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다이나믹듀오, 여전히 완벽한 둘 [인터뷰}

28일 정규 10집 '2 Kids On The Block' 발매

/사진=아메바 컬쳐
/사진=아메바 컬쳐

2004년 5월 19일, 다이나믹 듀오는 자신들을 '셋 보다 나은 둘'로 소개했다. 2007년 지금의 소속사 아메바 컬쳐를 설립하고 발매한 정규 3집에서는 두 사람은 '비로소 나은 둘'이 됐다.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2024년. 한국 힙합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대표하는 다이나믹 듀오는 '여전히 완벽한 둘'이다.

다이나믹 듀오는 28일 오후 6시 정규 10집 '2 Kids On The Block'을 발매한다. 이번 앨범은 두 명의 10대 소년들 김윤성·최재호가 다이나믹 듀오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시간의 순서대로 펼쳐 놓은 앨범이다. 앨범의 마지막 파트 발매를 앞둔 다이나믹 듀오는 라운드 인터뷰를 통해 앨범과 자신들의 음악 인생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번 앨범은 김윤성(개코), 최재호(최자) 두 사람이 친구로 만나 현재의 위치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을 담아냈다. 아는 PD의 권유로 다이나믹 듀오의 일대기를 담은 드라마 제작을 논의 중이었던 두 사람은 이 아이디어를 토대로 앨범 작업을 시작했다. 다큐멘터리 제작은 무산됐지만, 곡을 작업하던 다이나믹듀오는 계획대로 앨범을 발매하게 됐다.

"앨범의 콘셉트를 고민하는 와중에 아는 PD 동생이 저희의 드라마를 찍어보고 싶다고 해서 자주 만났어요. 이 콘셉트로 앨범을 만들어봐도 재미있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드라마 제작이 무산됐어요. 작품은 없고 OST만 남은 셈이에요. 사실 둘이 과거에 대한 디테일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뿐더러 그런 이야기 자체를 잘 안 하거든요. PD를 만나 이야기를 하다보니 음악을 만들기가 오히려 쉽더라고요. 드라마는 나오지 못했지만 도움이 많이 됐어요."(개코)

 

/사진=아메바 컬쳐
/사진=아메바 컬쳐

지난해 6월 파트1, 지난해 8월 파트2를 공개한 이번 앨범은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모두 발매가 됐어야 할 앨범이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일로 인해 발매가 연기됐다.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2'의 계급 미션곡이었던 'SMOKE'가 엄청난 인기를 끌고 2014년 발매했던 'AEAO'가 숏폼 플랫폼을 중심으로 역주행에 성공한 것이다. 그로 인해 다이나믹 듀오는 예정됐던 앨범 발매를 잠시 미루고 두 곡의 활동에 집중했다.

"프로그램이 잘 되니 어느 정도는 잘 되겠다 싶었는데 기대보다 열 배 이상 잘 됐어요. 계속 앨범을 내고 있지만 많이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메인스트림과의 접점이 최근에는 없었던 것 같은데 '스모크'는 지금의 메인스트림과 접점이 있는 것 같아요."(최자)

"저희는 음악이라는 제품을 공급했을 뿐인데 정말 로또 맞은 기분이었어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AEAO'의 역주행도 마찬가지에요. 주변에서 역주행하는 곡을 보며 '우리는 왜 역주행하는 곡이 없을까' '역주행을 한다면 어떤 노래일까'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는데 'AEAO'는 전혀 예상 못 했던 곡이었어요."

특히 10년 전 발매한 'AEAO'의 역주행은 앨범을 발매할 때의 마음가짐도 달라지게 했다. 이 기세를 이번 앨범까지 이어가기 위해 욕심을 부릴 수도 있지만 그 반대였다. 당장 지금의 노림수를 보기보다는 꾸준하게 씨를 뿌린다는 마음가짐이 그들에게 중요하게 와닿았다.

"노림수를 가지고 만든 곡들은 사랑을 못 받았던 것 같아요. 작년은 작년이고 10집은 10집이라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가장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음악이 뭘까 고민했어요."(개코)

"염두에 두는 게 있다면 과거의 곡들이 지금의 곡들과 동등한 가치를 지니는 것 같다는 점이에요. 신세대들에게는 과거의 곡도 신곡이고 AI의 추천을 받아 노래를 들으니까요. 씨를 뿌린다고 생각하면서 수확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최자)

 

/사진=아메바 컬쳐
/사진=아메바 컬쳐

예상치 못하게 앨범 발매가 미뤄졌지만 이는 전화위복이 됐다. 당초 4곡이 담길 예정이었던 이번 파트의 곡 수가 5곡으로 늘어난 것이다. 음원 사이트에는 3곡이 발매될 예정으로 나왔지만, 이는 소속사에서 임의로 예상한 숫자로 원래 계획은 4곡이었다.

"원래는 작년까지 발매하는 게 계획이라 타이트했어요. 그런데 앨범이 밀리면서 곡도 추가가 됐어요. 제대로 된 앨범이 발매돼서 감회가 새로워요."(최자)

이들의 서사를 풀어놓았다는 점에서 과거 '이력서'나 '다시 쓰는 이력서'를 떠올리는 팬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앨범이 차별점을 가지는 이유는 개별적인 사건보다는 그 사건 당시 느꼈던 감정에 초점을 둬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특정한 스토리가 담겨있기보다는 그때 느낀 감정에 집중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래야 이 시대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감정적으로 공감이 가지 않을까 싶었어요. 단순히 기록으로만 풀어 놓으면 전혀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게 뭔데'라고 느낄 것 같았거든요."(개코)

"곡마다 독립성은 있지만,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순서대로 배치되어 있기는 해요."(최자)

 

/사진=아메바 컬쳐
/사진=아메바 컬쳐

특히 과거 찬란했던 순간과 직후 맞이한 추락의 순간에 느낀 감정도 여과 없이 담겨 있다. 2012년과 2013년 다이나믹 듀오뿐만 아니라 슈프림팀, 자이언티, 크러쉬, 프라이머리 등 소속 아티스트가 모두 빛을 본 시기가 가장 찬란했던 순간이었다면 이후 맞이한 여러 사건들은 그 반작용을 맞이했던 순간이었다. 

"정규 7집을 통해 상도 받고 회사에서 음악하던 친구들도 빛을 봤는데 감당이 어려울 정도였어요. 그런데 대중의 관심과 빛이 커지니까 동시에 그림자도 커지는 걸 느꼈어요. 감정적으로 슬럼프도 오고 침체 됐던 시기는 가장 큰 빛을 본 이후에 오더라고요. 그때 느꼈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 냉소적이고 차갑다가 이를 이겨내는 과정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개코)

"앨범을 내면 차트에 쫙 붙어서 올라가 있으니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게 말이 되나' 싶을 정도였어요.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데 그때는 1등 하는 공식을 안다는 생각도 했어요. 약간 아쉬운 건 놀라서 못 즐겼다는 거예요. 그 이후에는 그림자도 컸고 여러 가지 문제들도 따라왔던 것 같아요."

마지막 트랙인 타이틀곡 '피타파'는 지금에 그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나아가겠다는 다이나믹 듀오의 열정과 해외 진출에 대한 포부를 담은 곡이다. 여전히 새로움을 추구하는 다이나믹 듀오는 해외 활동이 그들에게 신서한 자극제가 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해외 공연이 몇 개 잡혀서 갔어요. 한국에서는 많은 곳을 돌아다녔는데 새로운 무대에서 신인이 된 기분으로 무대에 서니 불편하다기보다는 신선하더라고요. 한국에서 음악을 만드는 데도 신선했어요. 올해도 해외 공연이 잡히는 걸 보고 다시 한번 신인의 기분이 느껴져셔 즐겁게 해보자고 마음가짐을 다잡았어요."(개코)

"회사 방침을 비용을 줄이고 횟수를 늘리는 걸로 바꿨어요. 진짜 신인일 때는 신인인 게 싫었는데 지금 다시 신인 같은 느낌을 받으니 즐거워요. 저 사람을 신나게 하자는 목적의식도 생기는 것 같아요."(최자)

 

/사진=아메바 컬쳐
/사진=아메바 컬쳐

데뷔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다이나믹 듀오는 왕성하게 활동하며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들의 음악을 듣고 꿈을 키워 래퍼가 된 이들도 있다. 아메바컬쳐 소속 허성현은 '다듀 키드'를 의미하는 'DDKD'라는 곡을 내기도 했다. 이 밖에도 많은 후배 래퍼들은 다이나믹 듀오를 '샤라웃' 하며 두 사람을 향한 존경심을 나타내고 있다.

"아티스트 친구들에게는 고마워요. 우리 음악을 듣고 자란 친구가 유명한 스타가 될 동안 저희도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기도 하고요. 가끔씩 음악에 저희를 오마주하는 가사를 써줄 때는 뿌듯하기도 해요. 예전에는 거리감이 있었는데 '쇼미더머니'를 통해 가까워진 것 같기도 해요."(최자)

"힙합의 매력이 싸우는 것뿐만 아니라 서로를 리스펙트하는 것에도 있잖아요. 저희가 지금까지 한 음악이 훌륭하냐 아니냐를 떠나서 그들에게 추억이 됐고 존중하는 느낌을 줘서 기분이 좋아요. 저희도 드렁큰 타이거나 듀스처럼 저희가 영향받은 형들을 가사에 썼는데 그런 힙합의 매력을 이어가 줘서 고마운 것 같아요."(개코)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힙합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쇼미더머니'를 위시한 미디어가 힙합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을 높였을 때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힙합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강하다. 다이나믹 듀오는 '다시 견고해질 것'이라며 여전히 힙합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글로벌해진 느낌은 확실히 있어요. 사람들이 선택하는 폭도 넓어지고 힙합이라는 장르 안에서 취향도 다양하게 있고요. 유럽에서 열광하는아티스트도 있는 걸 보면 한국에서 만드는 힙합이 경쟁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대중들의 선택을 받았다가 외면을 받았다가 하는 것도 맞아요. 예전에 저희가 느끼기도 했어요. 그 와중에도 좋은 앨범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다시 견고해지는 시기가 올 것 같아요."(개코)

"방송들이 시기적절하게 터지면서  과하게 인기를 받았던 것 같아요. 예전에 차트에 아이돌 음악밖에 없을 때 잠시 겨울을 느낀 적이 있어요. 지금 잠시 겨울이 올 수 있지만, 힙합이라는 장르 자체의 겨울은 오지 않을 것 같아요."

 

/사진=아메바 컬쳐
/사진=아메바 컬쳐

다이나믹듀오는 20년 전 자신들의 과거를 정리하는 '이력서'로 그룹의 시작을 알렸다. 20년이 지난 정규 10집의 마지막 트랙은 밝은 미래에 대한 포부를 담은 '피타파'다. 20주년과 정규 10집이라는 숫자까지 딱 맞아떨어지며 다이나믹 듀오가 다음 챕터에 돌입했다는 느낌을 준다. 과거 '65살까지 랩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두 사람 역시 여전히 무대와 힙합에 대한 갈증을 드러내며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우리는 나이 들면 못하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아니라고 느껴지는 것 같아요. 대중의 선택은 어쩔 수 없지만, 만드는 것에 대한 욕구는 계속 있어요. 올해 초에 잠깐 쉬었더니 약간 고장났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어찌 보면 도파민에 중독된 것 같기도 해요."(개코)

"힙합은 젊은 음악이라고 하는데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힙합은 힙합이고 나이 많은 사람도 할 수 있다고 봐요. 저는 아직도 무대 위에서 땀 흘리는 게 재미있어요."(최자)
 

저작권자 © 아이즈(iz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