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는 사람들, ‘먹방’을 봅시다

2013.12.19

tvN <식샤를 합시다>(이하 <식샤>)는 이혼 3년 차 수경(이수경)의 이야기를 먹는 것으로 풀어낸다. 이혼 후 그녀는 부쩍 먹고 싶은 것이 많아졌고, 맛있는 음식을 보면 넋을 놓는다. 하지만 싱글에게 식사는 그리 만만한 과제가 아니다. 먹고 싶은 음식들은 3~4인분이 기본이기 일쑤고, 혼자 식당에 가서 무언가를 먹는 것 자체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방송된 웹 드라마 <출출한 여자>의 제갈재영(박희본) 역시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의 정신적 공복을 식사로 채운다. 그리고, <식샤>의 박준화 감독은 말한다. “1인 가구로 사는 고충이 가장 극대화되어 드러날 수 있는 지점이 먹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식샤>와 <출출한 여자>는 ‘먹방’(‘먹는 방송’의 준말)의 재발견이다. 두 작품은 끊임없이 ‘먹방’을 보여주지만, 단지 먹는 행위를 신기하거나 재밌는 구경거리로만 소비하지 않는다. 두 작품에서 ‘먹방’은 두 사람이 사는 방식이나 심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식샤>의 수경이 우여곡절 끝에 원하는 음식을 먹을 때면, 카메라는 그녀의 얼굴을 극단적으로 클로즈업한다. 수경이 음식을 먹으면서 혼자만의 세계에 빠지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박준화 감독은 “주인공인 이수경 씨가 먹는 장면을 찍을 때는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몰입한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미니 지미집 카메라로 타이트하게 얼굴을 잡으면서 음식도 같이 비추는” 방식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또한 “끓는 소리, 식감을 느낄 수 있는 씹는 소리 등은 후반 작업”을 통해 수경을 포함한 등장인물들이 음식에 느끼는 간절함을 더한다.

<출출한 여자>는 촬영 테크닉보다는 음식을 만드는 과정의 노하우를 통해 실감 나는 ‘먹방’을 만들어낸다. 연출자 윤성호 감독에 따르면, “촬영 카메라가 한 대”라 “먹는 모습을 여러 앵글이나 다양한 사이즈로 담을 수가 없어, 시청자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빠르게 편집”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 대신 프랑스의 르 꼬르동 블루를 수료한 윤세영 감독이 푸드 스타일리스트로 참여, 현장에서 바로 조리해 타이밍에 맞춰 촬영했다. 음식이 식으면 덜 맛있어 보이기 때문에 촬영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것마저 감수한 선택이다. 제갈재영이 음식을 먹을 때 느끼는 행복감은 연기를 위한 과장이 아니었던 것이다.


음식으로 몸과 마음의 허기를 달래는 ‘먹방’의 연출은 시청자가 어떻게 공감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식샤>에 등장한 해물찜과 시래기 고등어조림은 수경처럼 소개팅남과의 저녁 식사, 혹은 직장 동료들과의 점심 식사 메뉴가 될 만큼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사람들이 화면만 보고 입맛을 다시기 위해서는 이미 알고 있는 맛”이어야 한다는 박준화 감독의 선택이었다. <출출한 여자>가 이금기 굴소스 볶음밥, 마파두부, 만두피 츄러스처럼 일상에서 만들기 쉬운 음식을 선택한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양파 껍질로 육수를 우리거나 대파를 구워서 국물에 넣는 등의 팁은 내(윤성호 감독) 고유의 레시피”였다고. 특히 제작에 참여한 모든 감독이 실제로 1인 가구이기 때문에 각자의 요리 노하우 등을 담을 수 있었다.

다만 <출출한 여자>에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 이금기 굴소스는, 이 작품이 홍콩의 이금기 본사 측에서 먼저 제안한 애드무비이기 때문에 등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출출한 여자>의 트위터에는 ‘굴소스는 자취하는 사람들의 영원한 친구라는 걸 잘 이용했더라’는 멘션이 자주 보였다. 단순히 제작비 지원의 차원을 넘어 “굴소스는 소스 중에서도 음식 맛을 내는 데 가장 좋은 베이스가 된다고 생각해서 많이 활용했고, 요리에 능하지 않은 1인 가구에서 직접 지지고 볶는다는 의욕을 부추기자는 취지”의 판단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그래서 먹는 장면도 리얼리티를 살리는 데 집중한다. <식샤>의 “수경이 해물찜의 게를 손으로 잡고 먹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특별한 주문이 없었다. 배우들 자신이 맛있게 먹는 방법으로” ‘먹방’을 완성하는 것이다. <출출한 여자>도 “침을 흘리거나 감탄사를 연발하는 모션은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다. 우리 일상에서 출출할 때 맛있는 음식 먹는 정도의 장면”을 적정 수준으로 정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아하는 딱 그만큼을 담는 것. 소소하다 할 수 있지만, 그것이야말로 맛있는 음식과 ‘먹방’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식샤>의 구대영(윤두준)은 누군가 음식에 대해 비하의 말을 하면 발끈하며 “요리왕 비룡처럼” 나름의 음식 이론을 펼치고, <출출한 여자>의 제갈재영도 자신이 만든 요리에 자평을 한다. 음식은 그렇게 타인과 소통하고, 스스로를 달랠 수 있는 위안이 된다. <식샤를 합시다>라는 제목이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을 때 ‘식사 한번 합시다’라고 말하는 것에서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출출한 여자>가 “집이나 차, 정권은 내 맘대로 바꿀 수 없어도 당장의 끼니는 내 방식의 스토리텔링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담고 싶었다는 말도 스쳐 지나가기 어렵다. 두 작품의 ‘먹방’은 단지 보는 사람들의 구미를 당기기 위한 목적도, 음식이 ‘힐링’이 된다는 주의도 아니다. 그것은 살아가는 힘이다. 그리고, 그것을 더 분명하게 말하기 위해, 더 맛있게 찍을 뿐이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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