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light] 박서준│① 크게 휘두르며

2013.10.10

① 크게 휘두르며
② 박서준's story
③ 포토갤러리

 


아빠가 틀어놓는 스포츠 채널을 보던 초등학생은 야구를 좋아하게 되었다. 야구선수를 꿈꾼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하지만 소년은 배우가 되었다.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연기학원에서 수업을 받은 후, 다시 독서실로 가서 늦은 새벽까지 공부하길 반복하면서도 전혀 지겹지 않았던 고등학교 시절로부터 한참 후의 일이었다. “만약 야구선수가 됐다면 국가 대표는 했을 것 같아요. 제가 굉장한 집념의 사나이거든요.” 아직까진 그의 얼굴을 낯설어하는 사람들이 더 많겠지만, 박서준은 그런 배우다. MBC <금 나와라 뚝딱!>에서 대기업 사장의 첩이 낳은 아들로 자라며 받은 상처를 숨기기 위해 건방진 척, 철없는 척, 방탕하게 사는 척하는 박현태 역시 그의 집념으로 다듬어진 캐릭터였다. 섹시한 느낌을 주기 위해 영화 <나를 책임져, 알피> 속 주드 로를 분석하고, 살짝 삐딱하게 앉는 자세나 반듯하게 가르마를 타서 젤로 고정한 머리 한쪽을 슥 쓸어 올리는 버릇까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다. 대본에 없는 대사를 수시로 먼저 제안하고 시도한 것도 그였다.

“거의 첫 작품인 KBS <드림하이> 때부터 그랬던 건 아니고, 시트콤 <패밀리>를 찍으면서 많이 배웠어요. 제가 생각하는 걸 이야기하지 않으면 제가 손해를 보는 거더라고요. 옆에서 코멘트나 디렉션을 줄 수는 있지만, 캐릭터의 전체적인 그림은 제가 그려 나가는 거니까요.” 그래서 거쳐 온 작품의 수나 경력을 쌓아온 햇수, 신인이라는 꼬리표는 그에게 그다지 큰 의미가 없는 것들이다. 오로지 ‘박서준’이기에 표현할 수 있는 고유의 인물을 만들어내는 데만 집중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파도가 모래 위에 쓰인 글자를 지우듯, 카메라 앞에 선 순간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수치 같은 건 머릿속에서 금세 쓸려가 버린다.

박서준의 태도에서 묘한 자신감이 느껴진다면, 경비교도대에서 보낸 2년간의 군 생활조차 허투루 보낸 적이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군대에서는 사실 되게 우울하잖아요. (웃음) 그 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보초를 서다가 마주친 고양이의 움직임에서도 연기의 테크닉을 떠올리고, 군대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면면을 관찰하는 데 집중한 것은 배우로서 그를 더욱 다부지게 만들었다. 결국 그가 군대를 다녀온 후 비로소 본격적인 연기를 시작한 건, 다른 배우들에겐 고민이 되기도 하는 일을 일찍 해결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기간 동안 더 많은 것을 생각하고 자기화시킬 수 있었기에 유의미하다. 철저한 준비운동을 마친 박서준은 이제, 앞서 뛰어가던 사람들을 빨리 쫓아가겠다고 선언한다. “물론 아직까지도 저만의 경쟁력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게 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다른 사람들한테 뒤처지고 싶진 않으니까 저를 자꾸 괴롭히는 거예요. 한 발짝이 안 되면 반 발짝이라도 앞서고 싶으니까.” 스물여섯의 박서준은 마운드에 섰다. 그러곤 팔을 크게 힘껏 휘둘렀다. 공이 아주 빠르고 세게 날아갈 것임은 의심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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