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 므라즈, 어른들의 청정 팝스타

2014.08.05

제이슨 므라즈의 새 앨범 < Yes! > 발매에 즈음하여 대형 포털에서는 라이브 비디오, 특별 기획, 이벤트 등의 콘텐츠가 흘러나왔다. 국내 가수 못지않은 마케팅이고, 그에 합당하게도 제이슨 므라즈는 한국에서 앨범을 팔 수 있는 몇 안 되는 아티스트다. 단적으로 ‘I’m Yours’가 수록된 < We Sing, We Dance, We Steal Things >는 수년에 걸쳐 팝 앨범 차트 1위를 고수하며 10만 장을 훌쩍 넘겼고, 지난 앨범 < Love Is a Four Letter Word >는 발매 직후 2만 장을 돌파했다. 그의 공연과 그가 출연하는 페스티벌 티켓은 당신이 이 글을 읽는 동안 매진된다. 심지어 오디션 쇼에서는 그의 영향으로 기타에 젬베를 곁들이고, 너무 빠르지는 않지만 흥겨운 리듬에 랩을 섞는 시도로 호응을 얻는다. 말하자면 그는 독자적 K-POP 시장을 자랑하는 한국에서도 미국에서의 인기와 상업적 성공의 수준을 그대로 재현하는 유일한 예나 다름없다. 해외 팝 음악이 90년대까지 대중문화 내에서 확고했던 위상을 다시는 회복하지 못하는 와중에, 제이슨 므라즈의 위상은 특별한 것이다. 그리고 그 특별함은 한국 내에서만 특이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재미있다.

한마디로 그는 음악 시장에서 90년대의 방식으로 등장하여 지난 10여 년에 걸쳐 성공을 이룬 사람이다. 제이슨 므라즈는 초창기의 주얼이 공연했던 것으로 알려진 커피숍 ‘자바 조’에서 3년간 매주 목요일 공연을 했고, 지역에서의 인기를 기반으로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하고 2002년 데뷔 앨범을 냈다. 요즘 이는 낡았다기보다 드문 것이다. 지난 시기, 음악적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기회를 얻는 주요 통로는 <아메리칸 아이돌>을 위시한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그다음에는 아마 유튜브일 것이다. 그게 싫다면, 공연 시장의 확대와 힙스터 문화의 확산을 통하여 음악을 지속하기에 충분한 수익을 누릴 수 있게 된 인디 뮤지션의 길이 남아 있다. 아마도 제이슨 므라즈는 남성 솔로 아티스트로서 아담 램버트도 아니고 잭 존슨도 아닌 길을 걷게 된 마지막 아티스트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흑인 음악이 팝 음악계를 지배하는 현 상황이 바뀌기 전에는 확실하다.


그리고 그의 성공이 흥미로운 것은 단지 그 과정이 아니라 그의 음악 또한 그 방향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제이슨 므라즈의 음악은 그 태생을 따라 ‘커피하우스’로 불리는 어쿠스틱 음악에서 시작하여 ‘컨템퍼러리’라고 수식되는 성인 취향의 팝/록 사운드의 거의 모든 경향을 포괄한다. 그의 별명이기도 하지만, 두 번째 앨범 제목이 ‘Mr. A-Z’인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첫 앨범의 다소 밋밋한 사운드 이후 그에게 성공을 안겨준 앨범들을 살펴보자. 중간 템포의 노래에 기억에 남는 훅을 얹거나, 빠른 노래에 랩에 가까운 그루브를 싣는 특유의 스타일은 물론, 레게와 재즈, 그리고 약간의 엘튼 존까지 첨가한다. 그래서 지나치게 새롭고 과격한 것을 따를 정도는 아니지만, 흘러가지 않은 현재의 음악으로서 ‘어른들의 팝’을 원하는 이들에게 제이슨 므라즈는 최적의 선택이다. 그중에서도 ‘I’m Yours’는 좋은 멜로디를 가진 히트곡이지만 동시에, 일말의 위험성도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이 노래는 ‘난 니 꺼야’를 넘어 진실한 사랑과 그 관계에 대한 예찬을 담는다. 미국의 매체들이 제이슨 므라즈를 가리켜 ‘무해하다(harmless)’고 표현할 때, 때때로 비아냥을 담기도 하지만 그조차도 그의 성공을 말하는 방식이 되는 이유다.

왜냐하면 제이슨 므라즈는 자신의 ‘무해함’을 스타로서의 이미지로 의도하거나, 외부의 기획으로부터 수혈받지 않는다. 그보다 무해함은 그의 음악이 자연스럽게 이르는 결과에 가깝다. 최근 인터뷰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노래를 다 만들고 나면,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노래인가? 국적이나 인종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인간애를 느낄 수 있는 노래인가?” 이런 사람이 부르는 노래라면, 재미없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기분 나쁘다고 할 사람은 별로 없다. 그리고 그가 음악 이외의 부분에서 인권/환경운동가이자 자선사업가이고 채식 레스토랑의 투자자이자 아보카도 농장의 주인으로서 사는 것 또한 자연스럽다. 그렇기에 새 앨범 < Yes! >가 전작의 ‘Love’를 능가하는 긍정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이번에는 심지어 노래 제목들만 봐도 영혼이 정화된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대로인 것은 아니다. < Love Is a Four Letter Word >에서 지나치게 기술적인 접근으로 한계가 보였던 음악적 스타일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음이 엿보인다.

오랫동안 교류하던 인디 포크밴드 레이닝 제인과의 공동 작업이자 100% 어쿠스틱 사운드로 만들어진 결과물은, 그의 초창기를 떠올리게 하지만 동시에 2014년이라는 시간에 어울리는 세련을 갖추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소박하지만 아티스트의 위치에 걸맞은 기술적 지원이 담겨 있는 음반을 듣는 일은 꽤 즐거운 일이다. 그 결과 싱글이 아닌 앨범 단위에서 더욱 힘을 발휘하고, 제이슨 므라즈가 좋은 곡을 쓰는 능력과 동시에 출중한 보컬리스트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한다. 이 앨범이 일종의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하여 정규작이 된 만큼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제이슨 므라즈가 스스로 동경하던 90년대의 전설들처럼 조용히 사그라져 연명하는 단계로 진입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희망을 갖기에는 충분할 것 같다. 여전히 음반을 구입하거나 그러한 기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직 에드 시런과 샘 스미스 같은 이름들에게 신뢰를 주지 않는 당신이라면 안심해도 좋다. 당신의 팝스타는 아직 건재하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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