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 미 더 머니 3>│① 악마다, 악마가 나타났다

2014.08.05

무대 위에서도, 술자리에서도, 인터뷰 중에도 끊임없이 욕이 쏟아진다. 하지만 Mnet <쇼 미 더 머니 3>의 출연자도, 제작진도, 시청자도 이것을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 듯하다. 힙합을 서바이벌 오디션에 끌어들인 이 쇼는 힙합을 통해 욕설, 디스, 무엇보다 살벌한 경쟁심을 그대로 드러내는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리얼리티 쇼에 담을 수 있었다. 어찌 보면 ‘막장 드라마’ 못지않은 ‘막장 예능’, 또 다른 면으로는 지난 몇 년간 성장해온 한국 힙합의 어떤 일면을 대중에게 보여주는 이 쇼를 대체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 온갖 논란들에 이어 래퍼 올티와 YG 소속의 B.I와 바비의 디스전으로 프로그램이 끓어오른 지금, <아이즈>가 이 죽이게 재밌고, 죽이고 싶게 영악한 이 쇼에 대해 짚어보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복잡해지는 출연자들의 관계를 정리했다. 그리고, 쇼의 프로듀서 중 한 명인 스윙스가 직접 <쇼 미 더 머니>를 말한다.


<쇼 미 더 머니 3>에서 B.I가 관객 투표 2등 자격이 있다는 사람 손. 그럼 B.I가 떨어질 거라고 믿은 사람 손. 래퍼들의 실력을 겨루는 서바이벌 리얼리티. 하지만 YG 엔터테인먼트(이하 YG) 연습생은 가사 까먹어도 서바이벌 하는 리얼티. B.I 잘못은 아니다. 투표는 관객의 몫, 이것이 한국 힙합과 대중의 관계. 힙합신에는 바스코, 씨잼, 기리보이, 올티 같은 래퍼들이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아이돌 연습생의 자리가 더 크다. 그래서, 쇼, 미, 더, 머니! 스내키 챈은 <쇼 미 더 머니>의 프로듀서 마스터 우와 친구다. 하지만 두 손을 공손히 모은 채 마스터 우가 자신을 지명하기를 기다렸다. 많은 참가자들은 1:1 배틀에서 더 약할 것 같은 출연자들을 지목했다. 공손, 불손, 디스, 스웨그 뭐든 한다. 성공할 수 있다면.

Mnet < 슈퍼스타 K >나 SBS <일요일이 좋다>의 ‘K팝스타’ 출연자들은 성공을 위해 좋은 기획사에 캐스팅돼야 한다. 하지만 래퍼들은 기획사 연습생이 될 필요는 없다. 쇼의 프로듀서 도끼와 더 콰이엇이 속한 일리네어는 음원과 공연 활동을 중심로 밀리어네어가 될 기세다. 스윙스와 같은 회사에 소속된 산이는 음원 차트를 휩쓸었다. 다만 필요한 것은 주목받을 계기다. 스윙스가 <쇼 미 더 머니 2> 이후 지난 1년 사이 뜨겁게 떠오른 것처럼.

바비와 B.I, YG의 두 연습생은 이 욕망을 부풀리는 베이킹파우더다. 참가자 김성희는 “아이돌 두 명 또 씨잼 올티 top 10”이라며 랩으로 둘에 대한 반감을 표현했다. 1:1 배틀을 통과한 참가자들은 프로듀서로 타블로와 마스터 우를 가장 많이 선택할 만큼 YG를 선호했다. 반면 YG의 두 참가자가 기회를 빼앗아 갈까 경계한다. 파이는 커졌고, 전선은 명확해졌다. 관객 투표를 위한 공연에서 벌어진 바비-올티-B.I의 디스전은 지난 시즌까지는 불가능했던 폭발적인 순간이다. 무대의 완성도가 높아서가 아니다. 래퍼 한 명이 YG를 상대로 싸움을 걸고, 아이돌은 욕설을 쏟아낸다. 날것이다. 힙합이다. 그런데 시청자도 알 만한 요소들이 담겼다.

B.I는 1:1 배틀에서 탈락했다. 물론, 그다음에는 뻔하디뻔한 패자부활전이 등장했다. 그러나 B.I의 탈락 위기는 그 자체로 시청자의 몸을 TV 쪽으로 끌어당긴다. 포털 사이트에서 <쇼 미 더 머니 3>, 특히 두 아이돌에 관한 기사에는 천 개 이상의 리플이 달리도 한다. 쇼의 구성은 진부하지만, 시청자들은 이미 싸움에 감정적으로 개입했다. <슈퍼스타 K 2>에서 대중이 강승윤을 욕하거나 옹호하던 그 순간이, <쇼 미 더 머니 3>에서 YG 대 다른 래퍼들의 구도로 재현됐다. 한편에서는 B.I를 비난하고, 한편에서는 옹호한다. 그리고, <쇼 미 더 머니 3>의 제작진은 <슈퍼스타 K 2> 이상으로 악랄하게 이 모든 것들을 요리한다.


래퍼 토이는 본선에 오를 후보 열여섯 명에 뽑힌 뒤에도 잠깐의 랩을 제외하면 멘트조차 제대로 나가지 않았다. 반면 B.I는 대부분의 무대에서 랩을 꼬박꼬박 잊어버려도 많은 분량을 확보했다. 제작진은 공정한 심판관도, 보호자도 될 생각이 없다. 들의 구호는 오로지 쇼 미 더 ‘쇼’다. B.I가 가사를 잊어도 관객 투표 공연에서 2등을 하자, 프로듀서와 참가자들은 비난을 쏟아낸다. B.I와 바비 위주의 편집은 그들에 대한 반감을 키웠다. 반면 B.I에 쏟아지는 비난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편집은 이른바 ‘쉴드’ 불가능한 상태에서 그를, 또는 YG를 대차게 ‘까는’ 기회를 마련한다. 제작진이 밀어주고, 다시 벼랑 아래로 떨어뜨린다. 첫 회에 프로듀서들이 ‘악마의 편집’을 비난하는 멘트를 제작진이 내보낸 것은 반성이 아닌 다짐 같다. 그들은 ‘악마의 편집’을 넘어, 프로그램 전체를 증오와 분노로 가득한 쇼로 만들었다. 경쟁자의 실수에 웃는 다른 참가자들의 모습을 이렇게 반복해 보여주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없었다. 

온정이란 없고, 출연자를 조리돌림 할 수도 있다. 제작진이 나서서 참가자들을 신나게 욕하도록 부추기는 쇼. <쇼 미 더 머니 3>는 한 신이 가진 성공에 대한 열망을 포착했고, 그들을 포섭했고, 그것을 스웨그와 디스로 풀어낸다. 싸우고 욕하는 것만이 힙합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쇼 미 더 머니 3>의 시청자 중에는 민망한 실수에도 B.I와 육지담에게 표를 준 관객들 같은 사람들도 있고, 그들은 이 쇼를 통해 힙합을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쇼 미 더 머니 3>는 재미에는 박수를, 재미를 위해 힙합에 보이는 태도에 mother f**ker를 날리고 싶을 만큼 악랄하다. 제작진은 힙합을 막장 드라마로 소화하면서 욕하려고 보는 것을 넘어 욕하기 위해 보는 쇼를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 <쇼 미 더 머니 3>에서 부글부글 끓는 그 에너지는 가리온이, 다이나믹 듀오가, 빈지노가, 그 밖의 수많은 래퍼들이 <쇼 미 더 머니> 없이 만들어낸 것이다. < 슈퍼스타 K >와 달리 한 신에서 만들어낸 인력과 역량에 온전히 기댄다는 점에서, <쇼 미 더 머니>가 힙합과 래퍼들을 다루는 태도는 단지 양심의 문제가 아니라 프로그램에 기여한 신에 대한 최소한의 대우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쇼 미 더 머니 3>야말로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해묵은 질문을 던져야 할지도 모른다. 오디션 프로그램(방송)은 힙합(장르)에 도움이 될까? 그러기를 바란다. 제작진이 출연자들에게는 쇼 미 더 머니, 시청자에게는 쇼 미 더 쇼 뿐만 아니라 쇼 미 더 힙합 하기를. 그리고 남은 참가자들은, Love & Peace. 지금 <쇼 미 더 머니 3>에 없는 힙합의 또 다른 모습이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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