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지니어스 2>│② 정종연 PD “시청자가 패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해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13.12.31

<더 지니어스> 가넷을 벌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① 당신의 게임 방식은 무엇입니까
② 정종연 PD “시청자가 패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해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③ 한눈에 보는 <더 지니어스 2> 관계도
④ 게임 밖에서 찾아낸 <더 지니어스>의 생존비기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이하 <더 지니어스 2>)에는 카메라가 일절 등장하지 않는다. 미션을 내리는 PD의 목소리나습도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룰에 따라 게임을 풀어나가야 하는 플레이어들과 진행을 도와주는 딜러들, 지령을 전달하는 화면 속의 남자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커다란 판을 짜고, 그 상황 속에 플레이어들을 몰아넣으며, 가넷과 게임을 두고 그들과 심리전을 벌이는 존재는 결국 제작진이다. 이들은 <더 지니어스 2>라는 가상 세계의 설계자이자 또 다른 플레이어이기도 한 셈이다. 더불어, 플레이어와 게임에 숨겨진 비밀을 가지고 매번 반전을 선사하는 이들은 시청자들과도 한 판의 커다란 게임을 벌이는 중이다. 이 흥미로운 리얼리티쇼를 시즌 1부터 지금까지 만들어오고 있는 정종연 PD와 만났다. 잘 시간이 거의 없을 만큼 바쁘다면서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짜릿하다는 그는 타고난 갬블러였다.


 
<더 지니어스 2>가 인터넷에서 화제다. 본방이 끝나면 일주일 내내 회자될 정도다. 
정종연
: 어떻게 보면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게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장르지 않나. 그런데 <더 지니어스 2>는 담론화할 수 있는 텍스트를 던져주는 예능으로 평가해주시는 것 같다. 이런 현상이 흥미롭고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1회 메인매치였던 ‘먹이사슬’은 다른 게임들보다 특히 더 많이들 이야기하더라.
정종연
: RPG(Role Playing Game)를 꼭 한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게임을 짜던 도중 마침 ‘먹이사슬’이라는 테마가 나왔다. 만들다 보니 난이도가 점점 올라가서, 승리 조건까지 동물별로 다 다르다 보니 여태껏 했던 게임 중에 제일 어려웠다. (웃음) ‘먹이사슬’을 1회로 정한 건 이 게임이 내가 생각하는 프로그램의 특징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였다. 사자는 비굴하게 살지 않으니까 멋있어 보일 뿐이지, 삶의 팍팍함은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 아닌가. 마침 남휘종이 사자를 뽑아서 캐릭터가 굉장히 잘 나온 건 있는데 (웃음) 다른 사람이 뽑았어도 그처럼 굴었을 거란 생각은 든다. 게임의 방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거다.

확실히 물고 물리는 관계나, 사자가 제일 강해 보이지만 가장 먼저 탈락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프로그램 전체에 대한 설명 같았다.
정종연
: 너무 튀면 어느 순간 도태된다. 그래서 홍진호가 이번 시즌에 다시 나오는 게 재미있는 상황이다. 강한 걸 알고 있으니까 얻어걸리려고 하는 사람도 있고, 빨리 내치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생각해보면, 시즌 1 초반에 (김)구라 형이 굉장히 잘 나갔었다. 지금의 진호랑 뭔가 그림이 비슷하지 않나? (웃음) 잘 나가니까 초반에는 사람들이 달라붙는다면, 언젠가는 ‘이 사람은 무서운 사람이니까 쳐야 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홍진호에겐 잘나가는 지금이 가장 위험한 때일 수도 있다.

반면 유정현 같은 플레이어는 뭔가 적극적으로 안 하고도 쉽게 쉽게 올라가고 있다.
정종연
: 세 명만 모아놔도 사회를 반영하게 되는데, 열세 명을 모아놓고 하나의 목표로 경쟁시키니 당연히 드러난다. 정현이 형 같은 경우는 기본적으로 본인한테 위협적이지 않기 때문에 다들 내버려두는 거다. 인간적으로 만만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이 사람이 눈에 잘 띄지 않는 게 중요하다.  

2회 ‘자리바꾸기’와 3회 ‘왕게임’도 누군가와 연합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걸 보여줬다. 그런 종류의 게임을 3회 연속 배치한 이유가 있나.
정종연
: 그건 시즌 1 때도 마찬가지였다. 초반에는 연맹 위주, 중후반부터 개인전 위주로 가는 거다. 그땐 플레이어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연합을 해서 갈 수 있다는 걸 가르쳐준다는 느낌으로 게임을 짰다. 이번에는 각 플레이어들이 어떤 사람과 맞는지 스스로 알아보는 단계로 1, 2화의 게임을 만들었다. 본인에게 복불복으로 주어진 조건을 가지고 연맹을 맺게끔 한 거지. 하지만 그거랑 관계없이 끼리끼리 연합을 만들더라. (웃음)

그런 과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플레이어들을 게임에 몰입하게 만드는 방법도 연구해야겠다.
정종연
: 순수한 승부근성을 꺼내는 게 중요하다. 플레이어를 캐스팅할 때도 그걸 제일 많이 본다. 승부욕이 있는가, 무언가를 쟁취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한가, 지기 싫어하는가, 지면 창피하다고 생각하가 등등. 형식적인 면에서는 최대한 카메라를 숨겨서 플레이어와 거리를 두고 찍는다. 세트 촬영을 하는데 방은 이중벽로 만들었다. 카메라가 플레이어의 뒤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세트 밖으로 돌아서 따라가는 형태다. 그리고 소품을 만들 때도 무게감이나 촉감으로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가넷같은 경우는 들어보면 뭔가 묵직한 느낌이 있다. 만졌을 때 있어 보여야 플레이어들이 가넷의 중요성을 생각할 수 있거든. 

2회에서 이은결이 “가넷이나 버는 게 낫지 않아요?”라고 했던 것처럼? (웃음)
정종연
: 줄여서 ‘가버낫’이라고들 하시더라. (웃음) 사실 이번 시즌이 지난번보다 좀 더 어두운 분위기다. 플레이어들이 사람의 어두운 부분이 까발려지는 게 이 프로그램의 매력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걸 가감 없이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 하는 게 느껴진다.

시즌 1의 플레이어들과 성향이 많이 다른 건가.
정종연
: 그때는 출연자들이 분위기를 빨리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승부욕이나 근성에서 지금 출연자들과 차이가 컸다. 예를 들면, 3회 메인매치에서 나머지 출연자들이 조유영과 이다혜를 따돌렸다. 시즌 1의 출연자들은 그렇게 노골적으로 욕망이 드러나는 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을 거다. 하지만 이번 시즌의 출연자들은 지난 방송을 보고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무언가 나올 때 시원하게 다 드러난다.


혹시 데스매치도 출연자의 특성을 끌어내는 점을 생각하나. 데스매치가 2회까지 연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다 3회에서 바둑기사 이다혜와 야구 아나운서 조유영이 대결하게 되자 ‘결!합!’이 나왔다.

정종연: 그런 오해가 있는데, 절대로 아니다. 어떤 출연자가 데스매치에 가느냐에 따라 출연자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게임을 제시하면 출연자들이 게임에 제대로 몰입할 수 없다. 누군가를 밀어주려고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나. 데스매치는 미리 정해 놓는다. 그리고 3회의 ‘결!합!’은 데스매치에 여러 명이 갈 것을 예상하고 준비했었다. 여러 명이 하면 거기서 연맹이 있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출연자들이 두 명만 패배시키는 선택을 하면서 1:1 대결이 됐다. 


지금 말한 것처럼 3회까지는 최대 다수를 위한 필승 해법이 있었던 것 같다. 2회 ‘자리바꾸기’에서도 출연자들이 마음 먹기에 따라 10명이 두 명만 남기고 스트레이트를 만들 수 있었다. 그래서 공리주의에 대한 이야기 같기도 했다. 
정종연
: 여러 명이 하는 모든 게임이 근본적으로 그렇다. 부루마블을 하더라도 한 명만 죽자고 왕따시킬 수 있고, ‘전략윷놀이’도 세 명이 짜면 한 명을 바보로 만들 수 있다. 사회 어느 곳에서나 다 가능한 일이기도 하고. 맨 밑바닥에 깔려 있는 정서까지 건드리면 공리주의적인 해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2회에서 팍 나올 줄은 몰랐다. 이번 시즌을 점점 다크하게 만드는 촉발제가 된 것 같다. (웃음)

함의가 다양한 프로그램인 건데, 처음 <더 지니어스>를 기획한 건 어떤 계기였나. 오래 전부터 사람을 큐브 안에 두고 벌이는 게임 같은 것을 구상했던 걸로 안다. 
정종연
: 나도 보드게임을 좋아하고, 당시 조연출 중 두 명이 예전에 보드게임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기획도 보드게임을 면서 놀다가 나온 게 컸지. 최초의 기획은 출연자도 모두 일반인에, 다 같이 섬에 박혀서 게임을 하는 거였다. 그런데 제작비 대비 시청률을 보장할 수가 없는 기획이라 엎어지고 (웃음) 지금의 형태가 됐다. 그래서 고민이 있기도 하다. 촬영을 마치고 다음 촬영까지 시간이 비어버리니까 출연자들을 완벽하게 관리할 수 없다. 

게임 설계 과정도 꽤나 복잡할 것 같다. 막상 플레이어들을 참여시켰는데, 허점이 나와버리면 곤란하니까.
정종연
: 기본적으로 내부 시뮬레이션을 여러 번 하고, 최종적으로 일반인 대상 시뮬레이션을 한다. 소규모 게임의 경우, 짬짬이 모르는 사람들을 불러서 진행해보기도 한다. 이러면서 밸런스를 수정해나가는 건데, 가끔 ‘이 게임은 이 정도밖에 안 나오겠구나. 예상보다 너무 재미가 없다’ 하면 접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녹화를 시작하고 나니 너무 바빠서 우리끼리 게임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이 없어서 걱정이다. 그나마 후반부에는 인원이 적게 필요한 게임이니까 내부 시뮬레이션을 하는 정도로 하고 있다.

게임을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뭔가.
정종연
: 두 가지다. 게임 자체에 독특하고 명확한 해법이 있으면 보는 입장에서 통쾌하고 재밌을 거란 생각은 든다. 시즌 1의 ‘오픈, 패스’처럼 제작진이 일부러 트랩을 깔아서 플레이어가 그걸 찾으면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지는 거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플레이어들이 다른 누군가와의 관계를 통해서 게임에 접근할 수 있는 부분들이다. 다른 이들의 심리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사람이 이길 수 있게끔 설계하는 거지. 항상 딜레마에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실제 현실에서 하게 되는 고민이나 선택을 반영하는 부분이 흥미롭더라.
정종연
: 그렇다. 웬만한 테마가 있는 게임들은 대부분 그런 것들을 반영하는데, 그걸 얼마나 잘 해석하는가도 중요하다. 사실은 게임 자체가 반영하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들이 반영하는 거다. 가급적이면 우리나라에서 기존에 하던 리얼 버라이어티처럼 편집을 안 하려고 노력한다. 출연자들끼리 뚱땅뚱땅하고 끝나는 그런 프로그램을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다. 나 스스로 연출자의 연출 의도가 많이 들어간 프로그램을 선호하기도 하고, 만들고 싶기도 했다. <더 지니어스>는 워낙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프로그램이지 않나. 캐릭터가 변화할 수밖에 없는 틀을 내가 만들어놓고, 그걸 다시 해석해주는 게 리얼리티 프로그램 연출자의 역할인 것 같다.

연출자의 시각이 묻어날 수밖에 없는 건데, 사람에 대해 비관적이진 않지만 냉정하게 보는 것 같다.
정종연
: 내가 냉정한 게 아니라, 사회가 냉정하다. 사회생활을 오래 해본 사람일수록 아마 그걸 알 거다. 예전에 (이)두희가 트위터에 그런 글을 남긴 적이 있다. 개인 사업을 하면서 배신을 너무 많이 당했기 때문에, 트라우마를 이겨내기 위해서 배신이 많은 현장을 가야 되는 거 아니냐고. 그래서 3회에서 스파이 역을 맡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웃음) <더 지니어스>에 그런 기능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의 승리가 결정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우울한 분위기가 생겨나기도 하는데, 그게 이 프로그램이 보여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더 지니어스>를 하면서 세상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는 걸 느끼기도 하나.
정종연
: 사람들은 <더 지니어스>를 볼 때 자꾸 홍진호를 통해 판타지를 보는 것 같다. 어려움을 뚫고 천재적인 출연자가 승리하는 거. 그런데 이건 패자의 시선에서 보고 공감해주는 게 맞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홍진호한테 판타지가 아닌 공감을 하려면 그 사람이 홍진호 정도의 천재여야 하는 거고. (웃음) 이 프로그램은 사실 탈락자가 가장 중요하다. 왜 탈락했는가, 어떻게 탈락했는가. 이게 <더 지니어스>의 진수라고 생각한다. 이 프로그램을 본 사람이 패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해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혹시 내부적으로 우승자를 두고 내기를 하기도 하나. (웃음)
정종연
: 눈치가 보여서 오히려 그런 말은 안 하는 편이다. 캐릭터가 괜찮아서 오래 가면 좋겠다 싶은 플레이어들도 있는데, 그게 우리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니까. 시즌 초반에는 내가 간혹가다 “얘는 결승감이야” 이런 얘길 하긴 하는데, 괜히 설레발을 치다가 그 사람이 덜컥 떨어질 수도 있지 않나. 그럴 땐 내부 분위기가 정말로 흉흉해지면서 “그때 누가 그런 말 하지 않았어?” 이러게 된다. (웃음) 녹화가 안 풀리면 더 조심하게 되는 거고.

본인이 직접 참가했을 땐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나.
정종연
: 제작진과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면 솔직히 우리가 이길 거다. (웃음) 내부 시뮬레이션 때 게임을 워낙 많이 해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만든 게임에서는 내가 우승하지 않을까? (웃음) 하지만 내가 답을 알고 있더라도 다른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니까 쉽지 않을 것 같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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