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조인성, 결핍의 아름다움

2014.08.04

그는 완벽한 남자다. 연예계의 떠오르는 라이징 스타, 재벌 2세, 왕실 친위부대의 수장, 한국 최고의 셀러브리티 작가. 최근의 SBS <괜찮아 사랑이야>까지 이어지는 필모그래피에서 조인성이 연기한 인물들은 그의 훤칠한 키와 몸의 비율, 아름답기까지 한 얼굴과 함께 종종 완벽한 스펙을 이룬다. 하지만 그 완벽한 남자들은 또한 치명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다. 재벌 2세지만 장남이 아니기에 형에게 콤플렉스를 느끼며(SBS <발리에서 생긴 일>), 성공 가도를 앞에 둔 연기인이지만 난독 증세가 있어 대본을 읽지 못하고(SBS <별을 쏘다>), 밖에서는 사교적인 인기 작가지만 집에서는 보안에 대한 강박을 가지고 있다(<괜찮아 사랑이야>). 그들은 정확히 말해 완벽해 보이는 남자다.

꽃 같은 외모를 지닌 남자. 하지만 과연 마음 놓고 사귀어도 될지 걱정되는 남자. 물론 90년대식 백마 탄 왕자님과 달리 성격적 결함을 가지고 있는 건 2000년대 로맨스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요소들이다. SBS <파리의 연인>의 까칠한 재벌 2세 한기주(박신양)가 그러했고, 당장 최근 방영 중인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이건(장혁) 역시 요절하는 집안 내력에 전전긍긍하는 재벌 2세다. 하지만 자신의 결점이 매력일 수 있다는 걸 아는 듯, 그 괴팍한 성격을 마음 놓고 드러내는 여타의 주인공들과 달리, <별을 쏘다>의 성태와 <발리에서 생긴 일>의 재민 등은 자신의 콤플렉스를 숨기고 들킬까 봐 불안해한다. 정확히 말해 그는 완벽한 모습과 불안정한 모습이 공존하는 걸 보여주기보다는, 불안정한 모습을 감추기 위해 완벽한 모습을 취한다. 그들이 완벽해 보이는 동시에 불안해 보이는 건 그래서다. 동시대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조인성의 키와 미모가 조각상 같은 정형화된 모습이 아닌 아슬아슬한 감정의 진폭을 담아내는 건 이 지점이다. 타고난 화사함을 과시하기보다는 불안을 억제하며 만들어지는 긴장감이 그의 연기에는 있다. 재벌 2세로서의 재력으로 수정(하지원)에게 모든 걸 해주면서도 “결혼 빼고 다” 해줄 수 있다며 자기 뜻대로 인생을 살 수 없는 차남으로서의 한계를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재민처럼, 조인성의 로맨스 연기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 달도 별도 따줄 것처럼 굴 때가 아니라 아무리 사랑해도 달과 별은 못 따온다는 걸 아는 불안한 표정으로 완성된다.


소위 누나의 로망이라 불리던 조인성 특유의 모성애를 자극하는 연기는 그래서 독보적이다. 단순히 연상의 여배우들과 자주 호흡을 맞춰서는 아니다. 앞서 말한 완벽하지만 결핍을 가진 다른 주인공들은 세상 모두에 까칠해도 내 여자에게만은 따뜻하다. 반면 성태와 재민, 약간의 자폐 증세가 있던 SBS <봄날>의 은섭은 오히려 남들에게 결핍을 숨기고,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야 비로소 그 결핍들을 온전히 드러낸다. 성태는 자신의 난독 증세를 매니저인 소라(전도연)에게 밝히고 그가 읽어주는 대본을 통으로 암기하며, 은섭은 형 은호(지진희)에 대한 애증의 감정을 정은(고현정)에게 토해놓는다. 얼마든지 막살아도 이상할 것 없는 <비열한 거리>의 조폭 병두가 마치 구원을 구하듯 첫사랑 현주(이보영)에게 기대는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자신의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던 남자가 무너져 의지할 때 그 애틋함과 안쓰러움은 스크린과 브라운관 바깥에까지 전해진다.

그래서 정신적 결핍을 지닌 남자와 정신과 의사를 주인공으로 삼으며 대놓고 치유의 서사를 표방하는 <괜찮아 사랑이야>는 조금 과장하자면, 조인성을 위한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신작을 낼 때마다 승승장구하는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화려한 파티 피플로서 사람들의 환호에 익숙한 재열은 조인성이 연기한 인물들 중에서도 가장 괜찮은 척 스스로를 숨기는 캐릭터다. 자신을 찌른 형 재범(양익준)과의 어린 시절 기억과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지만 한순간도 흐트러지지 않고 대중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의 태도는 너무 완벽해서 불안하다. 전작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와 비교해도 씬 해사하고 세련된 조인성의 외모와 “내가 우울증이 있어도 선생님(해수)에게 안 들킬 수 있다”고 말하는 자신만만한 미소에선 그래서 역설적으로 언제 무너질지 모를 것 같은 균열이 더 강하게 느진다. 단순히 잘나가고 재수 없는 인기남과 전문직 여성의 까칠한 로맨스 정로 소비될 수도 있는 재열과 해수(공효진)의 부딪힘이, 숨기는 자와 알아채는 자의 팽팽한 긴장감으로 이어지는 건 그 때문이다. 그 긴장감이 무너지고 사랑을 통해 치유에 이르는 과정이 노희경 작가의 대본 안에서 과연 어떻게 그려질 수 있을까. 아직 알 수 없지만, 이것 하나는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을 통한 구원의 이야기를 전하기에 조인성이란 배우는 가장 좋은 메신저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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