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을 오빠에게 드리米

2013.08.23

‘오빠’들이 사는 숙소의 주소를 알아내서 손편지를 쓰고, 선물을 보내기 위해 쌈짓돈을 모으던 시절이 있었다. 300원만 있어도 문구점에서 그들의 사진을 살 수 있었다. 과거의 팬들은 스타에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기 위해 무언가를 사고, 선물했다. 최근에는 그 규모가 커져 스타의 생일이나 데뷔 기념으로 거액의 선물을 하는 이른바 ‘조공’까지 등장했다. 극단적인 경우 값비싼 명품이나 고가의 음악 장비까지 준비하는 ‘조공’은 팬문화에서 논란거리가 됐다. 공연장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쌀화환이 주목받기 시작한 이유다. 스타에게 쌀화환을 전달하고 그 쌀을 기부하는 쌀화환은, 그동안의 팬문화가 가진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가 됐다. 콘서트나 뮤지컬, 드라마나 영화의 제작발표회 등에는 팬들이 보낸 쌀화환을 쉽게 볼 수 있고, 비난의 대상이 되곤 했던 팬문화도 긍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됐다. 특히 쌀화환 전문업체인 드리米(이하 드리미)의 등장은 이런 팬문화를 퍼뜨리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팬들을 대신해 쌀화환을 제작하고, 그들이 지정한 곳에 쌀을 전달한다. 팬문화의 변화가 새로운 사업을 만들고, 그 사업이 다시 문화를 퍼뜨리는 데 일조한 셈이다. <아이즈>가 드리미의 여덟 가지 키워드를 통해 새로운 팬문화의 단면을 살펴보는 이유다.

1. 농협
드리미는 오로지 농협 쌀만을 취급한다. 농협 쌀은 민간에서 유통되는 쌀에 비해 비싸다. 그럼에도 농협 쌀을 고집하는 이유는, 좋은 쌀은 값이 나갈 수밖에 없다는 믿음 때문이다. 팬들이 모은 돈을 받아 쌀로 기부하는 드리미는 작년 한 해 동안 400톤을 이용했고, 올해는 700톤의 기부를 예상하고 있다. 드리미로 1,000톤을 기부한다고 해도 이는 우리나라 전체 쌀 소비량의 0.0001%도 되지 않아 농협 쌀 수매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재고하는 데 도움은 되지 않을까.

2. 신혜성
신혜성은 드리미를 통해 팬들에게 쌀화환을 받아본 최초의 인물이다. 팬들은 자신들이 보낸 화환이 제대로 전달됐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가수 또한 팬들이 화환을 보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있어 실효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러던 차에 쌀화환을 알게 되었고, 꽃이 아닌 쌀을 전달하면 의미 있게 쓰일 거라고 판단했다. 신혜성의 해외 팬들이 콘서트장으로 쌀화환을 보내면서 이전에 없던 팬문화가 처음으로 생겨난 셈이다.

3. 종이 쌀
많은 사람이 모르는 것 중 하나. 스타의 행사장에 놓이는 쌀화환은 사실 오브제다. 실제 쌀을 사용하면 기부처로 전달하기까지 또 한 번의 운반을 거치기 때문에 쌀이 상할 위험이 크다. 드리미 여직원들이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쌀 6~7포대를 거뜬히 들고 다녀도 놀라지 말자. 실제 쌀이라면 한 가마니(약 80kg)를 훌쩍 넘는 무게지만, 오브제에는 종이 같은 것들이 들어 있다.

4. 25자의 미학
팬들이 보내는 쌀화환의 리본에서는 ‘축 결혼’이나 ‘근조’ 같은 무난한 메시지 대신 스타와 팬 사이에 유대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문구들이 쓰인다. 리본에 쓰이는 글자 수는 25자 정도가 적당하지만, 제한을 두지는 않는다. 내용뿐 아니라 리본 색깔과 서체까지 지정할 수 있다.

5. 인증
드리미는 공연장이나 행사장에 쌀화환을 설치하는 것부터 쌀이 기부처에 전달되는 전 과정을 사진으로 찍어 기록한다. 그 사진을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해당 쌀화환을 신청한 팬들에게 이메일로 전송한다. 팬들은 자신이 보낸 쌀화환이 언제, 어느 장소에 배치되고 스타가 정한 기부처로 제대로 보내졌는지 명확하게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6. SNS
쌀화환 주문양은 국내 팬들보다 해외 팬들의 지분이 더 많다. 아프리카와 남미를 포함한 60여 개 국적의 팬들이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일본 팬들이 보내는 쌀화환의 양이 가장 많았다면 현재는 중국 팬들로 바뀌어 가는 추세다. 이준기의 팬들은 영어를 쓰지 않는 국가의 팬들을 대신하여 홍콩 팬을 대표로 정해 모금하기도 했다.

7. 30톤의 쌀
드리미를 통해 가장 많은 양의 쌀을 모은 그룹은 2PM이다. 지난 6월에 열린 2PM 콘서트에 전 세계 팬들이 30톤가량의 쌀화환을 보냈다. 이는 20kg 쌀화환으로 환산하면 1,500개 정도의 양인데, 화환 하나에 1톤짜리도 있어 실제로는 100개 정도였다고 한다. JYJ 재중의 팬들이 MBC <닥터 진> 제작발표회에 보낸 23.68톤의 쌀은 개인 앞으로 기부된 가장 많은 양이다. 백청강의 팬들이 보낸 화환은 단 하나였지만 3.5톤이나 됐다.

8. 드리미의 도착지
기부된 쌀은 지방자치단체인 시·군·구청으로 가장 많이 전달된다.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나 구세군 자선냄비본부를 통해 보육 시설로 보내지기도 한다. 쌀을 기부받은 시설은 식자재 예산을 절감할 수 있어서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 보육 시설의 경우 정부가 부식비를 지원하는데, 쌀 기부를 받게 되면 그 비용으로 아이들에게 영양가 높은 부식을 제공할 수 있다. 편의 시설이나 복지를 늘리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쌀화환은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쌀을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그로 인한 비용 절감으로 다른 복지를 할 수 있는 역할까지 한다. 스타를 통해 모인 쌀화환이 단순한 팬문화의 유행을 넘어 여러 긍정적인 가능성을 가지게 된 이유다.

취재 협조 및 사진 제공. 쌀화환 드리米│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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