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패치│② 미디어 메가폰, 가십의 10단계

2013.11.26

Warning Dispatch
① 디스패치는 옳은가
② 미디어 메가폰, 가십의 10단계
③ [단독] 충격! 낚시어 사전, 알고 보니… 헉!

 

지금 이 시간에도 포털 사이트는 검색어 순위를 공개한다. 네티즌이 그 검색어를 클릭하기만 해도, 그는 그날 일어난 대부분의 이슈를 확인할 수 있다. 연예인의 이름을 검색하면 해당 연예인의 스캔들 소식을 알 수 있기도 하고, TV 프로그램 이름을 검색하면 그 프로그램의 방영 내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과거 가십 또는 루머는 증권가 ‘찌라시’에서, ‘이니셜 기사’에서, 아니면 스포츠 신문이나 TV 연예 프로그램을 통해 밝혀지고 확산됐다. 하지만 지금은 SNS나 커뮤니티를 통해 누구나 가십을 퍼뜨릴 수 있고, 어느새 전 국민이 알 수 있는 스캔들로 확대되기도 한다. 그것은 단지 인터넷과 스마트폰 같은 기술적인 발전뿐만 아니라 가십을 만들고 소비하는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질 수 있는 미디어 생태계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단 한 사람이 만들어낸 루머도 단계별 공정처럼 구성된 가십의 확산 과정을 따라가면 금세 엄청난 이슈가 될 수 있다. 최근 다양한 특종으로 논란과 화제의 중심에 선 <디스패치> 역시 이런 생태계 안에서 태어났다. <아이즈>가 <디스패치>를 다루면서 가십의 확산 과정을 추적해본 것도 그래서다. 프라이머리의 표절 시비가 어떻게 거대한 이슈로 변하는지 그 10단계의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한국의 미디어가 어떻게 이슈를 만들고 확산시키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1. SNS
11월 2일 MBC <무한도전> ‘무한도전 자유로 가요제 Final’에 프라이머리가 작곡한 ‘I got C’가 방송된 직후, 개인 SNS를 통해 ‘I got C’가 카로 에메랄드의 ‘Liquid Lunch’와 유사하다는 의견이 올라오면서 표절 논란이 시작됐다. SNS에 등장한 이슈는 처음에는 특정 세대나 그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 과정에서 트위터의 경우 많은 팔로워를 가진 이용자가 해당 이슈에 관심을 가지면 이슈는 더욱 빠르게 확산된다. 특히 트위터는 리트윗으로 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사람들이 많이 언급하는 주제가 ‘실시간 트렌드’에 오르면서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실시간 트렌드’에 뜬 것은 이미 SNS상에서는 화제가 됐다는 의미이고, 이쯤 되면 언론의 공식 보도는 시간문제다.

2. 대형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오늘의 유머, 베스티즈 등 대형 커뮤니티는 SNS에서 일으킨 이슈를 더욱 확산시키는 것은 물론, 이슈에 대한 담론 형성에 대한 역할까지 한다. 프라이머리 표절 시비의 경우 여러 커뮤니티에서 프라이머리와 카로 에메랄드 양측의 곡이 한꺼번에 올라오기 시작했고, 댓글을 통해 곡의 유사성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그만큼 표절 시비에 대한 여론 추이는 명확해지고, 논리는 다듬어진다. 그만큼 언론이 해당 이슈를 최초 보도할 때 어떤 방향으로 다룰 것인지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프라이머리의 표절 시비가 초반부터 큰 논란이 되고, 프라이머리와 <무한도전>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가 자주 나왔던 이유이기도 하다.

3. 위키트리
위키트리는 네티즌이 직접 기사를 작성하는 것을 비롯, 인터넷에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위키트리 사이트로 가져와 소개한다. 그래서 스스로를 ‘소셜뉴스’라 정의한다. 11월 21일 현재 트위터 팔로잉 숫자만 157,662명에 달할 정도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특히 무엇보다 SNS에서 ‘공공연한 비밀’처럼 떠돌던 루머나 가십이 공식화된다는 점에서 무시 못 할 영향력을 가진다. 위키트리에서 프라이머리의 표절 시비에 대한 게시물을 알리는 순간, 이미 그것은 네티즌 사이에서 벌어지는 설전의 범위를 넘은 셈이다. 그러나 특정 이슈에 대해 어떤 입장을 표명하거나 해석도 하지 않은 채 게시물을 가져와 전달하기에, 신뢰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프라이머리 표절 논란 당시에도 위키트리의 기사는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을 그대로 옮기는 것에 가까웠다. 매체가 독자적인 콘텐츠 생산이 아닌 확산의 역할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라는 것을 보여주는 예.

4. 연예뉴스 매체
포털 사이트에 뉴스를 서비스하는 연예뉴스 매체가 어떤 소식을 보도한다는 것은, 이것이 더 이상 네티즌 사이의 논란이나 소문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포털 사이트에 기사가 게재되면서 더 많은 대중이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물론, 연예 매체를 통해 이슈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다. 연예뉴스 매체를 통해 기사가 포털 사이트에 게재되면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에 소극적인 사람들도 이 소식을 알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매체들은 당사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취재력을 가졌다. 프라이머리 표절 시비의 경우 하다못해 “입장 정리 중”이라는 멘트라도 얻어낼 수 있다. 그만큼 이슈를 최초 보도할 경우 연예 매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관계자의 코멘트다. 하지만 최근 연예뉴스 매체의 숫자가 워낙 많아지고, 같은 취재원을 두고 기사를 쓰게 되면서 다른 매체의 기사를 “~에 따르면” 같은 문장으로 인용하거나 조금씩 내용을 바꿔 보도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5. 디스패치
<디스패치>는 이런 이슈의 확산 과정에서 나타난 새로운 유형의 매체다. 많은 매체가 일반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취재원에게 접근하거나 기존의 소식을 정리할 때, <디스패치>는 예상치 못한 팩트를 취재해 차별성을 확보했다. 프라이머리 표절 논란에서도 카로 에메랄드 측과 직접 이메일 인터뷰를 시도했다. 인터뷰에서 카로 에메랄드 측이 프라이머리의 곡이 자신의 곡과 비슷하다는 견해를 내놓으면서 여론은 프라이머리에게 불리한 쪽으로 돌아갔다. 매체의 보도 하나가 이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만큼 <디스패치>는 가십과 스캔들에 대한 이슈를 확인하고 싶은 네티즌들에게 많은 관심을 얻었고, <디스패치>의 보도가 다른 매체에 의해 인용되는 경우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다만 에일리의 사적인 사진을 유출한 당사자와 통화한 내용을 공개, 이를 공론화시키면서 그녀의 연예인 생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 것처럼, 이런 취재 방식이 옳은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6. 2차 보도
<디스패치>, 또는 타 매체에서 새로운 특종을 보도하면 이슈는 제2라운드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연예매체 뉴스들이 특종을 인용해 보도하거나, 여기에 추가 취재를 덧붙여 기사들을 쏟아낸다. <디스패치>가 취재한 카로 에메랄드 측의 인터뷰는 수많은 매체가 ‘디스패치의 인터뷰에 따르면’이란 문구와 함께 인용했다. 또한 이런 보도로 이슈가 확산되면 이에 따른 다른 논란과 소식도 생겨나기 마련이고, 연예뉴스 매체는 이 소식들을 다시 보도하면서 이슈는 더욱 확산된다.

7. 당사자 반응
<디스패치>가 카로 에메랄드를 인터뷰하면서 관심의 초점은 자연히 프라이머리 측의 입장으로 옮겨 갔다. 프라이머리의 소속사 아메바컬쳐는 표절 시비에 대해 “기술적으로 전혀 다른 곡”이라는 입장을 표명하며 논란을 잠재우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논란은 심화된 상태였고, 표절 시비는 법정에서 판결이 나지 않는 한 객관적이고 명확한 증거를 내세우기도 어렵기에 오히려 논란은 더욱 커졌다. 당사자 측의 입장은 경우에 따라 이슈를 종결시킬 수도 있지만, 프라이머리의 경우처럼 이슈의 성격이나 대처 방식에 따라 이슈를 더욱 확산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도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한 수많은 매체의 보도가 계속됨은 물론이다.

8. 네이버 검색어 순위
다른 포털 사이트도 있지만, 특히 네이버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다. 11월 9일 낮 12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프라이머리’가 오른 후, 네티즌들은 검색 없이 클릭 한 번으로 논란의 시작부터 표절 시비에 관련된 게시글과 기사를 볼 수 있었다. 여기에 ‘프라이머리 표절’, ‘프라이머리 표절 비교’ 등 네티즌들이 많이 검색한 ‘연관 검색어’가 뜨면서 더욱 자세하고 정확한 검색이 가능해진다. 이쯤 되면 특정 이슈에 전혀 관심 없던 사람들도 터치나 클릭 한 번으로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이런 검색어 기능의 가장 큰 영향력은 그 스스로 이슈가 된다는 사실 그 자체다. 검색어 순위를 통한 관련 기사 클릭이 매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면서, 최근 많은 매체는 특정 이슈가 검색어 순위에 오르는 즉시 해당 검색어를 집어넣은 기사들을 쏟아낸다. 이슈 확산이 많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확산을 만들어내는 셈이다.

9. 전문가들
이슈에서 더 이상 새로운 사실이 나오지 않을 때, 또는 이슈가 커질 만큼 커지고 논란이 격화될 때 전문가 의견이 부각된다. 전문가 의견은 이슈를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해 논의의 범위를 확장시킨다. 프라이머리 표절 시비의 경우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대중음악 연구자로서 내가 사심 없이 내린 결론은 프라이머리는 명백하게 표절했다는 점이다”라고 발언하면서 논란이 더 커졌고, 이 발언 자체가 수없이 인용되면서 표절 논란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또한 김봉현 음악평론가의 “표절에 대한 새로운 윤리적 태도가 필요하다”는 발언은 프라이머리의 표절 논란을 표절 자체에 대한 논의로 확장시켰다.

10. 새로운 논란
보통 전문가의 의견과 논쟁점에 대한 사실 확인이 이어지면 대부분의 이슈는 마무리된다. 하지만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이슈는 어떤 사실이 추가로 취재되느냐에 따라 다시 뉴스를 생산한다. 이를테면 프라이머리가 표절 시비를 겪은 ‘I got C’의 음원 판매를 중지하겠다고 결정하고, 공식 사과문을 올리면서 다시 한 번 논란이 생겨났고, 이는 또다시 연예뉴스 매체, SNS, 대형 커뮤니티를 돌고 돌았다. 그렇게 이슈는 종결되지 않고 새로운 방향으로 뻗어 나간다. 그리고, 뉴스도 계속된다. 인터넷과, SNS와, 스마트폰과, 그 밖에 소식을 전달하는 모든 것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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