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더보다 더한 참 리더가 나타났다!

'스토브리그' 백승수 단장에 시청자 열광

2020.02.04

사진제공=SBS '스토브리그'



한때 프리더 리더십이 주목받은 때가 있었다. 프리더는 도리야마 아키라의 유명 만화 ‘드래곤 볼’의 대표 빌런 중 하나다. 하지만  완결 후 많은 시간이 흐른 뒤 그의 악행에 숨겨졌던 부하들을 챙기는 남다른 리더십이 인정받은 것이다.


일례로 몇 가지를 꼽자면 ‘부하의 직급을 막론하고 이름을 기억하며 언제나 존댓말을 쓰는 것’ ‘인재를 아끼며 능력 있다면 적이라도 인정하고 포섭하려 드는 것’ ‘부하의 실수를 한 번은 용납하고 만회할 기회를 주는 것’ ‘최상의 근무환경 제공하는 것’ 등. 소위 요즘 이야기하는 ‘라떼 상사’와는 가장 거리가 먼 이상적인 상사가 바로 프리더였다.


최근 우리는 또 다른 워너비 리더에 열광하고 있다. 바로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남궁민이 연기하고 있는 ‘백승주 단장’이 그 주인공이다. 프로야구 만년 꼴찌팀 ‘드림즈’에 부임해 온 신임 단장 백승수는 앞서 씨름단, 핸드볼단, 하키단 등을 우승시켰던 인물. 하지만 극 초반에 직원들의 눈에 비친 백승수 단장은 ‘스펙이 화려하다’는 점을 제외하곤 그다지 이상적인 상사는 아니었다.


백 단장은 죽어가는 ‘드림즈’를 수술하기 위한 외과의사와 같았다. 눈에 드러난 환부를 향해 과감하게 메스를 들이댔다. 핵심 선수를 트레이드하고, 부정을 저지르던 직원을 잘라냈다. 치료를 위해선 꼭 필요한 치료였다. 하지만 환자들에게 살가운 의사는 아니었다. 직원들과 의사소통은 언제나 차갑고 직선적이었으며, 타협보다는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켰다. 하여 직원들의 반발심은 커져만 갔다.


하지만 백 단장은 이내 직원들, 그리고 대중들의 마음속에 참 리더로 자리 잡는다. “휴머니즘 가지고는 일 못 합니다”라는 백 단장의 말은 사실 어쩌면 자신에게 되뇌는 다짐이었을 터다. 그가 휘두르는 메스는 결국 사람을, 그리고 드림즈를 구하기 위함이고 이는 휴머니즘으로 귀결된다. 더불어 그가 걷는 길이 언제나 바른길이 아니어도, 돌아갈 땐 속 깊은 이유가 있었기에 우리는 그의 인간미에 녹아 든다.


야구를 모르기에 책으로 공부하며 “책으로 배우는 것이 창피한 것이 아니라, 1년이 지나도 야구를 모르는 게 창피한 것”이라 말한다. 재벌 2세의 대표격인 상사에게는 “어떤 사람은 3루에서 태어났지만 자신이 3루타를 쳤다고 생각하며 산다”는 배리 스윗처 풋볼 코치의 명언을 들먹인다. “일은 믿음으로 하는 게 아니”라면서 능력 있는 부하를 승진시키고, 부조리를 당하는 부하를 위해선 사장에게 소리칠 줄 아는 것이 바로 백 단장의 리더십이다.


그러나 편견에 비춰볼 때 백 단장은 하자가 많은 리더일 수 있다. 스펙을 보자면 그가 맡았던 팀들은 우승은 했지만 이듬해 해체 수순을 밟았다. 상사의 입장에서 보자면 자신의 생각과 다를 땐 상사의 지시에 불복하며, 그렇다고 예의가 바른 것도 아니다. 부하의 입장에서는 칭찬에 인색한 상사이며, 일을 독단적으로 지시하는 불통의 상사다. 



사진제공=SBS '스토브리그'


그렇기에 우리는 백승수 단장을 사랑한다. 색안경 낀 시선을 백 단장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이러한 기준은 자신에게, 그리고 타인에게도 이어진다. 조직의 부조리와 인간관계의 스트레스에 지칠 대로 지친 우리들에게 이 쿨내 진동하는 단장님은 한때 뜨거웠으나 지금은 식어버린 라떼가 아닌 시원한 사이다와 같은 상사이자 워너비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느 회사의 실장님이 드라마처럼 잘생긴 재벌 3세가 아니듯, 우리의 상사가 백승수 단장 같은 리더십을 보여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고 TV에서 눈을 돌려 돌아온 현실에 한숨지을 필요는 없다. “소 잃고 외양간 안 고칩니까? 안 고치면 다시는 소 못 키웁니다”라고 했던 백 단장이다. 아마도 백승수 단장이라면 “여러분이 그런 리더가 되면 됩니다”라는 시니컬한 한마디를 던지지 않았을까?


권구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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