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 ‘기적’, 현실로 내려온 판타지

2014.06.02
[세 줄 요약]
CONCEPT
: 이번에도 수트. 그러나 컬러렌즈는 빼고.
MUSIC: 연인은 떠났지만, 꿈속에서나마 행복했던 시간을 상상하는 남자.
STAGE: 언제나처럼 뮤지컬적인 느낌을 가미한 군무.

[고득점 집중 공략]
good: 대중성은 확보하되, 빅스만이 할 수 있는 것은 놓치지 않은 전략.
지금까지 빅스는 파격적인 캐릭터를 덧입어 왔다. 독특한 컬러렌즈와 짙은 눈화장으로 뱀파이어가 되고(‘다칠 준비가 돼 있어’), 지킬과 하이드를 연기(‘hyde’)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 곡인 ‘저주인형’은 이들이 할 수 있는 콘셉트의 극단을 보여주었다. 주문을 걸고 막대로 가슴을 관통당하는 퍼포먼스뿐 아니라, 피가 튀어 오르는 뮤직비디오까지 어느 아이돌 그룹에서도 볼 수 없었던 과감한 시도로 팀의 이미지를 굳혔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이란 신선함과 거부감 사이에서 늘 아슬아슬하기 마련이며, 대중적인 지지를 고려하면 언제까지나 지속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팬덤 형성의 중요한 축이었던 콘셉트를 한순간에 버리기도 어려운 일이다. 빅스는 ‘기적’으로 나름의 절충안을 찾은 듯 보인다. 컬러렌즈와 눈화장 등 보는 이에 따라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코스튬은 전부 사라졌다. 노래 속의 이야기를 안무로 그려내는 뮤지컬적 퍼포먼스는 여전하지만, 이전 곡들과 달리 과격한 느낌은 거의 제거되었다. 판타지는 있으나 겉으로 보이는 콘셉트가 아니라 노래 속에 존재한다. 현실에 좀 더 가깝게 발을 디딘, 보통의 남자 아이돌로 방향을 살짝 전환한 셈이다.

bad: 스토리는 확실하나 심심하게 들리는 노래.
돌아온 연인과 함께하는 시간은 사실상 꿈이고, 내 곁에 아무도 없는 상황은 알고 보니 현실이다. 어느 것이 더 “끔찍한 악몽”일진 모르지만, 남자는 차라리 “다시는 깨지 않을 영원한 꿈속”에서 살겠다고 말한다. ‘기적’은 떠나간 연인에 집착하다 죽음에 이르는 남자의 이야기를 1절과 2절에 걸쳐 차근차근 풀어내며 감정을 고조시킨다. 뮤직비디오 또한 가사를 고스란히 영상으로 옮겨오며 노래의 비극적인 분위기를 강화한다. 멤버들은 한 여성과 함께 피아노를 치거나 춤을 추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시계가 거꾸로 돌아간 후 사실 그들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렇듯 ‘기적’의 콘셉트는 흥미롭지만, 문제는 그만큼 흥미롭지 않은 곡 자체다. ‘다칠 준비가 돼 있어’와 ‘hyde’, ‘저주인형’은 시작부터 강하게 치고 나오는 보컬, 드라마틱한 연출 등으로 듣는 내내 긴장감을 유지하게 만들었다. 반면 ‘기적’은 적당한 템포와 적당한 비트로 이어지며 좀처럼 클라이맥스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이전 곡들에서 빅스가 담아냈던 맹목적 사랑이라는 정서는 깔려 있으나, 강렬함을 제거하자 노래 전체의 인상이 평범해져 버린 것이다. 대중성과 팬덤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한다는 과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1점 더 올리기]
- ‘기적’ 뮤직비디오 촬영 당시, 막내 혁은 스튜디오의 배경음악으로 트로트를 랜덤 재생해놨었다고 밝혔다. 밤늦게 진행되는 촬영의 고단한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벌인 일이라고. 그의 설명에 따르면 감독들 역시 트로트에 맞춰 덩실덩실 몸을 움직이며 뮤직비디오를 찍었다고 한다.
- 빅스가 데뷔 초반부터 자체적으로 제작하던 <빅스 TV>는 얼마 전 100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했다. 아쉬움을 달래고 싶다면, 멤버들이 각자 추천한 베스트 에피소드 위주로 다시 복습하자. 엔과 라비의 정신없는 진행으로 큰 웃음을 주었던 1회, 멤버들이 한복을 입고 ‘다칠 준비가 돼 있어’를 췄던 설날 스페셜, 데뷔 100일 특집으로 꾸며진 12회, 빵을 만들었던 39회, 초심으로 돌아갔던 59회, 그리고 음악프로그램에서 ‘저주인형’으로 1위를 차지하는 모습이 담긴 78회 등이다.
- 켄은 최근 앨범 발매 소감을 그림으로 남겼다. 빅스의 캐릭터 ‘로빅’을 섬세하게 그려낸 펜 터치가 놀랍지만, 사실 켄은 오래전부터 빼어난 미술 감각을 뽐내왔다. 증거 자료는 그가 그린 팬들의 캐리커처와 배트맨, 멤버들의 모습 등이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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