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밖에서 먹는 집밥

2014.04.15
© 소셜다이닝 집밥

‘아현동 쓰리룸’은 매주 목요일 10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 음식을 같이 먹는 모임이다. ‘소셜 다이닝 집밥’에서 여는 모임 중 하나로, 지난 10일 모임에는 17명의 사람들이 함께 유부초밥을 만들어 먹었다. 이미 13번째 행사다. 이 모임에 참가한 이혜민씨는 “10년 동안 자취를 했는데, 혼자 밥 먹는 게 너무 싫어서 나왔다”고 참가 이유를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 박환철씨 역시 “개인적으로 상처받은 일이 있었는데, 여기 와서 이야기를 하니까 마음이 풀리는 느낌이 있어서 계속 오게 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가족이나 친구도 아니고, 모임 전에 친분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리 넓지 않은 마루에 옹기종기 모여 밥을 먹고 사는 이야기를 나눈다. 한 참가자는 “퇴근하는데 ‘너 어디가?’라고 상사가 그러기에 ‘저도 먹고살아야죠!’ 하고 뛰쳐나왔다니까요”라며 참가 소감을 말했다.

집에서 먹지 않는다. 가족과도 함께 먹지 않는다. 하지만 먹는 사람들은 그것을 ‘집밥’이라 부른다. 소셜 다이닝 집밥의 행사는 지금 ‘집밥’으로 불리는 어떤 식사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책 <킨포크 테이블>, 올'리브 <셰어하우스>, JTBC <집밥의 여왕> 등 이미 많은 미디어에서 집밥을 다양한 콘텐츠로 소화한다. 또한 홍대와 강남 등 번화가에서는 집밥을 콘셉트로 하는 식당이 늘고 있다. 식당에서 만드는 집밥, 또는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먹는 집밥이 하나의 현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 밥을 파는 곳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된장국, 초고추장이 올라간 돌나물, 멸치조림 같은 반찬들은 집밥을 내세운 식당이 아니더라도 일반 백반집에서도 나오는 반찬들이다. 집밥집과 백반집을 가르는 차이는 오히려 분위기와 뉘앙스다. 홍대에서 집밥집 호기심을 운영하는 이승희 대표는 “강남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자극적인 음식뿐이었다. 일반 백반집을 가면 시끄럽고 정신없다. 정갈하게 대접받는 느낌의 한 끼를 먹고 싶어 밥집을 차리게 됐다”고 말했다. 호기심의 음식들은 제대로 된 집밥을 만들어내기 위해 육수에도 조미료를 넣지 않고 멸치, 파, 무 등을 넣고 끓인다. 점심 준비 시간만 2~3시간이 걸린다. 이렇게 준비한 음식을 좋은 식기에 담아 정갈한 분위기로 파는 것이 가게 집밥인 것이다.


<셰어하우스>와 <킨포크 테이블>은 집밥의 정의를 관계에서 찾기도 한다. 올'리브 석정호 CP는 “<셰어하우스>를 준비하면서 PD나 작가들이 혼자 먹는 외로움에 대한 공감이 컸다”고 말했다. <킨포크 테이블>의 편집자는 “유명인이 아닌 일반 사람들이 지인을 초대해 먹는 음식을 소개하는 것이 <킨포크 테이블>이다.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집밥을 소개하면서 정서적 공감을 얻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킨포크 테이블>은 지금까지 발행된 두 권을 합쳐 총 8쇄를 찍고 있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직장 생활로 인해 집에서 밥을 먹는 경우가 줄어들면서 이를 대체하는 음식들은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 마트에서는 반조리 식품과 도시락 등이 등장했고, 편의점 CU에서는 덮밥류 도시락 매출이 전년 대비 43.4%, 1~2인용 가정 간편식 매출이 32.5% 늘었을 정도다. 하지만 사람들은 동시에 소셜 다이닝을 통해 함께 모여 집밥을 먹고, 굳이 집밥을 파는 식당에 가서 보다 정갈하고성이 담긴 음식을 먹으려 한다. 간편하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음식들이 문자 그대로 위를 채워주는 식사라면, 소셜 다이닝이나 집밥 식당처럼 집밥으로 함축되는 식사 형태는 먹는 것에 보다 정서적인 개념으로 접근한다. 결과적으로는 사서 먹거나 일정한 비용을 내고 같이 먹게 되는 것이지만, 그것이 혼자서 마트에서 파는 음식을 먹는 것보다 훨씬 ‘집밥’이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것이다. 한때 유행했던 ‘웰빙’이 우리 몸에 대한 관심을 말하는 것이었다면, 집밥은 먹는 것을 통해 몸의 웰빙을 넘어 마음의 건강을 찾고 싶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잘 먹고 ‘웰빙’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잘 먹고 마음까지 ‘힐링’하고 싶다는 것. 원래 먹어서 행복하다는 것이 그런 의미이기는 했다.

교정. 김영진



목록

SPECIAL

image 카카오TV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