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대 대표 “내 일은 직원들에게 틀 안에 갇혀있지 말자고 하는 것”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김시대 대표

2013.08.21
스타쉽 엔터테인먼트의 김시대 대표가 대중음악 산업에 뛰어든 것은 1995년이다. 그룹 쿨이 매니저로서 처음 맡은 팀이었다. 하루에 두 번씩 부산을 다녀오고, 며칠 동안 서너 시간밖에 못 자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 후 가요계에는 수많은 변화가 있었다. 매니저가 아닌 가수나 프로듀서들이 회사를 만들었고, SM엔터테인먼트로 대표되는 대형 기획사들이 가요 산업을 주도했다. 그 사이 김시대 대표도 스타쉽 엔터테인먼트를 만들었고, 씨스타와 케이윌, 보이프렌드 등의 가수들을 제작했다. 그리고, 씨스타와 케이윌이 발표한 새 앨범이 음원 차트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쉴 새 없이 변화하는 대중음악 시장에서 천천히, 그러나 언젠가 ‘점프’할 수 있는 준비를 마친 그에게 제작자로서의 기쁨에 대해 물었다.

씨스타의 새 앨범 < Give it to me >가 큰 성공을 거뒀다. 음원 차트에서는 전 곡이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고.
김시대
: 지금까지 쌓아놓은 것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다. 몇 곡이 동시에 반응을 얻는 건 인지도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니까. 사실 이번 앨범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다. 씨스타에 대한 대중의 기대치가 워낙 올라와 있기도 했고. 잘해야 본전이고 잘못하면 마이너스일 수 있다는 생각이 많았으니까. 그러면서도 좋은 음악을 만들면 성공하지 않겠냐는 기대도 있었고.
 
그런 고민이 무대에서도 나왔던 것 같다. 이전에는 씨스타 네 명에게 집중한 무대였는데, 이번에는 영화 <물랑루즈>를 연상시키는 콘셉트에 많은 댄서가 출연하면서 화려한 느낌을 부여했다.
김시대
: 멤버 네 명이 함께 나온 것은 1년 만이고, 씨스타19와도 다른 그림을 그려야 하니까 고민을 많이 했다. 더 다양하고 큰 그림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도 했고. 전에는 멤버들에게 아직 가르쳐야 할 것이 많고 많은 걸 준비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멤버들이 충분히 무대 위에서 놀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겨서 더 다양한 무대를 꾸며나갈 수 있었다.
 
반면에 음악적으로는 보다 광범위한 대중에게 어필하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멜로디도 좀 더 쉽게 다가서는 부분이 있었고, “서른이 넘기 전에 결혼은 할는지” 같은 가사도 있었다.
김시대
: 10대도 있고 20대도 있는데 한정된 가사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웃음) 그런데 중요한 건 가사에 담긴 보편적인 정서라고 생각했고, 씨스타의 팬층이 상당히 넓다 보니 그런 부분들이 필요할 것 같았다. 남자 아이돌이라면 일단 팬층의 반응을 먼저 생각해야 하지만, 걸 그룹은 대중의 정서에 맞춰야 한다고 봤으니까.
 
그런데 씨스타는 ‘Push Push’로 데뷔할 때부터 역동적이라거나 건강하고 섹시하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런 이미지를 처음부터 밀고 나갔는데, 그게 대중적으로 성공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나.
김시대
: 회사의 여직원들을 많이 믿는 편이다. 그들의 말을 듣는 게 대부분 맞는 편이다. 씨스타는 가창력이 뛰어난 친구들이니까 그걸 부각시키고, 거기에 건강한 이미지를 가졌으니 약간 섹시한 느낌을 가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에도 ‘Give It To Me’를 어떻게 가야 할지 고민했는데, 직원들이 “또 듣고 싶다”고 하더라. 그래서 확신을 갖고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의 의견이 틀릴 때도 있지 않나. (웃음) 남들이 아무리 반대해도 하고 싶을 때도 있고.
김시대
: 그게 감인 것 같다. 보통의 경우는 곡을 들으면서 회의를 하면 만장일치까지는 아니어도 비슷하게 의견이 모여서 가수의 타이틀이 정해진다. 그러면 그걸 발전시키는 작업을 하는데,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다 아니라고 하는 걸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씨스타19의 ‘Ma Boy’는 내부적으로 반대가 많기도 했고, 씨스타의 ‘나 혼자’는 12명의 임원이 투표했는데 9명이 반대하기도 했다. (웃음)
 
그런데도 자신의 감을 굽히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뭔가.
김시대
: 곡을 들었을 때 콘셉트와 무대를 떠올릴 수 있으면, 그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곡을 들으면서 머리에서 그다음 단계에 대한 상상이 일어나고, 모든 게 퍼즐처럼 맞춰지는 거다. ‘Ma Boy’나 ‘나 혼자’, ‘Loving U’는 모두 그랬다. 그런 곡들이 좋은 곡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선지 씨스타의 노래들은 무대에서 의상이나 춤을 통해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남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김시대
: 이제는 노래만이 아니라 모든 부분을 총체적으로 생각해야 하니까. 예전에는 곡과 콘셉트가 동떨어진 경우도 있었지만, 이제는 반드시 합쳐져야 한다. 그래야 히트할 수 있다. 어떤 가수인지, 어떤 장르인지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특히 씨스타 같은 팀은 곡과 퍼포먼스, 개인의 매력이 하나로 합쳐질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씨스타19의 ‘Ma Boy’는 당시 트렌드와 거리가 있었다. 유닛이라는 것도 많지 않았고, 힙합적인 느낌을 바탕으로 섹시한 이미지를 가미한 것도 독특했고.
김시대
: ‘Ma Boy’는 씨스타 1집에 넣을 곡으로 생각했었고, 내가 무척이나 좋아해서 1집 타이틀로도 고려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 앨범에 넣기는 아깝고 이걸 발전시켜보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행히 제작팀에서 ‘Ma Boy’를 매우 잘 발전시켜줬다. 사실 내 능력이라기보다는 스태프들의 역량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어떤 곡이 좋다 나쁘다 하는 건 명확한 답이 있을 수 없다. 어떨 때는 감이라고 밀어붙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스태프들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할 때가 있다. 그걸 잘 조화시켜야 한다.
 
스태프들과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하나. 매니저 출신인데, 가수나 작곡가 출신과는 또 다른 방식의 제작 시스템일 것 같다.
김시대
: 직원들에게 맡겨놓고 전체적인 의견이 올라오면 생각하고 판단 내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내가 대표지만 구체적인 부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본다. 나는 시스템을 만들고, 스태프들이 만들어내면 거기서 생각을 발전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분업화되고 시스템이 중요해지다 보니 나는 뭔가 다른 걸 생각해보고 일을 시키는 역할이다. 좀 더 생각해보자, 틀 안에 갇혀 있지 말자, 라고 하는 거다. 씨스타19도 안 해보던 걸 해보려고 했던 거고.
 
그러다 잘 안 되기라도 하면. (웃음)
김시대
: 이게 아니다 싶으면 엎어야지. 책임은 내가 지고. (웃음) 안 되면 책임을 지는 게 내 일인 것 같다. 사실 직원들 입장에서는 틀을 벗어나는 아이디어를 말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직원의 입장이 있으니까. 그런 부분들을 짚어주고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예전에는 회사의 대표가 모든 걸 다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팀원들을 상당히 믿어야 하는 상황이다.
김시대
: 시스템이라는 건 결국 내가 없어도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거다. 내가 자리를 비웠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데 아무도 대처할 수 없으면 그게 주먹구구인 거다. 물론 고민은 많다. 옛날에는 음반을 바탕으로 수익이 났는데, 요즘은 음반 판매가 과거보다 많이 떨어지다 보니 한 번 앨범을 낼 때 수입이 많지는 않다. 반면에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니까 예전처럼 직원을 10여 명 둔다거나 하는 게 아니다. 한 4~50명은 있어야 하고, 그러면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다. 뭐 하나 잘못되면 스타쉽이라는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에게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그러면 어떤 답이 있을까. 음원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늘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 같다.
김시대
: 그런 부분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의 방법들이 맞지 않나 싶다. 가수가 단지 콘텐츠를 발표하는 것만으로는 수익을 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콘텐츠를 가진 상태에서 가수가 많이 움직이지 않아도 수익이 나는 쪽으로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머천다이징 상품이라든가, 그 외의 것들까지도 개발해야 한다. SM엔터테인먼트는 여행사업에도 진출할 정도니까. 단지 행사를 많이 하고 광고를 많이 하는 것보다 그 외적인 부분에서 새로운 수익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부분들은 아무래도 자본력이 강한 회사가 유리한 입장에 있을 수밖에 없다. 경쟁이 쉽지 않을 텐데.
김시대
: 아무래도 그런 부분은 있다. 하지만 좋은 아이템이 있다면 콘텐츠는 항상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SM엔터테인먼트 같은 회사가 먹을 파이가 있고, 우리가 먹을 파이는 따로 있다고 생각하니까. 결국 독창적인 아이디어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건 늘 어려운 일인데. 어떤 부분이 중요하다고 보나.
김시대
: 계속 모니터를 한다. 세상의 흐름을 느끼는 거다. 그리고 일단 내가 좋아야 한다. 그래야 대중이 좋아한다고 생각할 수 있고. 그리고 직원들에게 계속 틀을 벗어나라고 요구하는 거다. 보통의 경우에는 틀을 벗어나길 두려워한다. 이걸 대중이, 또는 방송사가 받아들일지 걱정도 하고. 

그런 점에서 케이윌의 컴백 예고는 상당히 재밌었다. 기존의 음악 방송 프로그램 컴백과 달리 코미디를 집어넣었는데.
김시대
: 혹자는 방송사가 안 된다고 할까 봐 시도조차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방송사는 콘텐츠가 좋으면 시간을 늘려준다. 그래서 좀 색다르게 해보고 싶었다. 10~15초 사이에 케이윌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고. 나는 직원들이 그런 일을 해보도록 시키는 사람인 거다.
 
케이윌의 ‘Love Blossom’ 무대도 기존 발라드 가수와는 달랐다. 정적이라기보다는 화려하고 무대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김시대
: 남들과 똑같으면 재미없지 않나. 대중이 봐도 그냥 흘러가게 되고, 전파 낭비이자 인력 낭비일 뿐이다. 그래서 다르게 하고 싶었고, 대중에게 어필하고 싶다면 티저부터 무대까지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활동하는 일련의 과정이나 무대 자체도 한 편의 뮤지컬처럼 스토리를 부여하려고 한 것도 있었다. 사실 케이윌은 ‘Love Blossom’을 처음 듣고 약간 오글거려 했는데 (웃음) 직원들이 다 좋다고 해서 밀었다. 케이윌도 부르면서 만족했고. 그리고 케이윌이 음원에 강한 가수인 만큼 팬덤이 아닌 일반 대중에게 통할 수 있는 부분들을 많이 생각하기도 했고.
 
가수의 성격에 따라 전략이 다를 수밖에 없을 텐데, 씨스타와 케이윌 외에도 보이프렌드를 제작했다. 어떤 차이가 있는 것 같나.
김시대
: 걸 그룹은 많은 걸 잘해야 한다. 다방면으로 여러 가지를 보여주면서 인기를 쌓아가다 보면 눈덩이가 굴러가듯 팀의 인기도 커지는 것 같다. 그런데 보이 그룹은 뭐든 하나라도 정말로 잘해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부분을 어떻게 매력적으로 팬들에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스태프의 역량이 더욱 중요하다. 그건 아무래도 팬덤을 목표로 하느냐 대중성을 원하느냐의 차이인데, 보이 그룹은 처음에 팬덤을 어느 정도 다지지 못하면 몇 년 뒤라도 크게 그 규모가 커지지 않는다. 보이 그룹은 첫인상이 중요하고, 걸 그룹은 저변 확대가 중요하다.
 
스태프의 역량이 중요하다면 그만큼 회사 전체의 힘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지금 스타쉽 엔터테인먼트의 상황에서 어떻게 승부수를 던져야 할까.
김시대
: 늘 차별화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조급한 마음을 갖지 말아야 하고.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급하다 보니까 자꾸 성공이 어느 정도 보장된 스트라이크 존에서만 뭔가를 해보려고 한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사람은 망해봐야 뭔가 나온다. 다 버려봐야 뭔가가 나오는 것 같다. 당장 내 수입이 중요하면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성공은 어떤 순간의 점프 같은 건데 그런 도약의 계기가 없다. 우리는 이제 첫 번째 점프 단계인 것 같다. 사실 다음에 또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늘 고민이다. 미치겠다. (웃음) 이럴 때는 초심이 제일 중요한 것 같고.
 
그 초심이란 뭔가. 건설 회사에 다니다 쿨의 매니저로 경력을 시작했는데.
김시대
: 음악은 늘 좋아했는데, 사실 고향이 시골이라 매니저라는 직업이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러다 쿨의 매니지먼트를 하는 분을 알게 됐고, 회사 생활을 계속 하면서도 관심은 음악 쪽에 두게 됐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쿨의 매니저를 할 때는 3~4일에 네 시간 정도 자고 그랬었다. 집에서 옷도 못 갈아입고, 부산을 하루에 두 번 왕복하기도 하고. 그래도 좋았다. 지금도 좋고. 콘텐츠에 대한 매력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으니까. 내가 제작한 가수가 잘되는 것을 볼 때의 희열 같은 것. 돈을 벌거나 대중을 선도하겠다거나 하는 건 두 번째다.
 
매니저 출신 제작자로서 가수나 회사를 보는 관점이 또 다른 것 같다.
김시대
: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낀다. 제작자는 무대 위에서 기뻐하는 역할이 아니다. 무대 뒤에서 수습하고 정리하는 게 일이다. 그리고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좋은 그림이 나왔을 때 앞에서 대놓고 좋아하지는 못하지만 숨어서 좋아한다. 그런 순간이 너무 좋다. 사실 스태프들이 뒤에서 많이 고생한다. 연예인들의 이동 시간에도 스태프들은 뭔가 끊임없이 해야 하니까. 사람들은 그런 걸 모르는데, 이런 것들을 참을 수 있는 건 좋은 결과물이 나왔을 때의 기쁨 때문이다.
 
하나의 회사로서 모두가 콘텐츠를 같이 만들어간다는 건가.
김시대
: 그렇다. 누가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물으면, 논다고 한다. (웃음) 회사가 전문적인 시스템을 갖춰놨으니까 움직이는 거고, 나는 결정만 하고 왔다 갔다 하면서 논다고 한다. 그러면서 많은 생각을 하는 거다. 직원들과 이야기도 하고, 어떤 것이 좋을지 감을 잡고. 그러다 어떤 전율이 오는 순간을 기다린다.
 
당신에게 전율이 오는 가수는 앞으로 어떤 모습일까.
김시대
: 개인적으로 서태지와 아이들을 높이 평가한다. 우리나라에서 그전까지 볼 수 없었던 다른 것을 만들었고, 콘텐츠가 가진 파괴력을 가장 제대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가수 개인의 역량이 있어야 하고, 회사에서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해줘야 한다. 어쩌면 제작자로서 가장 마지막 목표라는 생각도 든다.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뭔가 다른 걸 계속 고민해야 하는데. 어쨌든 흐름이라는 걸 보면 뭔가 시작될 거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좀 다른 게 꼭 나오는 법이다. 
 
사진제공. 스타쉽 엔터테인먼트│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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