지 않았다. 다만 부모님께 효도했을 때는 스스로 칭찬을 좀 해주고 싶었다. 어렸을 때 엄마한테 내 별명은 ‘돈 뽑아먹는 기계’였거든. 만 원, 이만 원씩 빌리면 엄마가 “넌 또 뭐하는데 돈을 이렇게 쓰냐”라고 잔소리를 했는데, 그때마다 나는 말도 안 되는 허세로 “나중에 성공해서 어떻게든 갚을게, 갚으면 되잖아. 결혼하기 전에 집 한 채 해주면 되잖아”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그 말을 지키게 됐다. 가게도 해드리고, 집도 해드리고. 그거 하나는 뿌듯하다.

아직 덜 자란 소년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다소 의외다.
성열
: 아, 그런 면도 있지만 대체로 나는 진짜 현실적이다. 특히 금전적인 부분. 굉장히 현실적으로 하나하나 따박따박 다 따진다. 좋을 때도 있지만 피곤한 일이지. 얼마 정도 손해를 보더라도 좋게 좋게 살면 되는 건데. 가령 뭘 샀는데 10만 원이 나오면, 왜 이 가격이 나온 건지 다 따지고 들어가야 한다. 내 성격이 이러니 남이 손해 보는 것도 그냥 못 본다. 친구가 덤터기를 썼다 하면 같이 가게에 가서 “난 이것보다 더 싸게 샀는데 왜 얘한텐 이렇게 팔았냐” 물어볼 정도다.

이 정도까진 돈을 벌어야겠다는 규모도 있을까.
성열
: 500억! 인생을 살면서 뭐가 됐든 간에 500억은 벌고 죽자고 혼자 다짐했다. 아니, 한번 태어났으면 화끈하게 벌만큼 벌고 죽어야 하지 않나. 물론 너무 많은 돈이라, 나하고 타협을 한 번 해볼까 생각 중이다. 100억 정도는 더 낮춰도 되지 않을까? 사실 그 돈으로 딱히 하고 싶은 게 있는 건 아니다. 그냥 부모님만 행복하실 수 있으면 된다. 솔직히 말이 500억이지, 사람이 돈 걱정 하지 않고 살려면 얼마가 필요한진 아무도 모르지 않나. 그래서 그냥 500억이라고 하는 거다. 아, 오늘 너무 돈 얘기만 했나? (웃음)

스타일리스트. 문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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