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light] 이주승ㅣ① 소년이 아니야

2014.04.30

피 한 방울 안 섞인 누나에게 느꼈던 기묘한 감정을 거침없이 말해버렸던 남자아이. 소년은 어그러져 버린 관계를 복원시키려 여행길에 오르지만, 여행은 그것이 이미 놓쳐버린 것임을 깨닫게 만든다. 그렇게 길 위에서 아스라히 서있던 소년. 그 복잡한 감정의 균열을, 소년에게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의 무게를, 이주승은 영화 <셔틀콕>에서 격렬한 표정 변화 없이 침착하게 전달한다. 그가 영화 < U.F.O. > 에서 자신의 범죄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 UFO를 보았다고 인터뷰한 소년 순규였을 때도, <누나>에서 ‘아무나 물어뜯는 개새끼’라고 불렸던 소년 진호였을 때도, 그는 무뚝뚝한 얼굴 속에 담긴 흔들리는 감정을 눈동자만으로도 충분히 관객을 납득시켰다. 그가 종종 영화 <아무도 모른다>로 칸국제영화제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야기라 유야에 비유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중고등학생 때 별다른 방황 없이 보냈어요”라고 말하는 이주승은 변태, 성폭행범과 같은 캐릭터를 연기한 것과 달리 비교적 순조로운 사춘기를 보냈다. 어린 시절부터 혼자 만든 만화 캐릭터로 이야기를 만들며 홀로 연기 놀이를 했던 아이는 9살에 시작해 9년 동안이나 해왔던 태권도를 “싸우는 게 재미없다”고 느끼는 순간 그만 둬 버린다. 소년은 그렇게 삶의 어느 곳이나 자신의 감정에 기민하게 반응했다. 그래서 
흥미를 잃으면 좀처럼 해나갈 의지를 잃어버리는 소년이 선택한 것은 어린 시절 좋아했던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었다. 비록 기획사에서 사기를 당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배우의 길로 들어서기 위해서 아버지를 설득했고, 스스로에게 “끝까지 살아남는 배우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고등학생 때는 그저 연극부에서 연극을 올리고 방송반 카메라를 려 영화를 찍었던 게 “학창 시절 기억나는 전부”일 정도.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그 감정을 고스란히 자신의 삶에 투영하는 삶. 그래서 그가 영화에서 클로즈업으로 얼굴이 자주 잡히는 것도 그만큼 미묘한 감정들을 잘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남들이 자신의 대화를 듣는 게 싫어서 밖에서 통화하는 게 아직도 어렵고, 숙제 같았던 군대는 맡았던 영화가 끝나자마자 바로 다녀와 버리는 소년. 하지만, 이제 스물여섯. 단순히 좋아한다, 하고 싶다는 감정으로만 살아갈 수 없는 나이다. 그래서 처음으로 들어간 상업 영화 <방황하는 칼날>의 조두식을 맡으려고 “다들 눈에 불을 켜며, 전쟁터 같았던” 6차 오디션을 치렀고, 그 때 “세상에 배우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도망치는 대신 “나는 무식하다. 여기까지만 하면 나보다 똑똑한 새끼한테 달린다”며 악착같이 한 걸음 더 성장하려는 움직임. 이주승은 이제 자신의 연기 한 신이 관객 수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며 책임감을 갖고, 대본을 질리도록 보고, 마지막 순간에 한 번 더 보려고 노력한다. “배우를 생업으로 하려면 엄청난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그렇게 소년은 한 걸음 더 어른의 길로 나아간다.

교정.김영진




관련포토

목록

SPECIAL

image 4세대 아이돌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