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록 페스티벌 2차 대전, 승자 없는 싸움이 남긴 것

2013.08.19
CJ E&M은 지난 4년간 지산에서 진행했던 밸리 록 페스티벌을 안산으로 옮겨 열었다.

록 페스티벌 2차 대전. 먼 훗날 한국 페스티벌의 역사를 정리할 때 2013년 여름은 이렇게 기록되지 않을까. 2009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하 펜타)을 공동 제작하던 옐로우 나인이 지산 리조트와 손잡고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이하 지산 밸리)을 론칭해 펜타와 같은 날짜에 열었던 1차 대전 때만 해도 시장의 충격은 상당한 것이었다. 하지만 2013년의 상황에는 비할 수 없다. 지산 밸리의 주최사인 CJ E&M이 지산 리조트를 떠나 새로이 안산에서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이하 안산 밸리)을 론칭하고, 지산 리조트 역시 자체적으로 지산 월드 록 페스티벌(이하 지산 월드)을 만들어 펜타와 같은 날짜에 열었다. 여기에 2012년부터 열린 슈퍼소닉과 현대카드 슈퍼콘서트의 일환인 시티브레이크까지 가세하며 다섯 개의 거대 록 페스티벌이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연이어 벌어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올해의 상황은 비정상적이다.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음악 공연 시장 위에서 벌어진 이 전쟁이 유의미한 승리를 남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현재 록 페스티벌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새 페스티벌이 생기고 경쟁하는 걸 막을 일은 아니다. 중요한 건 각 페스티벌이 유니크한 콘셉트를 가지는 것”이라는 안산 밸리 주최사 CJ E&M의 페스티벌팀 최윤순 팀장의 말처럼, 레드오션이라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자유 시장에서 새 페스티벌의 등장을 막을 수는 없다. 중요한 건 자유 경쟁이 공정하게 진행되며 결과적으로 질적으로 향상되었느냐다. 하지만 지산 월드의 경우, 비 때문에 서브스테이지가 무너지고 공연 시간이 연기되는 최악의 진행을 보여주며 지산 밸리를 기억하던 관객들에게 혹독한 비난을 받아야 했다. 새 장소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핸디캡을 감안하더라도 안산 밸리 역시 관객의 동선이나 메인과 서브스테이지 간 음향 간섭 문제에 있어서 숙제를 남겼다. “페스티벌 간 경쟁보다는 새로운 부지에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게 힘들었다”는 최윤순 팀장의 고백처럼, 이런 질적인 불만족은 수익 문제로 이어졌다. 손익분기점을 맞춘 수준이라고 밝힌 펜타나 티켓 판매보다는 현대카드의 협찬이 중요 수익인 시티브레이크 정도를 제외하면 올해 록 페스티벌들은 적자를 면치 못했으며, 특히 지산 월드의 경우 대외적인 발표에 비해 적자 폭이 훨씬 클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런 결과는 시장의 불공정한 경쟁 과정과 분리해서 말할 수 없다. 지산 월드의 경우 지산 밸리에서 기획과 섭외를 담당하던 CJ E&M과 나인 엔터테인먼트가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지산 밸리의 섭외 리스트와 공연 성공을 자신들의 커리어로 포장해 해외 뮤지션을 섭외하며 CJ E&M과 분쟁이 생겼다. 법적으로는 장소를 제공한 지산 리조트에서도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결론이 났지만, 해외 뮤지션 섭외에서 프로모터와의 신뢰도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떠올리면 정정당당한 방식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시장에서의 수익을 위해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사업자에게 페스티벌 문화에 대한 존중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의도치 않게 지산 월드와 같은 날짜에 경쟁을 벌여야 했던 펜타의 주최사 예스컴 이용석 본부장이 “기존 사업자에 대한 존중을 바라는 게 아니라 펜타라는 페스티벌의 의미를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같은 날짜에 행사를 잡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라 말하는 건 이러한 맥락에서다.


원칙적으로 자유 경쟁에 동의하는 기존 페스티벌 사업자들도 시티브레이크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건 그래서다. 한 공연 관계자는 “티켓 판매 금액의 한계가 있는 다른 페스티벌의 경우 아무리 메탈리카와 뮤즈라 해도 개런티를 높게 부르기 어렵기 때문에 현대카드 협찬을 받는 시티브레이크가 가져갈 수밖에 없다”며 개런티 상승을 지적했다. 지산 월드가 개별 접촉을 통해 타 페스티벌 헤드라인의 세 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뮤지션을 데려오는 것과, 서머소닉 라인업인 메탈리카와 뮤즈의 개런티를 높여 데려오는 건 다른 문제다. 후자의 경우 기본적으로 일본 양대 록 페스티벌과 연계해 최대한 합리적인 금액으로 개런티를 지불하던 시장이 흔들릴 위험이 있다. “현대카드에서 장기적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한국 페스티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려는 시도라면 의미 있겠지만, 단순히 마케팅을 위한 일회적 이벤트라면 가격 문제나 페스티벌 관계자의 경쟁 구도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용석 본부장)이라는 걱정은 당장 2013년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1999년 트라이포트 락 페스티벌이 열린 이후 한국에서 여름 록 페스티벌은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몇 해간의 꾸준한 성사를 통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을 불신하던 해외 뮤지션들도 한국 공연에 대해 어느 정도 안심하고 오게 됐고, 덕분에 라디오헤드나 메탈리카 같은 헤드라이너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해외 음악 시장에 대한 꾸준한 관찰 덕에 펀이나 포올스처럼 단독 공연으로 보긴 어려운 해외 인디 신의 총아들을 모아 명확한 콘셉트의 라인업을 짜는 것도 가능해졌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페스티벌, 혹은 장기적 비전을 가지지 않은 페스티벌은 그 자체의 성공 여부를 떠나 이처럼 조금씩 쌓여온 한국 페스티벌 시장의 인프라를 흔들 수 있기에 위험하다. 지난 2010년 한 기획사는 1969년 우드스탁 페스티벌에 참가했던 프로모터 아티 콘펠드와 함께 DMZ에서의 록 페스티벌을 기획했지만, 결국 명확한 기획 없이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던 아티 콘펠드는 제대로 된 라인업도 구성하지 못했고 행사는 무산됐다. 이러한 사례는 한국 시장에 대한 불신만 키울 뿐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 페스티벌의 역사에서 올해가 2차 대전으로만 기록될지, 유의미한 반성을 남기며 발전적인 2014년을 위한 발판이 될지 궁금한 건 그래서다. “결국 진정성을 가지고 만드는 사람이 승리”할지(최윤순 팀장), “새로운 시장이 개발되어 파이가 커질지”(이용석 본부장)는 알 수 없다. 각각 흘린 피와 상처를 확인한 뒤에라도 유독 서로 교류와 대화가 없던 한국 페스티벌 사업자들 간의 소통 창구가 열리고 공정한 경쟁의 룰이 논의된다면 좋겠지만, 이 역시 알 수 없다. 다만 한 공연 관계자의 말처럼 “어디가 먼저 망하느냐의 문제”가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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