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즘│① 고양이가 우리를 지배한다

2014.06.24

누구나 마음속에 고양이 한 마리쯤은 있는 시대다. 고양이를 마스코트로 활용하며 주목받았던 고양시, 고양이가 나인지 내가 고양이인지 알 수 없게 돼버린 진중권 교수 등에게서 확인할 수 있듯 고양이는 서서히 우리를 지배해가고 있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반려묘의 수는 2배로 뛰었으며(농림축산검역본부), SNS에서는 고양이의 사진만을 게재하는 ‘봇’ 계정이나 다양한 개성을 지닌 누군가의 반려묘들이 인기를 끄는 중이다. 도대체 지금 고양이와 인간 사이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왜 이들의 사랑스러움은 쉽게 전염되는 것일까. 이번 주 <아이즈>는 고양이에 관한 스페셜을 마련했다. 고양이에게 지배당하고 있는 한 인간의 자전적 이야기, 각각 다른 고양이 서른 마리와 그들을 보살피는 인간 집사들의 속사정을 담았고양, 인간 몰래 ‘캣스타그램’을 운영하는 한 사춘기 고양이의 계정도 슬쩍 훔쳐봤다옹!

고양이들의 음모를 낱낱이 밝힌 책으로, 그들이 본다면 불온서적으로 지정할 것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 지경이 되어 있었다. 인생에 대한 푸념 따위를 하려는 게 아니다. 이건 고양이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존재인지에 관한 이야기다. 나는 지금, 그들이 눈치챌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릅쓰고 이 글을 쓰는 중이다. 노트북 소리가 문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게 최대한 조심하면서. 무릇 고양이들이란, 인간이 자판을 두드리고 있으면 방해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법이다. 화면 앞을 알짱거리거나 노트북 위에 눌러앉아야만, 그래서 어떻게든 우리가 손가락을 멈추고 자신들과 놀아줘야만 직성이 풀린다. 그들은 인간이 더 이상 똑똑해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필요에 따라 부려 먹기엔 현재의 지능 수준이 꼭 알맞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믿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고양이를 키운 이후로 내 일상은 그에게 종속됐다.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혼자 살고 있던 어느 날, 졸졸 따라오던 길고양이를 집에 들인 것이 발단이었다. 급하게 사온 사료를 정신없이 먹어대는 그를 보며 나는 생각했다. 고양이는 손도 많이 가지 않으니까, 그다지 외로움도 타지 않는 동물이니까 부담 없이 키울 수 있겠지. 완벽한 착각이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나를 조종하기 시작했고, 나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부지런해졌다. 날파리가 꼬이도록 방치했던 음식물 쓰레기는 혹시라도 고양이가 핥아 먹고 탈이 날까 봐 부리나케 버렸다. 머리카락과 먼지로 늘 엉망이던 방바닥은 고양이에게 병이라도 생길까 손에 물 마를 날 없이 쓸고 닦아댔다. 고양이 전용 모래 화장실을 청소하는 것도 당연히 내 일이었다. 그는 성에 찰 정도로 화장실이 깨끗하지 않으면 이불에 배변을 보는 것으로 나를 응징했으며, 그럴수록 나는 죄송한 마음이 되어 똥이며 소변이 굳은 모래덩어리를 열심히 치웠다.

좋게 말하면 이전보다 섬세해진 것이고, 달리 말하면 예민해진 것이다. 고양이의 표정, 행동, 울음소리 하나하나에 신경을 바짝 곤두세웠다. 그릇에 부어놓은 사료를 잘 먹지 않으면 온갖 고양이 관련 커뮤니티를 뒤져 기호성이 뛰어나다는 것으로 바꿔주었다. 작은 공이나 쥐 인형에 시큰둥해하면 손주를 보는 할머니의 심정이 되어 깃털이 마구 달린 낚싯대 장난감을 구해왔다. 매일 모래 화장실을 뒤지며 변 상태를 체크했고, 귀나 얼굴을 과도하게 긁지는 않는지, 눈곱이 심하게 끼지는 않았는지, 콧물을 흘리고 있진 않은지, 말랑말랑 젤리 같던 발바닥에 굳은살이 박이지는 않았는지, 똥꼬가 더럽진 않은지, 발톱이 갈라지진 않았는지, 이상한 걸 삼키진 않았는지, 기력이 없어 보이진 않는지… 기타 등등 아무튼 고양이의 눈치를 수시로 살폈다. 지갑이 얄팍해지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고양이의 상태가 조금만 이상해도 동물병원에 달려가 치료비로 기꺼이 몇만 원을 지불했으며, 고양이가 좋아하는 간식이나 몸에 좋다는 영양제를 사다 날랐으니 말이다. 아이허*를 처음 이용하게 된 이유도 고양이의 면역력 증강에 유익하다는 영양제를 구매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먹을 귤젤리는 배송료 할인을 위한 추가 구입 품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처음엔 이렇게 평화로운 날들만 있을 줄 알았다.

왜 그렇게까지 했냐고 묻는다면, 그냥 고양이와 오랫동안 함께 살고 싶었을 뿐이다. 쳐다보고만 있어도 심심하지 않을 만큼 귀여운 얼굴, 손으로 쓸어보면 보들보들한 느낌이 좋은 털, 찹쌀떡처럼 앙증맞은 발, 만져주면 그르렁거리며 짓는 만족스러운 표정 등에 나도 모르게 홀린 셈이다. 그리고, 고양이는 점점 더 강력한 방법으로 나를 지배했다. 내가 집으로 늦게 돌아온 날이면 그는 후다닥 현관으로 달려 나와 바닥에 뒹굴며 애교를 부렸다. 그 모습이 안타깝고 사랑스러워 한동안은 퇴근 후 약속을 아예 잡지 않거나 적당히 놀면서 귀가 시간을 앞당겼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모두 놈의 계략이 아니었나 싶다. 한 시간이라도 일찍 나를 불러들여 마음껏 부려 먹으려는 수작이었던 것이다. 고양이는 내가 슈퍼에 가기 위해 잠깐만 집을 비워도 애절한 목소리로 크게 울어댔으며,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어린아이를 떼어놓고 혼자 도망가는 매몰찬 엄마라도 된 양 죄책감이 들었다. 그의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해 두 번째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오던 날, 비로소 나는 깨달았다. 고양이들이 나를 하인으로 삼고, 우리 집까지 차지하려 한다는 끔찍한 사실을! 예상대로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두 고양이들은 이른 새벽녘부터 온 방 안을 뛰어다니며 나를 깨우고, 일어나서 아침밥을 차려줄 때까지 끊임없이 귓가에서 야옹거린다. 밤이 오면, 어디로도 도망가지 못하게 감시하는 것처럼 내 배 위 혹은 머리 옆, 발밑에 자리를 잡고 잠을 청하기도 한다.

고양이의 지배 영역은 차츰 넓어지고 있다. 파출소전철역 같은 우리 사회의 주요 시설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는 건 물론, 시청률이 가장 잘 나온다는 지상파 일일연속극의 타이틀롤까지 꿰찼다. 두려움에 떨며 고양이에 관한 자료를 찾던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고양이들은 인간에게서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애교를 부리는 것도 모자라, 인간 아기에게 걸음마를 가르치거나 울음소리로 우리를 조종하고 있었다. 이쯤 되니, 얼마 전 고양이가 내 등에 깊이 새겨놓은 발톱 자국도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은 혹시, 저 옛날 양반들이 노비에게 남기던 표식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증여론>을 쓴 프랑스의 인류학자이자 사회학자, 마르셀 모스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개를 가축화했다. 그러나 고양이는 인간을 가축화했다.” 작금의 상황에 대한 적확하고도 섬뜩한 예언이다. 과연 우리는 고양이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 갑자기 밖에서 수상한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그들이 온 것 같다. 내가 아무런 기척을 하지 않자 이제는 발톱으로 문을 박박 긁기 시작한다. 고양이들이 보기 전에 어서 노트북을 닫아야 하느ㄴ11111111111111111111111111
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
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
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
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

교정. 김영진




목록

SPECIAL

image BTS's back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