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가, 야구라는 드라마의 OST

2013.08.20

“타이거즈 날쌘돌이 기아의 이용규.” “롯데의 강민호~ 롯데의 강민호~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만나서 반갑습니다. LG 오! 지! 환입니다! 안타 날아갑니다, 준! 비! 됐습니다.” 야구장에서 선수가 등장할 때 응원가가 나오는 광경은 이제 당연한 것이 되었다. 선수들이 나올 때는 물론, 응원석에서도 응원단장과 치어리더가 주도하는 응원가가 있다. 치어리더들이 다양한 노래에 맞춰 춤추며 응원을 주도하는 모습은 인터넷을 통해 퍼져 나가기도 한다. 이제 응원가는 야구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됐다. 구단은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응원가를 올려 팬들이 미리 외울 수 있도록 하고, 프로야구 9개 팀의 응원가를 들을 수 있는 ‘프로야구 응원가’와 같은 애플리케이션까지 등장할 정도다.

1982년 프로야구가 생겨났을 때만 해도 프로야구의 응원 문화는 지금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응원단 자체가 1980년대까지는 이벤트성에 가까웠고, 1990년대 들어 전속 응원단이 생겼다. 응원단이 생긴 뒤에야 박수와 구호가 전부였던 응원 문화에 응원가가 생겼다. 하지만 응원 문화를 전면적으로 바꾼 것은 2002년 월드컵이었다. 월드컵을 계기로 전 국민이 다 같이 노래 부르고 구호를 외치는 응원에 익숙해졌고, 프로야구에도 이런 응원 문화가 유입됐다. 여기에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야구 국가대표팀이 금메달을 딴 것은 응원의 열기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롯데 자이언츠(이하 롯데)의 조지훈 단장은 “팬들이 보다 다양한 응원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었다. 2008년에 팬들의 열기와 응원단의 아이디어가 잘 맞아떨어지면서 떼창도 하고, 율동도 하고, 선수 개인 응원가도 만들었는데 반응이 정말 좋았다”고 말한다.


응원 문화에 본격적으로 응원가가 포함되기 시작하면서, 응원단은 응원가 선택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선수 등장 음악은 해당 선수가 좋아하는 음악을 직접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LG 트윈스의 마무리 투수 봉중근은 사이렌 소리와 함께 등장하는데, 이는 선수 본인이 직접 골랐다. 반면 선수 개인을 위한 응원가는 응원단이 만든다. 김주일 기아 타이거즈 응원단장은 “선수 응원가는 선수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선수 개인 응원가는 일반적으로 최신곡이 아닌 검증된 노래 중 대중적인 멜로디가 살아 있고, 선수 이미지에 맞을 만한 것을 고른다. 조지훈 단장은 “올드팝을 응원가로 많이 쓴다. 나이 드신 분들이 젊은 시절에 들어봤고, 젊은 세대는 CF나 영화를 통해 접해봐서 공감대가 형성되기 쉽다. 최신곡은 요즘 유행이 워낙 빨리 변하기 때문에 유행이 지나면 선수도 한물갔다는 느낌을 줄 수 있어 배제한다”고 말했다. 대신 최신 유행곡은 치어리더의 치어리딩 무대로 소화한다. 치어리딩은 주로 인기가 많은 최신곡이면서 따라 하기 쉬운 안무가 포함된 곡들이다. 그래서 과거에는 씨스타, 싸이의 노래가 자주 사용됐고, 올해는 크레용팝의 ‘빠빠빠’가 인기다.

팀 응원가는 보통 1분 30초 정도로 선수 응원가에 비해 길다. 이닝이나 투수 교체 시간과 맞아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팀 응원가는 “LG 없으면 못살아~ 정말 못살아~”처럼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와, 롯데의 ‘부산 갈매기’처럼 관중이 모두 어깨동무를 하며 하나로 어우러질 수 있는 열광 응원가로 나뉜다. 오명섭 LG 트윈스(이하 LG) 응원단장은 “선수 응원가는 불러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팀 응원가는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목적으로 만든다”고 설명한다. 응원가는 경기가 없는 겨울에 주로 응원단장이 선곡한다. 선곡 후 전체 곡에서 필요한 파트만 따서 요즘 사람들의 비트에 맞게, 그리고 남녀 모두 부를 수 있는 키로 편곡한다. 여기에 개사를 하고 노래에 얹으면 응원가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응원가는 관객에게 경기의 흥미를 느끼게 하는 데 많은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초반에 승리 분위기를 강조하는 응원가를 사용하다 역전을 당하면 관객 분위기를 되돌리기 어렵다. 오명섭 단장은 “기본적으로 초반에는 가볍고 신나게, 후반부에는 비장한 곡을 튼다. 경기 후반에 지고 있으면 승리를 위해서 가봅시다, 이기고 있다면 반드시 승리를 지키자는 의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LG의 ‘승리의 노래’는 경기 리드 중인 후반부에 노래에 맞춰 어깨동무하고 뛰면서 분위기를 띄운다. 반대로 지고 있다면 곡 자체가 나올 수 없다. 영화에 OST가 있듯, 응원가는 프로야구 경기장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BGM인 셈이다. 선수 응원가는 선수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팀 응원가와 치어리더 공연은 이닝 교체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그리고, 응원단장의 흥을 돋우는 추임새와 동작을 따라 하다 보면 자신이 경기와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고 느낀다. 응원가를 중심으로 한 응원 문화가 프로야구를 단지 승패가 중요한 경기에서 모두가 참여하며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로 바꾸는 것이다. 야구장이 경기를 ‘보는 곳’이 아닌 ‘즐기는 곳’으로 변한 것, 그리고 스포츠가 춤과 노래라는 엔터테인먼트와 만난 것. 이것이 프로야구를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만든 이유 중 하나 아닐까.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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