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리부트는 시작됐다

2014.05.21

 ① <무한도전>, 리부트는 시작됐다
② <무한도전> ‘선택 2014’ D-1, 후보자 최종 리포트



“이제 연예인들을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닌 체험할 수 있는 방송을 만들겠습니다!” 노홍철은 이 말과 함께 MBC <무한도전>에서 시청자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그들은 다음 주 <무한도전>을 촬영하는 스튜디오에 출연했다. 시청자들이 투표로 <무한도전>의 리더를 뽑는 ‘선택 2014’에서 노홍철을 지지하기 위해서였다. 노홍철은 시청자를 <무한도전>에 끌어들였고, 시청자는 다시 노홍철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가 출연자들의 사생활 공개를 공약으로 내건 ‘선택 2014’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 <무한도전>이 가장 잘 생긴 멤버를 뽑는 투표를 했을 때, 투표의 결과는 노홍철에게 ‘미남’이라는 캐릭터를 부여하는 정도에서 끝났다. 반면 ‘선택 2014’는 시청자의 선택이 <무한도전> 전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미 사전투표만 몇 만 명 이상 참여한 이 선거에서 노홍철이 당선되면, <무한도전>은 정말로 유재석의 사생활을 공개해야할지도 모른다.

<무한도전>이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말을 쓰기 시작한 것은 정형돈과 하하가 실제로 어색한 사이라는 것을 밝히면서부터다. 사생활 공개는 <무한도전>에서 없던 일이 아니다. 달라진 것은 제작진이 통제할 수 없는 시청자에게 프로그램의 결과를 맡긴 것이다. 이미 ‘하하 vs 홍철’에서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스스로를 던지기는 했다. 체육관에서 벌어진 두 사람의 대결에 수천 명의 관객들이 일희일비하자 두 사람은 부담감에 울기까지 했다. 그러나 MBC 파업 이후, 돌아온 <무한도전>은 오랫동안 비슷한 시도를 하지 않았다. 시청자가 낸 아이템을 반영하는 에피소드도 있었지만 시청자의 역할은 아이디어를 낸 게임을 진행하고, 특별 출연한 그룹 EXO에 환호하는 정도였다. 그 사이 가수들이 시청자 앞에서 진짜로 대결하는 KBS <불후의 명곡>이 <무한도전>의 시청률을 앞서는 날이 많아졌다. MBC <일밤>의 ‘아빠 어디가’는 제작진도 어찌할 수 없는 아이들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선택 2014’는 <무한도전>이 ‘하하 vs 홍철’ 이후 이 새로운 흐름에 다시 도전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시청자가 투표를 통해 <무한도전>을 체험하고, <무한도전>에 지워지지 않을 영향력을 남긴다. 방영이 예고된 노홍철의 결혼 상대 찾기에도 일반인들이 출연한다. 그들이 노홍철에게 보이는 반응은 크든 작든 노홍철과 <무한도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어떤 출연자는 노홍철의 집에 방문했던 시청자처럼 여러 번 출연할 수도 있다. 제작진이 정한 아이템을 출연자들이 소화하는 과정에서 리얼한 반응을 보인다. 그것이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작이었다. 그런데, ‘선택 2014’는 시청자가 던진 상황이 프로그램을 움직인다. <무한도전>판 ‘리얼리티 시대’의 시작이다.



‘선택 2014’에서 정형돈은 지드래곤, 성규 등 인기 아이돌들의 지지를 끌어냈다. 이 과정은 SNS를 통해 퍼져 나가면서 화제가 됐고, 정형돈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다. 박명수, 정준하, 하하는 저조한 지지율로 후보를 사퇴했다. <무한도전>은 1주일에 한 번 방영한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실시간으로 움직인다. 프로그램의 범위가 제작진이 편집을 마친 방영분이 아니라 그 기간 동안 벌어지는 현실을 담는다. 이 시간에도 시청자는 <무한도전>이라는 콘텐츠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Mnet <슈퍼스타 K>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도 비슷한 상황이 일어나지만, 통제된 상황에 있는 출연자들은 새로운 상황에 반응할 수 없다. 반면 <무한도전>의 출연자들은 자메이카에서 우사인 볼트를 찾을 때 SNS에서 우사인 볼트를 비롯한 여러 사람의 멘션에 따라 예정에 없던 행동들을 계속했다. ‘선택 2014’는 이 과정을 <무한도전>의 전체 시청자로 확대한 것과 같다. 박명수, 정준하, 하하가 지지율 저조를 이유로 사퇴한 것은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한 연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지지율이 낮다는 사실만큼은 진짜다. 출연자의 진심이 무엇이든, 그들은 어떻게 바꿀 수 없는 상황 앞에서 시청자의 호응을 얻을 선택을 해야 한다.

그래서, 노홍철은 투표에서 이기든 지든 이미 승리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출연자의 사생활 이슈로 지지를 끌어내면서, 시청자의 호응에 따라 출연자의 지지율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러나 그의 승리는 결과적으로 유재석의 방향이 옳았음을 보여준다. 유재석은 사생활 공개 같은 아이템 이전에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전 투표에서 이미 몇 만 명의 참여를 끌어낸 ‘선택 2014’는 <무한도전>이 멤버들의 사생활을 공개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시청자의 눈길이 다시 <무한도전>에 향하게 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리고, 박원순 서울 시장이 ‘선택 2014’에 참여하는 등 이 아이템이 지방선거를 자연스럽게 연상시키면서 <무한도전>은 지방선거라는 현실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주게 됐다. 시청자가 <무한도전>에 개입하고, 그 결과 <무한도전>이 다시 현실에 영향을 준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대를 시작한지 8년, 프로그램을 시작한지 9년 만에 <무한도전>이 새로운 아이템이 아닌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7명이던 멤버가 6명으로 줄어든 이후의 일이다. 그러니까, 리부트는 시작됐다. 정말로 새로운 10년을 열지도 모를 <무한도전>의 리부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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