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승원, <헤드윅>의 ‘손드윅’

2014.08.07
“부러우면 지는 거야.” 손승원이 <헤드윅> 무대에서 뱉는 저 대사는 100% 진실이다. 스물다섯이라는 어린 나이, 모공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뽀얀 피부, 군살 하나 없는 44 사이즈의 몸매. 2013년 <헤드윅> 여덟 번째 시즌에 스물넷의 나이로 최연소 헤드윅이 된 손승원은 그렇게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안겨준다. 농익기보다는 어딘지 풋풋한 그의 모습은 보호본능을 일으키고, 주로 조용히 누르는 연기를 보여주었던 그의 넘치는 에너지는 새로운 가능성을 읽게 한다. 그리고 <헤드윅> 10주년을 맞아 지난 배우들이 대부분 돌아온 2014년 공연에서도 손승원은 더 단단하고 한층 여유로운 모습으로 자신만의 깃발을 꽂는다. 그리고 그 색에는 제법 반전이 있다.

1. 뮤지컬배우입니까?
Yes. 2009년, 스 살에 <스프링 어웨이크닝>으로 데뷔해 <쓰릴 미>, <밀당의 탄생>, <트레이스 유>, <벽을 뚫는 남자> 등을 했고 지금은 <헤드윅>에 출연 중이다.

2. 헤드윅입니까?
Yes.
헤드윅들 중 나이가 가장 어리기 때문에 어린 헤드윅의 느낌을 주려고 한다. 그냥 얼마 전 남자친구랑 헤어진 여자가 자기 연애 얘기하듯이. 얼굴도 이렇고 연륜이 느껴지는 목소리도 아닌데 뭐 다 아는 척하고 아줌마스럽게 하면 관객들의 거부감이 더 클 것 같았다.

3. 두렵진 않았습니까?
No.
작년에 <헤드윅>을 처음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이 작품은 깊이도 있고 마니아층이 많은 공연이라 내가 잘 소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정말 많았다. 캐스팅 발표 나면 얼마나 시선이 따가울지 나도 다 알고 있으니까. 초반 서울 공연 때는 매 순간 ‘내가 잘하고 있나? 관객들이 지금 어떻게 보고 있지?’라는 생각이 많았다. 그러다 지방 공연을 자주 하면서 조금씩 여유를 찾았다. 아무래도 서울 공연에 비해 <헤드윅>이라는 작품도 나도 처음 보시는 분들이 많으니 오히려 더 편하게 공연을 하게 되더라.

4. 잊고 싶은 기억이 있습니까?
Yes.
작년 프레스콜. (조)승우 형이랑 (송)창의 형은 첫 공연을 올린 상태였지만 그때 나는 첫 공은커녕 리허설도 제대로 못 했었다. 당시 몸이 안 좋아서 입원을 했었거든. 정말 죽을 때까지 씻을 수 없는 치욕을 남긴 거다! 그때 영상들 다 금지 영상이야. 그런데 올해 프레스콜을 안 해서 그때 영상 보고 내 공연을 안 보러 오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고. (웃음) 나중에 성공해서 그 영상 다 없앨 거야!

5. 오기가 있는 편입니까?
Yes.
오기가 있었으니까 <헤드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한번 봐라!’는 마음으로 준비했었으니까. 내 경험이나 연륜상 아직 느낄 수 없는 지점이 있었기 때문에 모든 장면을 외울 정도로 영화를 보고 보고 또 봤다. 영화 속 미첼은 정말 그냥 헤드윅 같거든. 눈 떠서 잠들 때까지 계속 틀어놨다. 밥을 먹거나 다른 거 하면서도 늘 들리고 보일 수 있게끔. 그 정서에 익숙해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욕심이 많은 편이기도 하고. 작년에는 내 공연이 호불호가 많이 갈렸다면 이번에는 그걸 다 돌리고 싶어서 준비도 많이 했다. 빨리 프레스콜 영상 지우고 싶다. (웃음)

6. 스스로 변화를 느낍니까?
Yes.
작년에는 연습할 시간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공연을 하면서 노래가 많이 늘었다. 주로 뮤지컬 발성으로 노래를 불렀었는데 소리를 좀 바꿔놓으니 부르기도 편하고 진짜 록음악 같다고 해주시는 분들도 많다. 처음에는 진짜 악보대로만 깨끗하게 불렀다면, 이제는 노래하면서 애드리브도 하고 내 느낌을 살려 가지고 놀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짧은 시간 공부한 것치고는 반응이 좋아서 정말 다행이다. 애드리브도 그렇다. 예전에는 짜여진 애드리브가 반응이 없으면 당황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당황스러운 상황을 가지고 다시 애드리브를 할 수 있게 됐다.

7. 희열을 느낄 때가 있습니까?
Yes.
<헤드윅>은 내가 해보지 않은 것들을 많이 하게 하는 공연이다. 그동안 누르는 연기를 많이 했는데 여기서는 에너지를 다 발산하고, 무대 위 동료뿐 아니라 관객들과도 직접적으로 놀아야 하니까. 관객들에게 몸을 만져보게 하는 헤드윅도 나 하나뿐이다. (왜 혼자만 하나?) 자신 있으니까? (웃음) 나 자신을 깨는 게 쉽지 않았는데 막상 한 번 깨고 나니까 정말 재밌다. 다들 <헤드윅>을 하고 나면 다른 어떤 공연도 못 할 게 없다는 기분이 든다고 그러는데 이래서인 것 같다.

사진제공. 컴퍼니다

8. 목표에 가까워졌습니까?
No.
총점이 10이면 지금 7 정도 되는 것 같다. 작년엔 5도 못 채운 것 같은데 올해는 후회 없이 하고 있다. 그래도 새로운 걸 계속 찾고 있다. 이번 시즌에 내가 공연을 가장 많이 하다 보니 관객들이 질려하거나 내가 질릴 수 있다는 걸 계속 경계한다. 요즘엔 앵그리인치 밴드 형들이랑 새로운 애드리브를 하고 있다. 형들 놀리는 게 그렇게 재밌더라. (웃음) 처음에는 걱정하더니 요즘은 연기 욕심들이 생겨서 그걸 충족시켜주려 노력하고 있다.

9. 영향을 받은 이가 있습니까?
Yes.
형들 공연도 다 봤다. 형들이 하는 것 중 좋은 거 있으면 쓰고. (웃음) 승우 형 공연은 자유롭고 짜여지지 않아서 그런 여유로움과 애드리브를 주로 봤고, (박)건형이 형은 파워풀한 에너지, (송)용진이 형은 무대 위의 록스피릿이 좋았다. (최)재웅이 형 공연은 아직 안 봤는데 워낙 짜여진 대본 안에서 단단하고 깊이 있는 연기를 하는 선배니까 되게 슬플 것 같은 느낌이 있다. 초반에 이지나 연출님은 워낙 드라마 자체가 탄탄해서 대본대로만 해도 관객이 감동하니까 대본에 충실히 깨끗하게 하라고 하셨었다. 그래서 내가 하는 <헤드윅>은 처음 보시는 분들께 좀 더 친절할 거다.

10. 인간관계가 좋은 편입니까?
Yes.
형들이랑 나이 차가 많이 나지만 다들 나한테 ‘얼굴은 이런데 멘탈은 40대’라고 한다. (웃음) 어린 후배들이 격식 차려서 본인들이 더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고 하더라. 그런데 나는 그냥 막 할 때가 있어서 좋다고. 예의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벽 없이 지내려고 한다. 혼내기도 애매한데 밉지 않은 캐릭터랄까. (웃음)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처음 술자리에서 만났을 때 “아, 네! 안녕하세요” 이런 것보다는 그냥 “한잔해요” 이런 거. (웃음)

11. 솔직한 편입니까?
Yes.
속이지 않고 직설적이다. 어릴 때부터 좀 자유로운 성격이라 남 신경을 잘 안 썼다. 나를 좀 사랑하는 편이라서. (웃음) 겉모습으로만 보기에는 되게 순둥이 같은 느낌인데 무뚝뚝한 편이다. 순수하지만 순진하지는 않고. 센 장난도 좋아한다. 그래서 내가 극에서 욕하는 거 보면서 의아해하시는 분들도 있더라.

12. 특별히 좋아하는 것이 있습니까?
Yes.
애니메이션이랑 히어로물, 피규어를 좋아한다. <드래곤볼>, <원피스>, 아이언맨, 배트맨을 좋아해서 예쁘고 특이한 거 있으면 사 모은다. 요즘은 팬들이 그걸 알아서 많이 사주시는데 가끔 겹치는 게 있으면 마음이 아프고 그렇다. (웃음) <드래곤볼>은 지금 봐도 너무 명작이라 극장판 보러 일본에 갔던 적도 있다. <원피스>에서는 에이스를 좋아하고.

13. 지금 행복합니까?
Yes.
데뷔 후 5년이 지났는데 어린 나이에 큰 작품을 하고 거의 주인공을 했다. 나한테 이런 기회가 있는 게 너무 행운인 한편, 작은 배역을 많이 하지 않고 올라왔기 때문에 감사함이나 겸손함을 못 느낄까 봐 불안하기도 하다. 주인공을 하게 되면 나보다 경험도 나이도 많은 선배들이 더 작은 비중의 캐릭터를 맡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분들도 나를 인정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하고 싶은 일을 찾았고 그걸로 돈도 벌고 있으니 지금 나에게는 그게 가장 행복이다.

14. 꿈꾸는 미래가 있습니까?
Yes.
배우가 되고 싶다 이런 건 아니었지만 어릴 때부터 남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했다. 노래방도 많이 가고 장기자랑 하는 것도 좋아하고. 평소에 안 하는 모습을 할 수 있다는 게 좋았던 것 같다. 뭘 해도 용납되는 공간이라 욕망을 무대에서 채울 수 있다. 내 안의 작은 부분을 꺼내서 채워 넣는 그 과정이 재밌었고 그래서 내 안에 있는 악한 모습을 찾아보고 싶어서 악역은 꼭 해보고 싶다. 사이코패스 류로. (웃음) 그리고 죽을 때까지 잊혀지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

15. 마지막으로, 당신은 누구십니까?
손승원.
1990년생. 의외로 상남자.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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