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④ 작곡하는 음원 3대장: GD, 장범준, 아이유

2013.10.22

I'm Unusual
① 아티스트라는 이름의 분홍신을 신은 소녀
② 아이유 메이커
③ “내가 회사에 딱 끌려오는 순간 재미없는 앨범이 됐을 거다”
④ 작곡하는 음원 3대장: GD, 장범준, 아이유


아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 이전에 G-드래곤(이하 GD)과 버스커 버스커가 있었다. 올해 하반기, 음원 차트에 불었던 돌풍을 정리하면 이 세 뮤지션의 이름으로 압축되지 않을까. 지난 9월 첫째 주 < Coup d’etat >를 발표한 GD는 타이틀곡 ‘Black’을 포함한 앨범 수록곡 모두를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올려놓으며 차트를 말 그대로 ‘올킬’했다. ‘줄 세우기’라고도 불리는 이러한 현상은 버스커 버스커 2집이 GD를 밀어내고, 또 아이유가 3집 < Modern Times >로 버스커 버스커의 뒤를 잇는 것까지 이어졌다. 짧게 치고 들어가는 싱글 위주의 음원 시장에서 이들이 만들어낸 신드롬은 앨범과 아티스트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아이돌로 출발해 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로 성장한 GD와 기타를 멘 전통적 싱어송라이터인 버스커 버스커의 장범준, 귀여운 여동생의 이미지를 넘어 앨범 안에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길 주저하지 않는 아이유까지, 이들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음악적인 역량으로 앨범을 꽉 채워 내놓은 아티스트형 가수에 대한 호감 혹은 신뢰를 보여준다. 과연 그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대중에게 여타의 가수와 구별되는 아티스트로 인식될 수 있었을까. 하반기 음원계의 3대장, GD와 장범준, 아이유에 대하여.


GD
성공은 놀랍고, 실패는 새삼스럽지 않다. 아이돌이 아티스트로 변신한다는 것은 대개 그렇다. 자작곡을 앨범에 수록했던 아이돌 그룹 멤버는 많다. 솔로 활동에 도전했던 멤버도 많다. 그러나 자신의 곡으로 팀을 성공시키고, 솔로 가수로서의 존재감을 확고히 하고, 이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인물이라면 현재로서는 GD뿐이다.

열세 살에 YG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들어와 매일 랩과 곡을 쓰는 연습을 했던 그는, 열아홉에 빅뱅의 리더로 데뷔했고 스무 살에 ‘거짓말’로 메가 히트를 기록했다. 빅뱅의 음악은 보이 그룹으로서는 드물게 팬덤을 넘어 대중적으로 열렬한 반응을 얻었고, 힙합에 스트릿 패션을 결합한 빅뱅의 스타일은 트렌드를 이끌었다. 그러나 화려한 성공은 동시에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거짓말’과 GD의 첫 솔로 앨범 타이틀곡 ‘Heartbreaker’는 히트와 함께 표절 시비를 겪었고, 보건복지가족부는 그의 단독 콘서트에 등장한 퍼포먼스 일부가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그가 존 갈리아노의 의상을 입고 방송에 출연했다가 선정적인 문구 때문에 공식 사과를 하기도 했지만, 2011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데 비하면 이는 지극히 가벼운 해프닝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금기와 금지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GD의 행보는 그에게 그동안 대한민국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스타의 캐릭터를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 One of a kind >와 솔로 2집 앨범 < Coup d’etat >로 이어지는 결과물은 그가 자신의 세계를 자유롭게 그려내는 동시에 대중을 그 세계로 끌어들이는 데 점점 노련해지는 아티스트임을 증명한다. 그래서 무대에서는 강렬하고 퇴폐적이기조차 하지만 광고에서는 뽀얀 아이돌로서의 얼굴을 드러내고, MBC <무한도전>에서는 정형돈이 리드하는 상황극에 맞춰 순하고 애교 있는 남자아이의 매력을 보여주는 GD는 분명 ‘난 놈’이다. 아이돌로서도, 아티스트로서도.

장범준
밴드를 이끌던 대학생이 편의점에서 우연히 알게 된 같은 학교 후배와 친해져 베이시스트로 영입하고, 거리 공연을 하던 중 관객으로 마주쳐 친해진 원어민 영어 강사에게 드럼을 맡겨 구성한 팀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해 준우승을 차지한다는 이야기, 청춘영화였다면 작위적인 설정으로 비난받았을지도 모른다. 본선을 거쳐 탈락한 후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Top 10에 올랐던 다른 밴드의 이탈로 뒤늦게 생방송에 합류할 수 있었던 과정 역시 우연이라기엔 너무나 드라마틱했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이 버스커 버스커에게는 실제로 일어났다. 그리고 더 드라마틱한 일은 쇼가 끝난 뒤에 일어났다.

역대급 시청률을 기록하며 뜨거운 인기를 끌었던 Mnet <슈퍼스타 K 3>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이고 ‘막걸리나’, ‘서울 사람들’ 등의 무대로 자신들의 음악 스타일을 알렸지만 케이블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의 지상파 입성조차 만만치 않던 당시 버스커 버스커의 미래는 불투명했다. <슈퍼스타 K 3>가 종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활동 잠정 중단을 선언, 남아 있던 스포트라이트마저 스스로 차단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2년 3월, 장범준이 전곡 작사, 작곡에 참여한 데뷔 앨범이 차트를 휩쓸었다. 스물네 살의 청년이 만든 20대의 사랑과 이별 노래. 인디 씬에도 젊고 재능 있는 싱어송라이터는 늘 있어 왔지만, 방송을 통해 친근해진 캐릭터와 서정적인 감성의 음악이 결합하자 15만 장의 앨범이 팔려 나갔다. 그리고 지난 3월, 발표한 지 1년이 지난 곡 ‘벚꽃엔딩’은 또다시 음원 차트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난 9월 발표한 2집 앨범에 이르기까지 버스커 버스커의 모든 활동이 방송이라는 매체 밖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앨범 홍보를 위한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코스처럼 짜여 있고 방송 노출 빈도가 성적과 수익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을 벗어나 공연과 음악으로만 관객들을 만나는 이들의 방식은 일부 매체로부터 비난을 받을 만큼 매스미디어에 ‘불친절’하다. 그러나 이미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상태라면 불필요한 이미지 소모를 줄이고 음악에 집중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다. 다만 현재의 메이저 음악 시장에서 누구도 쉽게 시도하지 못할 만큼 과감한 결단이 필요할 뿐. 하지만 장범준이라는 싱어송라이터를 중심으로, 버스커 버스커는 그 길을 가고 있다.

아이유
‘국민 여동생’과 같은 수식어는 당사자가 원치 않는다 해서 떼어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름답지만 쓸쓸하고 스산하기조차 했던 데뷔곡 ‘미아’의 감성을 놀랍도록 섬세하게 표현했던 열여섯의 소녀가 대중적인 사랑과 지지를 얻는 데는 커다란 리본과 살랑이는 춤, 발랄하게 재잘대는 듯한 노래들이 필요했음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실력 있는 10대 뮤지션과, 귀엽고 노래도 잘하는데 생각도 깊은 여자아이라는 캐릭터를 살린 투 트랙 전략은 기존의 걸 그룹에 대한 안티테제로 작용하며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고, ‘좋은 날’의 히트와 함께 화제가 된 ‘3단 고음’은 아이유를 확고한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좋아하지 않을 수는 있어도 비난할 구석은 딱히 찾기 어려운, 이상적인 아이돌의 탄생이었다. 자작곡을 발표하고 윤상, 윤종신, 이적 등 유명 뮤지션들이 참여한 두 번째 앨범 < Last Fantasy >를 내놓으며 음악적 성장을 강조하고 ‘너랑 나’로 안정적인 히트 노선을 이어가는 행보 역시 영리했다. 아이유는 여전히 어린 여동생이었지만, 그대로만 가도 아쉬울 건 없을 터였다. 공들여 개척한 영역은 어설픈 ‘포스트 아이유’들이 쉽게 빼앗기 힘든 땅이었다. 그러나 2012년 11월, 슈퍼주니어의 은혁과 함께 찍은 사진이 아이유의 SNS에 실수로 공개되며 수많은 억측과 논란이 일었다. 아이유는 이미 성인이 된 뒤였고 양측 소속사는 “친한 사이일 뿐”이라 해명했지만 ‘순수한 여동생’이라는 판타지는 복원할 수 없을 만큼 무너졌다.

그러나 오히려 흥미로운 것은 ‘국민 여동생’이라는 타이틀을 박탈당한, 혹은 던져버린 후의 아이유다. 데뷔 6년 차에 내놓은 세 번째 앨범 < Modern Times >는 스물한 살의 여성이자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아이유가 보다 냉정하게, 혹은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외로움, 실연의 아픔, 미련 등 부정적인 감정들조차 직설적으로 가사에 담은 자작곡들은 화려한 구성의 앨범 안에서도 또렷한 색깔을 잃지 않음으로써 아티스트의 자유 의지를 드러낸다. 작업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괴로우면서도 가장 후련한 방법이기 때문에 오히려 나에게는 맞다”는 아이유의 고백이 반갑다면, 그리고 티 없이 해맑아 보였던 과거보다 더 관심이 간다면 그래서일 것이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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