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 안 CGV에서 <명량>을 보았다

2014.08.06

영화 <명량>을 보기 위해 CGV 영화관을 찾았다. 평일 아침 9시였지만 사람들은 이미 붐비고 있었다. 홈플러스 매장이 함께 있어 중·장년층부터 아이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형 쇼핑몰 안에 극장이 있고, 쇼핑 손님이 곧 영화 관객이 되는 것은 이제 한국의 자연스러운 관람 문화가 됐다. 요즘 한국영화는 거의 모든 세대와 계층이 즐기는 국민의 여가다. 50~60대의 관람 횟수가 증가했고, 예전에 비해 혼자 영화를 보는 횟수도 늘어났다. 맥스무비 영화연구소에 따르면 2013년 혼자 영화를 보는 관객의 비율은 17%로, 이는 2003년과 비교해 3.3배 증가한 것이다. 한국인에게 영화는 일상으로 들어왔고, 2013년 관객 수는 2억 명을 돌파했다. 영화 <광해>와 <변호인>이 천만 관객을 돌파한 것은 영화 산업의 현재를 보여준다. 전 세대가 아는 배우, 모두에게 친숙한 소재, 여기에 유머까지 더한 두 작품은 광범위한 호응을 얻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올해 여름 거의 동시에 개봉한 <군도>, <명량>, <해적>, <해무>는 그런 보편성이 더욱 중요해진 것처럼 보인다. 공교롭게도 <군도>, <명량>, <해적>은 시대극이고, <명량>, <해적>, <해무>는 바다를 소재로 했다. 바다가 등장하는 것에 각 제작사들은 모두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고 우연히 소재가 겹쳤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작품의 배우들이 자주 겹치는 것은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조진웅은 <군도>와 <명량>에, 이경영은 <해적>과 <군도>에, 한예리는 <해무>와 <군도>에 출연한다. 또한 한예리는 <코리아>처럼 연변 사투리를 쓰고, 출연작이 겹치지는 않지만 유해진은 이전 출연작들에서 보여주던 특유의 코미디 연기를 한다. <해무>의 김윤석은 <황해>에서처럼 잔인하다.

익숙한 캐릭터의 배우가 나오면서 영화는 캐릭터들의 전사를 다 설명할 필요가 줄고, 관객들도 이해하기 쉽다. 많은 배우들이 동시에 출연하는 멀티캐스팅은 다채로운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고, <해무>를 제외한 세 작품은 시대극이기에 보다 폭넓은 연령층에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지난해 흥행작 <관상>과 올해 화제를 모았던 <역린>도 비슷한 요소를 담고 있었다. 작품에 따라 내용은 다르겠지만, 이들 영화의 목표는 대부분 비슷하다. 가능한 폭넓은 연령대에 쉽게 다가서며 최대한 흥행을 끌어낸다. <군도>는 500만 관객이 들어야 손익분기점을 맞추고, <명량>은 600만이다. 쇼핑몰의 손님들을 그대로 관객으로 끌어들이는 보편성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바다라는 소재는 이 지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강동원, 하정우, 최민식, 손예진, 김윤석 등 폭넓은 인지도를 가진 배우들의 스타캐스팅이 관람 전 영화에 눈길을 가게 만들면, 바다는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해무>는 리얼리티를 살리려 직접 바다에서 촬영을 했고, <명량>은 육지에서 배를 장착하고 촬영할 수 있는 장비인 짐벌을 활용, 대형 세트를 제작해 명량 해협의 회오리를 구현했다. <명량>의 하이라이트는 명량 해협에서 벌어지는 한 시간여의 해전이고, 바다로 나가지 않는 대신 블루 스크린으로 CG를 입힌 <해적> 역시 바다에서 벌어지는 액션이 가장 큰 볼거리다. <트랜스포머>처럼 CG로 거대 로봇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한국에서, 바다는 볼거리를 위해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소재다.

이순신이 바다에서 전투를 벌인다. 졸지에 해적이 된 산적들이 모험을 겪는다. 의적이 탐관오리와 싸운다. 배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군상의 이야기를 무겁게 다룬 <해무>를 제외하면, 제작비 100억 원을 넘기는 한국의 여름 대작 영화들은 모두 명쾌한 스토리에 여러 배우들이 등장해 자연을 배경으로 한 액션을 펼쳐 보인다. 이것을 한국식 하이 콘셉트(흥행을 목적으로 쉽고 간결하게 전달될 수 있는 내용의 영화를 기획하는 것) 영화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름 시즌에 이런 영화들이 나오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군도>, <명량>, <해적>, <해무>은 모두 시사회 이후 각자의 색깔과 장점을 가진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큰 흥행을 노린 작품들이 대부분 시대극, 멀티캐스팅, 특정 조연 배우 등 겹치는 요소들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것은 당연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대작 영화의 제작비는 어느덧 100억 원을 넘기는 것이 당연해졌고, 이런 작품들의 시나리오는 하정우, 최민식, 송강호 등 흥행성이 검증된 몇몇 배우에게 집중된다. 이것이 쇼핑몰 등에 자리잡은 멀티플렉스의 대대적인 상영과 더불어 개봉 첫 주의 엄청난 흥행 성적을 약속한다. 대신 <역린>처럼 전체적인 만듦새가 아쉬웠던 작품은 개봉 첫 주에 쉽게 선택된 만큼 쉽게 선택 대상에서 제외된다. 독특한 색깔의 대작 영화가 사라지고, 오히려 비슷하지 않은 무엇을 가진 작품을 찾기가 더 어려워지면서 재미 없는 영화의 대체재는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 빠른 흥행 결과에 휩쓸려간 작품들은 다시 평가 받을 기회를 잃는다. 그러니 다시 질문을 던지게 된다. 한국에서 천만 관객을 노리고 가는 흥행 대작을 만드는 방법이 여러 배우들이 한복을 입고 바다로 나가는 것밖에 없는 걸까. 쇼핑몰 안에 있다고 영화가 공산품이 된 것은 아닐 텐데.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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