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ze별점] 대부분 드라마에는 있지만 '검사내전'에는 없는 것?

2020.01.31


과거 우리나라가 좀 어렵던 시절 어른들이 하던 소리가 있다. 기술을 배우면 평생 굶을 일 없이 밥 벌어 먹고 살 수 있다고. 어른들이 말하던 '기술'은 곧 지금으로 따지면 전문직 아닌가. 그럼 다시 바꿔 말해 보자. 기술을 습득은 어떻게 할 수 있는가? 답은 각각의 기술에 맞는 방법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즉 각각의 기술을 사용하는 일종의 '공식'이 있다는 것이다.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이며,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서 드라마 작법 역시 공식이 있다. 작법이라는 뜻에서 이미 '쓰는 방법'이라고 나타나있으니까.


그렇다면 드라마 쓰기의 공식은 뭘까? 물론 1+1=2처럼 하나로 설명할 순 없다. 또한 딱 한 가지 방법만 있다고도 할 수 없지만 대략적으로 드라마의 스토리가 재미있고, 시청률 상승을 하는 데 중요하게 작용할 몇 가지 공식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사랑'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서 남녀 주인공들의 러브 스토리 말이다. 생각해 보라. 대부분의 남녀 주인공이 드라마 전체의 중심을 잡고 이들 주변 인물들이 조연으로 등장하며, 주인공 남녀는 티격태격하다가 사랑을 하던, 우연으로 만나다가 사랑을 하던, 족보가 꼬이고 꼬인 관계인데 사랑을 하건, 여하튼 이들의 러브 스토리가 중요한 맥이고, 여기서 파생 된 수많은 사건, 갈등, 관계의 스토리가 펼쳐진다. 때문에 시청자에게 남녀 주인공이 잘 되는지, 아닌지가 중요한 관건이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눈에 띄는 드라마, 그래서 더욱 새로운 드라마가 있다. 바로 JTBC의 '검사내전'이다. '검사내전'은 현직 검사 김웅의 책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이다. 원작 '검사내전'은 드라마가 아닌 현실을 살아가는 검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가 검사 생활을 하면서 검찰 안에서 경험한 이야기와 검사라는 직업 덕분에 알게 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조사하면서 알게 된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원장을 바탕으로 탄생한 드라마가 이선균, 정려원 주연의 '검사내전'이라는 것이다.


자, 이렇게 원작을 각색하여 드라마를 할 경우 대부분 기본 골격, 즉 등장인물이나 배경 등은 그대로 두고 벌어지는 사건을 세부적으로 변형시켜서 스토리를 재가공한다. 때로는 인물들 관계 역시 드라마의 공식에 맞춰 바꾸기도 한다. 앞서 말했듯 드라마 공식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러브스토리이기 때문에 원작에서 남녀 주인공의 러브스토리의 비중이 작거나 없을 때 드라마로 각색에선 러브스토리를 새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검사내전'에선 러브 스토리에 대한 시도(?)조차 하지 않고, 아예 없다. 이선균, 정려원이라는 톱스타가 남녀 주인공으로 포진되어 있으나 이 두 사람, 담백하게 일만 하는 사이이다. 아니 서로 무심하고 대면 대면하다.


일단 '검사내전'이 어떤 내용인지부터 살펴보자. 이선균, 정려원, 이성재, 김광규 등은 어업과 문화가 중심인 '진영'이라는 작은 도시의 검사들로 출연한다. 남해 어딘가에 자리한 진영지청은 검사 조직의 핫 플레이스가 아닌 굳이 발령받아 오고 싶지 않은 곳, 심지어 검찰총장이 몇 번을 바뀌도록 찾아오지 않을 만큼 외면 받는 곳이다. 그렇기에 여기 검사들 대부분 검찰청의 주류는 아니다. 다만 정려원은 중앙지검 특수부라는 요직에 있던 엘리트 검찰이었으나 권력의 희생양이 되어 진영으로 좌천당한 인물이다. 그로 인해 진영지청에서 이선균을 만나게 된다. 특히 여기서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이선균과 정려원의 관계이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아주 구체적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이선균과 정려원의 관계가 껄끄럽다는 사실이다. 대략적으로 나타난 사실은 이선균과 정려원이 같은 대학교 선후배 관계로 이선균이 1년 선배인데, 검사 기수로는 정려원이 이선균보다 선배라는 것이다. 학번과 검사기수가 서로 엇갈리는 사이인 것도 애매하나 더 희한한 건 정려원이 이선균을 모르거나 모르는 척하고 있다는 것. 대체 왜 그럴까, 싶을 정도로 찬바람을 일으키며 이선균을 무시(?)한다.

여기까지가 '검사내전'의 초반 스토리이다. 이 때 드라마의 공식대로 한다면 어떻게 할까? 이선균과 정려원의 러브 스토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드라마 공식 그대로 따라해 볼까? 남녀 주인공이 사랑에 빠질 때 처음부터 바로 좋아하거나 쉽게 이어지지 않는다. 오해를 하거나 서로 싫어하거나 혹은 집안끼리 사이가 안 좋거나, 즉 어떤 상황이든 두 사람이 쉽게 연결되기 어려운 설정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일종의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서로 이어지기 어려운 상황, 즉 장애가 있지만 이를 극복하게 둘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처럼, 드라마의 남녀 주인공도 처음엔 극과 극(?)의 상황에 놓이지만 여러 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둘이 점점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렇게 따져볼 때 '검사내전'의 이선균과 정려원의 초반 설정만 보면 그 다음은 둘의 러브 스토리가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하기에 충분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대학시절 껄끄러웠던 관계라는 것, 또 검사 선후배 사이에 바뀌어있다는 것, 게다가 정려원이 좌천당해 진영지청으로 내려왔다는 것, 그리고 이런 정려원에 대해 기분 상해하는 이선균. 둘의 관계가 처음엔 극과 극이었지만, 진영지청에서 여러 사건들을 겪고 조직 내부의 부당함 등등에 치이면서 두 사람의 사랑이 싹트며 러브라인을 형성하게 되면 시청자들 또한 두 사람의 연애가 어떻게 될까, 궁금해 하는 것이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가 된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검사내전'은 드라마의 이러한 공식을 철저히 피해 갔다. 러브 라인은커녕 그럴 만한 구실도 필요 없을 정도로 설정되어 있다. 왜? 이선균은 초등학생 아들을 둔 유부남으로 출연하니까. 게다가 아들이 학교 폭력 문제로 얽힌 문제를 해결하는 에피소드가 방영되면서 남녀 주인공의 러브 라인이 앞으로 냄새조차 풍길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대신 '검사내전'에서는 원작의 내용에 충실히 하여 현실의 검사생활을 담고 있다. 심지어 기존의 검사 드라마에서 보던 거악과 싸우거나 권력의 시녀로 살아가는 야비한 검사들의 스토리도 없다. 굿 값을 떼어 먹은 혐의로 무당청년을 조사하고, 평균 나이 80대 어르신들이 삼감 관계로 비롯된 사랑싸움으로 연적의 집 대문에 소똥을 뿌려 시시비비를 가리며, 음주운전 사건, 10만원 절도사건 등 소소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진영지청에선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생활감 넘치는 사건들이 주를 이룬다는 것이다. 간혹 상사에게 어떻게 하면 잘 보일까, 고민하고 아부하고, 고된 사건들을 마무리한 후엔 허름한 술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이고, 여가 시간엔 맥주 한 잔 하는 모습들이 보여진다.


그렇다고 기존의 드라마처럼 선악이 확실히 구분되어 있지도 않고, 선인과 악인이 어떤 사건을 놓고 대결하는 것도 없으며, 누군가의 뒤통수를 치는 음모론도 없다. 그저 진영지청 내 형사2부 검사 여섯 명이 살아가는 모습들이 현실감 있게 그려지고 있을 뿐이다. 대신 이들이 어떤 사건을 조사하건 '법'과 '정의'를 지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소한 시민들이 겪는 사건들에서 진영지청의 형사2부 검사들은 무조건 '법'과 '정의'의 편에 서 있다. 그래서 '검사내전'은 기존 드라마에서 보는 러브 스토리와 그들을 둘러싼 온갖 갈등과 음모들이 없어도 약자의 편에 선 검사들의 생활밀착형 이야기가 있어 따뜻하고, 통쾌하다. 원래 사람들이 감동 받거나 상처 받는 건 큰 일 때문이 아니라 작은 일들 때문 아닌가. '검사내전'의 스토리가 곧 그렇다. 드라마 특유의 공식화 된, 정형화 된 스토리가 아니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소소한 사건들이 중심이 되고, 소소한 시민들 편에서 사건이 해결되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공감하고 이것이 감동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 '검사내전'은 '법'과 '정의'가 중심이 되는 생활밀착형 드라마! 그래서, 제 별점은요~ ★★★★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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