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예매 지옥

‘아담스 패밀리’, 사라진 개성

2019.11.07
‘아담스 패밀리’ 마세
샤를리즈 테론, 클로이 모레츠, 오스카 아이삭, 핀 울프하드
임현경
: 오싹한 상태를 편안하게 느끼고 불행을 행복하게 받아들이는 모티시아(샤를리즈 테론)와 고메즈(오스카 아이삭)는 괴물이라 손가락질 하는 세상 사람들을 피해 은둔한다. 저주가 깃든 폐건물을 신혼집으로 삼은 두 사람은 웬즈데이(클로이 모레츠), 퍽슬리(핀 울프하드)와 함께 가정을 꾸린다. 1930년대 미국 주간지 뉴요커에 연재됐던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아담스 패밀리’ 시리즈의 새로운 이야기다. 아이와 어른이 모두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답게, ‘다름’을 이해하고 공존해야 한다는 교훈적 주제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영화는 청소년들이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자아를 표현하는 오늘날을 그리면서도, 아들만이 대를 이어 아담스 가문을 지키는 후계자로서 인정받는다는 설정이 말해주듯 수십 년 전의 낡은 사고를 가졌다. 시작부터 모티시아의 신체를 관능적으로 바라보는 한편, 마고(앨리슨 제니)의 외모를 ‘플라스틱 여자’와 같은 표현으로 조롱한다. 다양한 피부색과 체형의 캐릭터들을 등장시키며 ‘개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는 의도와 달리, 정작 영화는 보수적인 구조 아래 일부 개성만을 ‘선별적으로’ 존중한다.

‘왓 데이 해드’ 보세
힐러리 스웽크, 마이클 섀넌, 타이사 파미가, 블리드 대너, 로버트 포스터
김리은
: 알츠하이머에 걸린 루스(블리드 대너)는 새벽에 집을 나가 홀연히 사라졌다가 멀리 떨어진 지하철에서 뒤늦게 발견되고, 가족들은 이를 계기로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인다. ‘사랑은 헌신’이라 믿는 버트(로버트 포스터)는 자신의 심장병에도 불구하고 아내 루스를 끝까지 곁에서 스스로 돌보려 하지만, 아들 니키(마이클 섀넌)는 어머니가 요양원에 가지 않으면 점점 더 위험한 상황에 놓일 것이라 생각해 이를 반대한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데에 익숙하지 않은 비티(힐러리 스웽크)는 아버지와 오빠 중 어느 쪽의 편도 쉽게 들 수 없다. 영화는 한 가족의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서 출발하지만 그로 인한 어둠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가부장제의 폐해, 여성의 소외, 세대 갈등처럼 가족에게서 비롯되는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다루되 가족으로 인한 행복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외면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묵혀둔 상처를 서로에게 쏟아내다가도 뜻하지 않게 웃음을 터트리고, 속박처럼 느껴지던 관계 속에서도 서로를 통해 용기를 얻는 영화 속 인물들의 모습은 제목 그대로 ‘그들이 가진 것’, 즉 가족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타이페이 스토리’ 보세
허우 샤오시엔, 채금, 가소운
배동미
: 사람들은 아룽(허우 샤오시엔)을 두고 ‘결정을 못 내리는 사람’, ‘전부 변했는데 그대로인 사람’이라고 말한다. 아룽은 야구 선수가 되고 싶은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낡은 공장에서 직물을 판매하며 살아간다. 수첸(채금)과 학창 시절부터 교제 중이지만 과거 마음을 품었던 관(가소운)을 만나러 일본에 가기도 한다. 권태와 혼란에서 벗어나 새 삶을 살기 위해서 미국에 이민을 떠나려고 하지만 아룽의 발목을 잡는 일들이 계속 벌어진다. 에드워드 양 감독은 유리창, 거울, 공중전화 부스 등 도시의 풍경 속 프레임에 인물들을 가두며 이중 프레임을 짠다. 비약적으로 발전 중인 80년대 타이페이가 어딘지 모르게 답답하고 씁쓸하게 느껴지는 건 이 때문이다. ‘타이페이 스토리’는 ‘대만 뉴웨이브’ 거장의 초기작으로, 만들어진 지 34년 만에 정식으로 국내 개봉한다. ‘대만 뉴웨이브’의 또 다른 주자인 허우 샤오시엔이 젊은 시절에 연기하는 모습과 당시 양 감독과 연인이었던 채금의 서늘한 연기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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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장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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