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패치│① 디스패치는 옳은가

2013.11.26

Warning Dispatch
① 디스패치는 옳은가
② 미디어 메가폰, 가십의 10단계
③ [단독] 충격! 낚시어 사전, 알고 보니… 헉!

뉴스는 팩트다. 정론직필에 대한 신념과도 같은 이 문구는, 흥미롭게도 인터넷 언론 <디스패치>의 모토다. 종현과 신세경, 기성용과 한혜진 열애설을 터뜨리고, 최근에는 에일리의 누드에 대한 이슈를 확장시킨 매체와 이 문구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사명감을 가지고 변별점을 추구하겠다는 매체가 결과적으로는 옐로우저널리즘에 봉사하는 이 기묘한 역설은 포털과 SNS로 재편된 매체 시장의 단면을 보여준다. 다들 서로를 베끼며 검색어 순위에 공생하는 이 시장에서 독점적인 소스를 위해 윤리적 제약을 포기하는 매체가 등장한 건 어떤 의미일까. <아이즈>의 이번 스페셜은 그래서 <디스패치>라는 매체를 말하는 동시에 지금 이곳에서 연예 기사를 쓴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959건. 포털 검색창에 ‘디스패치에 따르면’이라고 치면 나오는 뉴스의 숫자다. 본인들이 직접 기사를 작성하지 않아도 본인들을 인용한 기사가 1000여 건 가깝게 작성되는 매체. ‘단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기사가 나오고 1분도 채 되지 않아 인용 보도가 쏟아지는 한국의 연예 매체 시장에서 <디스패치>는 이토록 독보적인 원천 소스를 지니고 있는 매체다. ‘디스패치 열애설’이라는 자동 검색어가 따로 만들어질 정도로 비와 김태희, 한혜진과 기성용 등 굵직한 열애설을 파파라치 취재로 밝혀냈으며, 최근에는 MBC <무한도전>에서 프라이머리가 발표한 ‘I Got C’가 표절 논란에 휩싸이자 카로 에메랄드 측과 직접 이메일 인터뷰를 해서 프라이머리의 곡이 자신의 곡과 흡사하다는 대답을 받아내기도 했다. 엠블랙의 이준이 얼마나 사생활이 깨끗한지는 ‘디스패치도 포기한 연예인’이라는 검색어로 설명된다. <디스패치>가 현재 한국에서 가장 힘이 센 매체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가장 자주 회자되는 매체인 건 분명하다.

사실 파파라치 보도의 윤리적 문제점을 차치한다면, <디스패치>의 연예 보도는 선구적인 면이 있다. 대중이 기사를 접하는 통로가 대형 포털로 단일화되는 상황에서 다수 연예 매체는 내용물보단 낚시의 기술을 강화한다. 이슈의 당사자에게 “할 말 없다”라는 한마디를 듣고 ‘단독 인터뷰’라는 타이틀을 붙여서라도 유혹적인 미끼를 만들거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른 단어를 조합한 짧은 기사로 수많은 낚싯대를 드리운 뒤 하나라도 걸리길 바라거나. <디스패치>의 ‘팩트주의’가 힘을 얻는 건 이 지점이다. 그들 스스로 말한 것처럼 “이니셜을 남발하는 기사나 추측성 기사는 매체의 신뢰성을 좀먹게” 한다. 어떤 매체에서 최측근의 말을 인용해 열애설을 보도하면 너도나도 베껴 쓰다가 반박 보도가 나오면 ‘아니면 말고’라는 식으로 무죄를 주장하는 보도 패턴 속에서, 움직일 수 없는 증거를 들고 나오는 <디스패치>의 방식은 일견 기자 윤리에 충실해 보이기까지 한다. 적어도 열애설이 터졌다고 해서 광고가 끊어지진 않는 톱스타 위주로 보도한다는 기준도 어떤 부분에선 합리적이다. ‘뉴스는 팩트’라는 그들의 모토에 대해, “진일보된 뉴스에 갈증을 느꼈”다는 매체 소개 문구에 대해 허세라고 말할 수 없는 건 그래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스패치>의 방식을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면, 단지 파파라치 보도의 물꼬를 터서만은 아니다. 오히려 스타에 대한 네이버 독점 콘텐츠인 스타캐스트 코너를 진행하기 위해 스타의 소속사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그들이 과거처럼 폭로성 보도를 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들의 선례 이후 공항에서 스타들을 기다리는 매체들이 늘어났지만 그걸 <디스패치> 책임으로 돌리는 건 비겁하다. 선정성을 걷어낸 <디스패치>의 진짜 문제는 팩트라는 단 하나의 기준으로 기사의 모든 것을 정당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최근 <디스패치>의 이름이 회자됐던 프라이머리와 에일리 건에서도 문제가 된 건 파파라치 사진 때문이 아니었다. 그들은 카로 에메랄드에게 직접 프라이머리가 그의 곡을 참고 혹은 사용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받았다. 다만 곡의 인용과 표절은 다를 수 있다는 것, 표절의 판정은 원작자의 의견만으로 가늠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라는 건 얘기하지 않는다. <올 케이팝>에 올라온 에일리의 사진 유출에 대한 문제에서도 그들은 에일리의 전 남자친구가 자신들에게 접촉한 적이 있다는 팩트를 말했다. 다만 그 기사가 해당 사진의 주인공을 에일리 본인으로 확정할 수 있고 이슈에 불을 지피리라는 예측 가능한 판단은 빠져 있다. 그토록 팩트를 강조할 거라면, 최근 미주 한국일보를 통해 확인된 것처럼 에일리 본인이 4년 전 속옷 모델 카메라 테스트 사진을 보냈다가 사기를 당했다는 걸 추가 취재하는 게 ‘뉴스는 팩트’라는 관점에 좀 더 근접한 보도일 것이다. 

타 매체의 잘못된 보도를 인용한 뒤 우리 의견은 아니니 문제없다고 하는 매체보단, 허위가 아니니 잘못이 아니라는 <디스패치>의 태도가 나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팩트란 사실과 거짓을 가르는 기준이 될지언정, 옳고 그름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취재 대상과 독자 사이에서 매체는 말 그대로 매개체 역할을 한다. 대상에 대한 비판이나 지지를 통해 독자의 반응을 이끌어내고, 그 반응이 해당 분야를 결과적으로 개선시키는 선순환 구조의 한 축으로서 매체는 존재 이유를 부여받는다. 사생활 폭로를 비롯한 매체의 폭력이 허용되는 건 그것이 결과적 선을 이끌 수 있다는 확신과 통찰이 있을 때뿐이다. 이건 당위의 문제이자 생존의 문제다. 취재 분야의 시장이 고사한다면 매체 역시 살아남을 수 없다. 아무리 팩트라 하더라도 에일리 건에 대한 <디스패치>의 고백이나 다수의 파파라치 보도는 연예계에 악영향을 미칠 뿐이며, 독자 역시 무의미한 호기심을 충족하는 것에 그칠 뿐이다. 그들은 추측성 기사가 매체의 신뢰성을 좀먹는다고 했지만, 선정적인 팩트는 시장을 좀먹는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디스패치> 이후, 그리고 팩트 이후 연예 매체의 무기에 대한 전망이다. 모두가 같은 소스를 돌려쓰기 하는 상황에서 <디스패치>는 ‘디스패치에 따르면’이라는 원천 소스의 주인으로서 유일한 포지션을 갖는다. 하지만 이 경쟁력은 취재와 팩트가 중요하다는 깨달음보다는, 팩트면 모든 게 용서된다는 기괴한 면죄부로 변질됐다. 취재와 통찰력이라는 두 개의 키 중 하나만을 선택한 매체가 닿을 수 있는 끝이란 그런 것이다. 둘 다 없는 이들보단 나을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진보했다 말하긴 어렵다. 팩트처럼 선명하진 않지만 그만큼 중요한 통찰력이라는 영역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건 그래서다. 어떤 팩트를 밝히더라도 이것은 독자와 시장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떳떳하게 설명할 수 있는 매체, 산발적인 팩트를 조합해 흐름과 트렌드를 읽어낼 수 있는 매체를 연예계에서 만나는 건 요원한 일일까. 물론 쉽지 않은 실험이겠지만, 적어도 ‘뻗치기(결과가 나올 때까지 한 자리에서 기다리는 걸 뜻하는 언론계 은어)’를 견뎌내는 열정이라면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다. 지금 이 시장에 부족한 건, 생존을 위한 노력이 아니라 올바른 방향이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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