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④ 땀과 눈물로 부르는 승리의 노래

2013.08.20

LG는 사랑입니다
① 이 죽일 놈의 LG 트윈스
② 김성근 감독부터 ‘LG는 사랑입니다’까지, 이것이 LG다
③ [웹툰] LG에는 슬픈 전설이 있어
④ 땀과 눈물로 부르는 승리의 노래
 


8월 9일. 최고기온 31도, 습도 78%. 장마 후 고온 다습한 날씨. 하늘에는 안개처럼 습기가 가득 찼다. 이 와중에 LG 트윈스(이하 LG)와 롯데 자이언츠(이하 롯데)의 경기가 있던 서울 잠실구장 앞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야구장이라고는 지금까지 한 번도 와본 적이 없는데. ‘혼돈의 카오스’라는 말을 어느 때 써야 할지 드디어 감이 잡혔다. 열기, 습기, 또는 광기. 8월 9일의 더위 속에 잠실구장을 거의 매진시킨 사람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자리를 잡고 치킨과 족발과 맥주를 먹고 있었다. 이때만 해도 이 사람들이 그저 야구와 저녁을 같이 해결하는 사람들이려니 하는 순진한 생각을 할 뿐이었다. 하지만 경기 시작을 알리는 애국가가 울려 퍼지고, LG 팬들이 응원용 막대 풍선으로 ‘팡팡팡팡’ 소리를 내는 순간 모든 것이 바뀌었다. 2만 명 이상의 관객들이 내는 막대 풍선 소리는 거대한 울림으로 변했고, 사람들의 함성이 더해지자 야구장은 로마의 콜로세움처럼 바뀌었다. 야구장이 이런 곳이었구나. 더웠고, 무서웠고, 집에 가고 싶고!

“빠빠빠빠빠빠빠빠~” “점핑 예 점핑 예 에브리바디 점핑~” 응원단장의 손짓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응원 동작을 하는 LG 팬들은 1회부터 흥에 겨웠다. ‘빠빠빠’가 이렇게 신나는 곡인지 새삼 깨달았고, 좋아하는 노래는 아니었지만 이 이상한 나라 같은 곳에서 익숙한 노래를 들으니 괜히 반가웠다. 하지만 그사이 롯데 응원석에서 “마!”라고 소리치자 LG 응원석에선 “왜!”를 외치며 견제하는 소리를 질렀다. “마!”, “왜!” 몰라, 뭐야 이거 무서워. 야구 경기를 본다는 건 이런 걸까. 


“내가 이거 보려고 귀국했잖아.” 교포인 듯  어색한 한국어 발음으로 말하던 남자는 4회 말 공격이 시작되자 흥분해 앞으로 뛰쳐나가 응원을 시작했다. 1회 말 1:0으로 앞서 있던 LG 는 3회 초 롯데에 2점을 내주고 역전을 당했지만, 관객들은 오히려 더욱 열정적으로 응원을 시작했다. “무적 LG!”를 연호하던 그들의 열기는 이병규 선수가 나오자 절정에 달했다. “오! 오! 오~ 이병규~” 오늘 최고 기온이 31도라며, 이 사람들은 정말 열심이구나. 그리고, “이병규 안타!” LG 팬들의 염원 덕분인지 이병규는 안타를 쳤고, 기어이 2점을 내며 동점을 만들어냈다. 왜 이런 팀이 10년 동안 야구를 잘 못했다는 얘기를 들었던 거지? 야구장에 처음 와본 입장에서는 이유를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동점이 되자 LG 팬들이 더욱 열광했다. 어디선가 나타난 붉은 깃발들이 펄럭였고, 이용의 ‘서울’이 울려 퍼졌다. “아~ 아~ 아아~ 우리의 서울~ 우리의 서울~ 거리마다 푸른 꿈이 넘쳐흐르는~ (무! 적! L! G!)” 박자 하나 안 틀리고 모든 것이 딱딱 맞아떨어진다. 당연히 응원단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팬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인 것이라고 한다. 대체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만든 것일까. 하지만 그에 상관없이 ‘서울’을 들으니 갑자기 가슴이 짠해졌다. 평생 서울에서 살다 경기도에서 3년, 다시 얼마 전 서울로 돌아온 탓인지도 모르겠다. 서울에 무슨 감정 같은 것을 크게 가져본 적이 없는데, 야구장에서 이런 소속감이라니. 이래서 프로야구를 보며 ‘우리 팀’ 응원을 하나 보다 싶기도 했다.


야구고 뭐고 그냥 서울이 좋아서 노래를 따라 부르고 싶어졌고, 그러는 와중에 LG 팬들의 응원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따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달까. 친구 따라 야구장 왔다가 LG 팬이 됐다던 미키마우스 머리띠를 한 여고생 팬은 땀으로 화장이 지워졌고, 이제 막 입대한 이등병보다 더 크게 ‘무적 LG’를 외치던 남자 팬의 앞머리는 젖어 이마에 눌어붙었다. 그렇게 뜨거운 응원이 끝난 4회 말, LG는 4점을 내며 역전했다. “아~ 진짜 오랜만에 경기 재미있게 보네.” 두 아들과 경기를 본 한 아저씨가 말했다. 그와 함께 온 두 아들은 LG 트윈스가 아닌 파란색의 ‘MBC 청룡 9번 유지현’ 유니폼을 입었다. LG는 유지현이 입단한 1994년, 그의 활약과 더불어 마지막 우승을 했다. 그 후 타 구단 팬이 ‘DTD는 과학’이라고 놀리던 10여 년의 시절도 있었다. 그 기나긴 인내의 시간이 ‘청룡’의 유니폼에 묻어 있는 듯했다. LG가 강팀인 지금, 이 아저씨는 어떤 기분일까.


밤 9시, 경기는 후반으로 흘러갔지만 잠실구장은 여전히 한낮처럼 후끈했다. 비가 내리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관객은 그냥 비를 맞았다. 그리고, 비를 식혀줄 사이렌 소리. 마무리 투수 봉중근의 등장. 봉중근은 8회 초를 말끔하게 막았고, 8회 말 LG의 공격 순서가 됐다. 응원단장이 드디어 ‘승리의 노래’를 틀었다. “오~~~~~~~ 승리의 함성을 다 같이 외치자.” 사람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목청껏 노래를 외쳤다. 같이 서 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몸이 왼쪽, 오른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 뒤에는 ‘민족의 아리아’를 개사한 노래가 이어졌다. “우리들의 함성을 여기에 모아 외~쳐라 무적 엘지.” 이기고 있는데 이렇게 슬픈 파이팅이라니.

이게 LG 팬들인가. 하긴 10년 동안 ‘DTD’라는 말을 들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올해의 그들은 이기고 있을 때만 들을 수 있는 그 ‘승리의 노래’를 계속 부를 수 있다. 경기는 결국 7:2로 LG의 승리로 끝났다. 여전히 날씨는 더웠다. 하지만 왠지 신나고, 조금은 시원한 기분도 들었다. LG 팬의 응원이란 이런 것이구나. 앞으로도 계속 LG가 이기면 좋으련만.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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