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지니어스 2>│① 당신의 게임 방식은 무엇입니까

2013.12.31

<더 지니어스> 가넷을 벌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① 당신의 게임 방식은 무엇입니까
② 정종연 PD “시청자가 패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해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③ 한눈에 보는 <더 지니어스 2> 관계도
④ 게임 밖에서 찾아낸 <더 지니어스>의 생존비기

게임이 시작되면, 어둠의 심연에 잠들어 있던 인간의 본성이 눈을 뜬다.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방송된 tvN <더 지니어스: 게임의 법칙>은 국내 최초로 일종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리얼 버라이어티쇼에 접목시켰다. 게임에 참가한 플레이어들은 우승과 상금을 위해 배반과 연합, 처세와 지략을 가리지 않았으며, 프로그램은 게임의 법칙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법칙까지 고스란히 드러냈다. 지난 7일 방송을 시작한 속편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이하 <더 지니어스 2>)는 시즌 1의 우승자였던 홍진호와 3위였던 이상민을 포함해 노홍철, 은지원, 임요환 등을 참여시키며 추악한 승리와 아름다운 패배의 의미를 한층 더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중이다. <아이즈>의 이번 스페셜은 게임으로 인간을 읽어내는 이 새로운 리얼 버라이어티쇼, <더 지니어스 2>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지난 시즌부터 현재까지 연출을 맡고 있는 정종연 PD와의 인터뷰는 물론, 플레이어들의 다양한 생존법과 얽히고설킨 관계도 역시 마련했다. 이제, <더 지니어스 2>가 펼쳐놓은 게임 속으로 또 한 번 소환될 시간이다. 깨어나세요, 용사여…!
 


누군가와 연합을 맺었다가도, 뒤돌아서면 배신한다. 진실을 알려주는 척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거짓을 말한다. 얼핏 보면 아무 관계도 없는 것 같던 두 사람이, 실은 비밀리에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다. 이상은 드라마의 내용이 아니다. 게임과 서바이벌 리얼리티쇼를 접목시킨 예능 프로그램, <더 지니어스> 시리즈에 관한 이야기다. 게임의 종류와 룰은 매회 변경되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매번 딱 한 명의 우승자와 딱 한 명의 탈락자가 결정된다. 단, 여기서 차용되는 게임은 KBS <해피선데이> ‘1박 2일’의 복불복이나 MBC <무한도전>의 ‘돈가방을 찾아라’ 같은 추격전, 혹은 SBS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이나 일반적인 퀴즈쇼처럼 가벼운 오락의 차원이 아니다. 상대방의 카드만 보고 자신의 카드를 추측해 베팅해야 하는 ‘인디언 포커’, 특정한 동물 캐릭터를 골라 생존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먹이사슬’ 등 제목도 낯설고 이해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게임이 플레이어들과 시청자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아무리 어렵고 복잡해 보이는 게임이라도 해답은 반드시 존재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것을 찾아내 위기를 돌파한다. 홍진호는 시즌 1의 ‘오픈, 패스’에서 카드 뒷면의 위아래가 다르다는 사실을, 시즌 2의 ‘자리바꾸기’에서 숫자를 역순으로 정렬해 5개 연속 스트레이트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발견한 후 승리했다. 플레이어들이 이처럼 고군분투하는 사이, 지켜보는 이들 역시 게임에 숨겨진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방송에 몰입하게 된다. 한 회분의 방송이 끝난 후에도 각종 커뮤니티에 며칠 동안 끊이지 않고 올라오는 게임 관련 필승법과 논쟁 등이 그 증거다. <더 지니어스>는 국내 최초로 전략 시뮬레이션과 같은 보드게임들을 TV 속으로 끌어들였고, 사람들은 보고 즐기기만 하는 수동적인 시청자가 아니라 직접 참여하는 듯 적극적인 시청자가 되었다. 게임의 법칙을 찾는 과정, 그 자체에서 프로그램의 재미가 상당 부분 비롯되는 셈이다.

이 재미는 딜레마를 계속해서 제시하는 <더 지니어스>의 특성으로 인해 더욱 극대화된다. 일본 드라마 <라이어 게임>, 만화 <도박 묵시록 카이지>와의 유사성 논란이 일었을 때, 연출자인 정종연 PD는 한 인터뷰를 통해 “이 프로그램의 출발 지점은 <빅 브라더>와 <서바이버>라는 오리지널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다”고 밝혔다. 두 프로그램 모두 리얼한 모습을 담아내는 데 초점을 두고 있으며, 참가자들은 우승을 위해 배신과 처세를 가리지 않는다. 이는 <더 지니어스>가 Mnet <슈퍼스타 K> 시리즈나 <댄싱 9>처럼 지금까지 방송됐던 서바이벌 리얼리티쇼와 차별화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후자의 두 프로그램에서는 우승하기 위해 다른 참가자들의 마음을 사거나, 배신해야 될 이유도 필요도 없다. 오로지 노래나 춤 같은 본인의 기량만 뛰어나면 그만이다. 그러나 <더 지니어스>에서는 다른 플레이어들과 연합하거나 때론 그들의 뒤통수를 쳐야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진다. “과정과 결과, 집단과 개인, 아름다운 패배와 추악한 승리”라는 딜레마 속에서 플레이어들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선택해야 한다.


선한 과정이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는다. 때때로 개인의 우승과 팀의 우승은 같은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시즌 1의 ‘콩의 딜레마’는 이 법칙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게임이었다. 플레이어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 각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콩을 항아리에 넣고, 최종적으로 더 많은 콩을 넣은 팀이 이긴다. 그러나 최종 우승자는 팀원들 중 콩을 가장 많이 남긴 플레이어 한 명뿐이다. 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 콩을 많이 넣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선뜻 많은 희생을 하면 탈락의 위험에 놓일 수 있다. 김경란, 박은지와 한 팀이었던 인피니트의 성규는 콩 한 개를 몰래 남겨 유일한 최종 우승자가 되었다. 반면 박은지는 팀을 이기게 만들고도 데스매치에 진출해야 했다. 시즌 2 역시 딜레마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2회 ‘자리바꾸기’에서 레인보우의 재경은 자리를 바꿔달라는 이두희의 요청을 거절했고, 그로 인해 많은 플레이어들의 반감을 사 탈락했다. 한 명의 우승자만이 살아남는 서바이벌 리얼리티쇼에서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티를 너무 많이 내거나, 다른 사람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순간 표적이 된다. 홍진호가 몇몇 게임을 통해 보여준 것 같은 필승법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다. 뚜렷한 정답을 알고 있다면, 우승을 위해 윤리적 딜레마에 빠질 필요가 없다.

그리고, 지난 12월 28일 방송된 <더 지니어스 2>의 4회는 마침내 현실과 완전히 뒤섞여버렸다. 이은결은 위험을 감수한 채 이상민과 은지원, 노홍철의 공고한 카르텔을 깨려했고, 노홍철은 자신의 팀에 도움을 준 이은결과의 계약을 어기면서까지 데스매치에서 은지원을 도와주며 역설적으로 친분관계를 증명했다. 조유영 역시 게임이 돌아가는 상황과 별개로 개인적인 감정에 따라 행동했다. 현실의 관계와 감정은 드디어 게임 속으로 침투하기 시작했다. 방송은 무균 유리상자 안의 실험에 그치지 않았으며, 딜레마의 순간이 그 속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란 사실은 확실히 드러났다. 결국 <더 지니어스>는 각자 다른 삶의 방식을 보여주며 무엇이 옳고 그른가, 혹은 무엇을 선택하겠냐고 묻는 리얼리티쇼다. 패배했다면 아름다운 과정이라는 건 공허한 수사에 불과하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당신은 어디로 갈 것인가. 게임으로 사람과 세상을 보여주는 쇼가 지금 새롭게 등장했다. <더 지니어스 2>를 계속해서 지켜보게 되는 한,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이 흥미롭고도 잔인한 게임에 이미 말려들었다는 사실을.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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