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AOA 마침내, 우리가 진짜 하고 싶었던 것

2019.12.11
거듭되는 그룹 재편을 거쳐 ‘마의 7년’을 넘긴 걸그룹 AOA가 Mnet ‘퀸덤’에 출사표를 던졌을 때 이들의 성공을 점친 이는 많지 않았다. 오히려 “기대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었다. 그들을 향한 세간의 부정적인 평가를 일축한 것은 2차 경연 '너나 해' 무대였다. 쓰리피스 수트를 입고 보깅 댄서와 함께 퍼포먼스를 꾸미며 색다른 모습을 선보인 ‘너나 해’는 다양한 해석을 촉발시키며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방영 초기 프로그램의 인기를 견인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매스컴은 ‘AOA의 재발견’이라 명명했다. 하지만 준비과정에서 혜정이 털어놓은 "우리가 진짜 하고 싶었던 거였어"라는 한마디는 애초에 AOA에게 제대로 된 '발견'의 기회 자체가 적었음을 시사한다. 성적 물화를 일삼은 프로덕션, 이를 적극적으로 확대 재생산한 미디어 사이에서 멤버들은 소모적으로 다루어졌을 뿐 멤버들 개개인의 잠재력과 역량이 조명된 경우는 드물었다. 지민이 Mnet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래퍼로서의 능력을 보여준 바 있었으나, 그를 의심하고 깎아내리는 악플은 끊이지 않았다. “나는 져버릴 꽃이 되긴 싫어 I’m the tree”라는 지민의 랩은 이러한 제작자의, 언론의, 대중의 뒤틀린 시선을 뚫고 나오며 완전히 다른 차원의 AOA를 발견하도록 촉구했다. 마침내 “진짜 하고 싶었던 것”을 펼쳐보이는 AOA의 모습을.

11월 발매된 ‘New Moon’은 ‘퀸덤’을 통해 획득한 AOA의 서사를 이어나간다. 타이틀곡 ‘날 보러 와요’의 뮤직비디오는 카메라에 둘러싸인 유나를 멤버들이 구출하러 가는 과정을 그린다. 유나가 멤버들을 따라붙는 드론 카메라를 부수며 마무리되는 뮤직비디오의 서사는 외부의 시선에 재단되지 않겠다는 ‘너나 해’의 메시지를 명확하게 계승하고 있다. 앨범으로 눈을 돌리면 ‘Sorry’, ‘Ninety Nine’ 등 수록곡 전반에 걸쳐 AOA의 주특기인 구성진 곡 소화력을 세련되게 제시하며 멤버들의 역량을 강조한 기조가 두드러진다. 특히 시원시원한 가창이 돋보이는 마지막 곡 ‘My Way’는 강요된 틀을 거부한 ‘너나 해’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나만의 리듬”을 따라가겠다는 외침을 담으며 뭉클함을 더한다. 타이틀곡을 포함해 기존 제작자의 손길이 닿아 이전 기획을 답습하는 일부 곡들의 가사는 AOA의 새로운 방향성과 불협을 일으키며 아쉬움을 남기지만, AOA가 하고 싶은, 할 수 있는 것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한 앨범이다.

“이제서야 하고 싶은 걸 좀 더 해도 되겠다라는 생각을 해요. 신인이면 안전한 길로 갈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면 후배들도 하고 싶은 걸 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조금이나마 더 하지 않을까요.” (하퍼스바자) 8년차로서 보여주어야 할 모습을 묻는 질문에 지민이 내놓은 대답은 “하고 싶은 걸 하”는 걸그룹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버닝썬 사태부터 Mnet ‘프로듀스 101’ 시리즈 조작 논란에 이르기까지 여성을 착취하며 체제를 공고히 해온 K-POP 산업의 단면이 폭로된 작금의 상황에서, 여성을 도구화하는 프레임에 균열을 일으키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AOA의 존재는 더욱 중요하다. ‘안전하다’는 명목으로 걸그룹에게 자행되는 제약에서 벗어나 걸그룹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AOA는 한 걸음씩 나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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