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② 아이유 메이커

2013.10.22

I'm Unusual
① 아티스트라는 이름의 분홍신을 신은 소녀
② 아이유 메이커
③ “내가 회사에 딱 끌려오는 순간 재미없는 앨범이 됐을 거다”
④ 작곡하는 음원 3대장: GD, 장범준, 아이유

 

아이유의 정규 3집 < Modern Times >는 이전의 아이유가 가진 어떤 이미지를 살며시 배반하는 것처럼 보인다. ‘좋은 날’의 가사 속 “오빠”와, 이적과 함께 부른 ‘삼촌’처럼 만인의 여동생이던 아이유는 < Modern Times >에서 새로운 길을 보여준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낯선 집시 음악과 스윙 재즈를 들고 온 것은 물론, 난해하기까지 한 ‘분홍신’의 가사와 뮤직비디오, 흑백 톤을 중심으로 강렬한 모습을 선보이는 아이유의 이미지는 모두 낯설다. 그러나, < Modern Times >가 흥미로운 것은 아이유가 아티스트로 변신하려 한다는 것보다, 이 과정에서 선명하게 보이는 스태프들의 흔적이다. 앨범의 제작자이자 프로듀서인 조영철을 비롯해 김이나 작사가, 이민수 작곡가, 황수아 뮤직비디오 감독은 모두 아이유를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아티스트 아이유’의 이미지를 투영하고, 그것을 아이유의 이미지로 만든다. 그리고, 아이유는 이 앨범의 중심에서 스스로의 이미지에 조그마한 돌을 던지듯 파장을 만들어낸다. <아이즈>가 < Modern Times >에 참여한 네 사람이 생각하는 ‘아티스트 아이유’의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이유다.


조영철 프로듀서 “기존의 아이유가 보여줬던 모습과 다른 새로운 느낌”
< Modern Times >의 제작을 총괄한 조영철 프로듀서는 이 앨범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피처링을 잡았다. 2집 < Last Fantasy >가 윤상, 김광진, 이적, 김현철, Ra.D, 정재형, 정석원 등이 참여해 곡을 준 것이 화제가 됐다면, < Modern Times >는 박주원, 가인, 최백호, 종현, 양희은 등이 곡 작업은 물론 노래에도 참여해 화제가 됐다. 조영철 프로듀서에 따르면 이런 뮤지션들의 참여는 “녹음 전에 미리 정해졌던 건 아니지만, 데모 곡을 작업하는 과정에서 후보군이 정해지고 곡의 정서에 맞는 인물들로 결정”된 결과였다. ‘아이야 나랑 걷자’에서 최백호의 참여는 ‘을의 연애’를 작곡하기도 한 기타리스트 박주원의 의견으로, ‘누구나 비밀은 있다’의 가인은 아이유의 제안으로 이어졌다. 이를 통해 ‘아이야 나랑 걷자’는 “아이유의 목소리가 가진 사색적이고 담담한 느낌을 통해 기존의 아이유가 보여줬던 모습과 다른 새로운 느낌”을 표현하면서, 아이유가 신·구세대 모두에게 인정받는 보컬리스트로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얻었다.

김이나 작사가 “아티스트의 길과 연예인이라는 직업 사이에서 고민하면서도 끊임없이 노래하고 싶은 ‘가수 아이유’”
김이나 작사가의 가사는 < Modern Times > 속 아이유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가 쓴 노랫말은 “가사를 통해 각각의 곡이 가진 느낌을 살리면서도 아이유의 내면을 반영하기 위해 많은 상상과 해석”을 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이 중 타이틀곡 ‘분홍신’은 특히 안데르센의 동화 <분홍신>을 모티브로 삼았다. “스스로 분홍신을 선택했지만 벗어나고 싶어 하고, 결국 분홍신의 운명에 다시 끌려”가는 캐릭터를 “나의 발이 자꾸 발이 자꾸 맘대로”와 같은 가사로 만들어냈다. ‘좋은 날’과 ‘너랑 나’, ‘하루 끝’의 가사가 오빠를 짝사랑하는 소녀라는 큰 얼개를 이루었듯, 지금까지의 아이유는 노래와 현실 모두에서 국민 여동생이라는 판타지에 안착해 있었다. 반면 ‘분홍신’에서는 타인을 향한 마음을 표출하는 가사가 아니라, 자신의 운명에 집중하는 현실 속의 아이유를 반영한다. “아티스트의 길과 연예인이라는 직업 사이에서 고민하면서도 끊임없이 노래하고 싶은 가수 아이유”라는 의도를 통해 ‘아티스트 아이유’라는 이미지를 구체화한 것이다.

이민수 작곡가 “춤을 멈출 수 없는 아이유의 기이한 느낌”
김이나 작사가가 ‘분홍신’을 통해 아이유의 이미지를 만들었다면, 이민수 작곡가는 곡을 통해 아이유가 존재할 수 있는 가상의 세계를 만들었다. “‘분홍신’이라는 테마는 곡을 만들기 전부터 미리 설정했기 때문에, 콘셉트에 맞춰서 노래의 구성을 치밀하게” 만들어 “1절의 후렴구 뒤는 분홍신을 처음 신은 아이유의 흥겨운 느낌을 주된 분위기로, 2절의 후렴구 뒤는 춤을 멈출 수 없는 아이유의 기이한 느낌을 주변적인 분위기”로 살리는 데에 중점을 뒀다. “엔딩에서 점차 리듬을 빠르게 한 것은 멈출 수 없는 운명을 노래로써” 살리려는 시도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분홍신’은 대중에게 들려주는 곡이기도 하지만 앨범 속에 존재하는 아이유의 캐릭터를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주제와 이야기를 리듬과 멜로디의 구성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런 세계관을 만드는 작업을 위해 아이유를 포함한 제작자들은 “미셸 하자나비시우스의 <아티스트>와 우디 앨런의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영감을 많이 받”으며 고전적인 이미지에 대한 이해를 선행하기도 했다.

황수아 뮤직비디오 감독 “판타지와 현실의 경계에 있는 아이유”
‘좋은 날’과 ‘너랑 나’ 등 아이유의 뮤직비디오에는 상징적 의미들이 들어 있었고, 그간 아이유의 팬들은 뮤직비디오를 해석하기 위해 노력했다. ‘분홍신’을 연출한 황수아 감독은 이번에도 이런 요소들을 곳곳에 넣었다. “2집 < Last Fantasy >가 10대인 아이유가 가지고 있는 판타지를 보여줬다면, ‘분홍신’ 뮤직비디오는 판타지와 현실의 경계에 있는 아이유의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성장한 아이유가 판타지의 세계인 무성 영화 속에서 현실 세계로 나아갔다가, 다시 판타지로 사라지는” 모습을 그렸다. “뮤직비디오 속에서 판타지의 세계보다 현실의 세계가 더 화려하고 즐겁게 그려지는데, 이는 실제로 가수 아이유의 입장과도 그럴듯하게 맞물”렸다는 것. 또한 지난달 23일 발표한 앨범 발매 전 티저는 ‘입술 사이 (50cm)’, ‘아이야 나랑 걷자’, ‘누구나 비밀은 있다’, ‘Modern Times’, ‘을의 연애’, ‘기다려’, ‘분홍신’ 순으로 공개됐는데, 이는 “이번 앨범의 맥락을 잘 보여줄 수 있는 흐름”을 고려한 결과다. 특히 섹시함을 어필하는 등 기존과 다른 아이유의 모습은 “각 곡의 정서에 맞는 콘셉트”를 표현하는 동시에 “과거보다 성숙해진 아이유의 모습”을 담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아이유
아이유가 직접 작사한 ‘을의 연애’는 자신이 쌓아온 판타지를 전복한다. 오빠가 좋아서 어쩔 줄 모르고(‘좋은 날’), 그 마음이 들킬까 두려운(‘너랑 나’) 소녀가 ‘을의 연애’에서는 ‘밀고 당기기’에 지쳐 “에라이 비겁한 남자야”라 불만을 터트리는 여자가 됐다. 짝사랑을 하더라도 항상 우위에 있었던 환상 속의 아이돌이 이제는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하는 보통의 연애를 하는 모습은 듣는 사람에게 의외성을 준다. ‘Voice Mail’ 속 아이유가 “헷갈리게 만든 네 책임”을 묻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의외성은 다른 스태프들이 기획한 아이유와는 또 다른 아이유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아이유의 캐릭터를 보다 흥미롭게 만든다. < Modern Times >가 아이유의 스태프들이 기획한 틀 안에서의 아티스트 아이유를 보여주고자 했다면, 아이유는 자신의 방식으로 이 앨범에 인상적인 순간을 남기면서 다른 스태프들의 예상과는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 Modern Times >의 주인공이 결국 아이유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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