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의 캐스팅

낯선 배우에겐 기대를, 좀 빤한 얼굴에겐 믿음을

2020.02.06

모두가 캐스팅 하고 싶어하는 박서준(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하정우, 이민호, 현빈, 강하늘. 사진제공=각 소속사



“저 죄송한데... 저희가 지금 ‘응답하라’는 아니잖아요.”

“아니, 강실장 말이 좀 그렇네. 그걸 누가 모르나. 그래도 얘기는 해볼 수 있잖아 우리끼린데. 그리고 책도 줘볼 수 있는 거 아니야? 혹시 알아 마음에 들어 할지.”

 

캐스팅 첫 회의에서 언급되는 배우들은 대부분 비슷하다. 톱스타다. 2030대면 김수현, 남주혁, 강하늘, 이민호, 류준열, 박서준 등. 위로 좀 올라가면 하정우, 정우성, 이병헌, 조인성, 현빈 등이다. 이때 캐스팅 디렉터의 임무는 현실 직시다. “A씨 회당 2억 찍었습니다” “B씨 지금 C감독님 영화 기다리고 있어요” “D씨 스케줄 2021년 하반기부터 가능하고요” “E씨 코믹은 이제 안 하고 싶다네요” “F씨 책 검토하는데 기본 3개월인데 저희 시간 있나요?”라고 상대의 위시리스트에 하나씩 빨간 줄을 긋는다.

 

그렇게 현실적인 라인업을 찾고 캐스팅을 마치면 간혹 잔인한 평가가 돌아올 때도 있다. “XXX이 주인공이라고?” “저 배우로 편성을 받은 게 신기하다” “이 캐스팅으로 어떻게 투자를 받았냐” 등. ‘뭐야 이 사람 관계자야?’라고 의심되는 업계의 섭리를 꿰뚫는 댓글엔 괜히 억울한 맘도 생긴다. 조우진 배정남 진선규 배성우 등 ‘스타조연’이 늘어나면서 캐스팅 시험대는 더 까다롭다. “배우가 그렇게 없어?” “OOO은 저 채널 공무원이냐?” “캐스팅이 왜 이렇게 약해” 등. 조연에도 대중의 취향이 확실해지고 눈높이가 올라갔다.

 

결과적으로 모든 캐스팅이 다 어려워졌다. 모두가 강동원, 류준열, 김수현, 이민호, 이병헌, 하정우, 황정민 같은 배우를 캐스팅하고 싶다. 주인공의 엄마는 윤여정, 언니는 이정은, 남편은 조우진, 동생은 이동휘가 나왔으면 좋겠다. 영화 <기생충>의 송강호 배우가 ‘누가 주인공이지?’라고 의구심을 가졌다는 혼돈의 캐스팅을 늘 하고 싶다. 흔히 업계에서 “OOO이 출연만 해준다고 하면 우리가 2년이고 3년이고 기다리지~”라는 약속이라도 받아내 배우들의 시간을 미리 ‘찜’하는 것도 이해되는 현실이다.

 

주연, 조연, 카메오, 우정출연, 특별출연. 어떤 배역에든 모두의 마음 속 1등 배우는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되도록 뛰어난 감독, 되도록 성공한 작가, 되도록 자본이 넉넉한 제작사, 되도록 유연한 태도의 방송사와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런 그들의 스케줄은 항상 풀(Full)이고 그들의 몸은 하나다. 그러니 우리가 그들을 볼 수 있는 작품도 아주 많아야 1년에 1개. 매해 수백편의 콘텐츠가 쏟아지는 2020년 세상엔 수많은 대안과 새로운 기회가 필요하다.

 

업계에선 더 이상 제일 좋은 캐스팅을 한류스타나 대세배우에 두지 않는다. ‘지금 스케줄이 가능한 배우’가 ‘나의 배우’다. 시간이 허락하는 배우 중에서도, 나이 대 안 맞는 사람, 배역이랑 안 어울리는 사람, 출연료 안 맞는 사람, 접고 나면 몇 명 남지도 않는다. 그래서 ‘연기 안 되는 배우 주인공으로 쓰더니 망하겠네’ ‘어디서 본 조합이더니 식상하네’ 라며 ‘역시는 역시 역시야’라는 반응을 이해하면서도 인정하긴 싫다.

 

이 모든 리스크를 예상하지 않은 관계자는 없다. 오히려 “다시 캐스팅하라고 해도 이보다 완벽할 순 없어”라는 게 관계자들의 결론일 거다. 당신이 보는 드라마,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최상을 넘는 최고의 캐스팅이다. 낯선 이름의 배우에겐 기대를, 좀 빤한 얼굴의 배우에겐 믿음을 가져줬으면. 쉬운 판단과 섣부른 평가는 금물이다. 그럴 만한 명분이 충분한 캐스팅이니까.


강민정(칼럼니스트, 캐스팅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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