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이상민, 돌아오지 않는 탕아

2014.01.17

이애기(이상민의 별명)의, 이애기에 의한, 이애기를 위한 게임이었다. tvN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이하 <더 지니어스 2>) 6화에서는 이상민이 조종한 게임의 흑막이 차례로 드러났다. 오프닝에서 “오늘 같은 날은 홍진호가 떨어져야 하는 날”이라며 뼈가 있는 농담을 던진 그는 홍진호-임요환-이두희를 비방송인 연합으로 묶어 자신이 속한 방송인 연합과의 대립 구도를 부각시켰고, 게임을 하는 내내 그들의 관계를 무너뜨리려 했다. 시즌 2 초반부터 홍진호와 임요환을 과도하게 경계하고, 다른 출연자들에게 지난 시즌 우승자 홍진호의 뛰어난 능력에 대한 공포감을 심어준 전략은 효과적이었다. 이상민은 임요환을 구슬러 ‘불멸의 징표’가 있는 장소를 알아내 획득한 뒤 보상 없이 “우린 원래 적이었다”며 뒤통수를 쳤고, 이두희를 지원하는 척 하며 가짜 ‘불멸의 징표’를 건넨 다음에는 은지원에게 데스매치 상대로 이두희를 지목하라고 지시했다. 그의 계산대로 이두희는 탈락했고 홍진호는 고립되었으며 방송인 연합은 더욱 공고해졌다. 그리고, 2회 연속 우승한 이상민의 가넷(<더 지니어스>에서의 가상 화폐로 1개당 100만 원의 가치를 갖는다)은 28개로 늘었다.

아름다운 패배, 혹은 추악한 승리. <더 지니어스 2>가 중반에 접어든 이 날, 이상민은 명백히 후자를 선택했다. 물론 모든 플레이어에게는 각자의 행동에 대한 당위가 존재하므로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는 수식어를 떼고 나면 남는 것은 결국 승리와 패배뿐이다. ‘어떻게’ 를 떠나 이기기만을 원했다는 것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심지어 홍진호에게 그냥 게임을 즐기라고 충고하는 동시에 임요환을 향해 입모양으로 ‘(홍진호를) 쫓아내라’고 지시한 것조차 승리를 위해서는 현명한 전략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상민은 자신의 연합이 아닌, 즉 자신의 승리에 방해가 되는 플레이어들에게 노골적으로 면박을 주고 조롱했으며 “시즌 1 상금으로 모자라냐”고 홍진호를 공격했다. 그 전까지 느긋하고 노련하게 판을 움직이는 듯하던 그였지만 승리, 혹은 우승을 향한 욕망이 한 번 비어져 나오자 걷잡을 수 없는 조급함이 드러났다. 어차피 더는 잃을 게 없다고 생각해서였는지도 모른다.


90년대 중반, 화려했던 룰라의 초기 활동을 지나 3집 타이틀곡 ‘천상유애’가 표절로 밝혀진 이후 이상민이 손 댄 일들은 잠시 흥하고 크게 망했다. 대중은 그 과정에서 이상민이 정상에서 바닥까지 떨어지는 모습을 빠짐없이 지켜볼 수 있었다. 제작자로 변신해 한 때 여덟 팀이나 되는 가수를 데리고 있을 만큼 성공했지만, 거액을 들여 회사의 외형을 치장한 뒤부터 음반과 다방면으로 벌인 사업들은 잘 풀리지 않았다. 갑작스런 이혼은 전 부인으로부터의 사기 혐의로 고소(이후 취하)로 이어졌고, 사업 실패로 57억여 원의 빚더미에까지 올랐으며, 매형이 운영하던 도박 사이트 개설 혐의로 형을 선고받기까지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수많은 실패와 흑역사(기억에서 지우거나 없었던 것으로 하고 싶은 과거)는 이상민이 재기하는 바탕이 됐다. 그는 세 번째로 재결합한 룰라의 홍보를 위해 출연한 MBC <라디오 스타>에서 태어난 지 2년 넘도록 호적에 오르지 못하고 이름도 없이 ‘이애기’로 불렸다는 자폭성 토크로 엄청난 호응을 얻었고, Mnet <음악의 신>에서는 왕년의 영광을 잊지 못하며 허세 부리는 철없는 아저씨의 캐릭터로 사랑받았다. 화려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가진 것 없는 남자가 다 내려놓고 스스로를 대중의 웃음거리로 던졌을 때, 대중은 그를 밉지 않은 돌아온 탕아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한심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마음은 여린 남자, 빚은 졌지만 운이 없었을 뿐인 사업가의 친근한 이미지를 얻은 이상민에게 <더 지니어스>는 그가 산전수전 다 겪으며 얻은 ‘촉’과 예능감을 보여줄 수 있다는 면에서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다만 이상민이 계산하지 못한 것은 “지방 행사 가서 노래 3곡 부르고 가넷 2개 값 받아 온” 연예인으로서 자신의 위치와 달리, <더 지니어스> 안에서 실세인 자신이 그 힘을 휘두를 때 대중에게 얼마나 부정적인 인상을 남기게 되느냐였다. <더 지니어스 2> 6화 방송 후 이상민은 트위터로 이두희를 향해 “형은 추악한 승리, 두희는 아름다운 패배의 교훈이 되는 그런 방송이었다”라는 멘션을 보냈다. 그러나 이두희가 겪은 것은 아름다운 패배가 아니라 따돌림과 바보 취급에 이은 패배였고, 탈락해 떠나는 이두희에게 이상민은 “너보다 몇 년을 더 살았던 형으로서 세상은 더 험한 게 많아. 호락호락하지 않더”라고 충고하며 정당하지 않았던 모든 행위를 합리화했다. 속인 건 나(우리)지만 잘못은 속은 너에게 있다는 ‘충고’를 던지는 순간, 대중은 그를 헐렁하게 웃기는 남자가 아니라 <더 지니어스> 안에서 한 사람을 집중적으로 괴롭힌 권력자로 바라보게 됐다. 어쩌면 이상민은 정말로 <더 지니어스 2>의 우승자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돌아온, 아니 ‘돌아온 줄 알았던 탕아’가 다시 사람들을 웃게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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