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 차트│① 당신은 어떤 ‘대중’입니까

2019.11.05
앤 마리, 임재현, 케이시, 엠씨 더 맥스, 방탄소년단, 청하, 폴킴, 잔나비, 태연. 올해 음원 서비스 멜론의 연간차트에 들 것으로 예상되는 곡을 부른 가수들이다. 그만큼 멜론의 이용자 중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곡을 들었다. 이 중 폴 킴은 두 곡을 순위에 올렸고, 10곡 중 1위를 한 ‘2002’를 비롯해 2위 ‘사랑에 연습이 있었다면’, 3위 ‘그 때가 좋았어’, 7위 ’모든 날 모든 순간’ 등 네 곡은 작년에 발표됐다. 이 순위를 바탕으로 하면 오는 11월 30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멜론의 음악 시상식 ‘멜론 뮤직 어워드’(이하 MMA)는 이 가수들이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시상 기준이 2018년 12월 1일 이후 발표된 곡이라는 조건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방탄소년단과 태연처럼 어느 시상식에서나 주목 받는 가수들은 물론 케이시, 폴 킴 등 음원 위주로 활동하는 가수들도 MMA에서 상과 무대 양쪽에서 모두 비중있게 다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음원 서비스의 시상식에서 해당 플랫폼을 통해 가장 많은 사람들이 들은 곡의 가수가 부각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모두 알고 있다. 그럴리가.

2018년 MMA에서 연간 음원순위 10위 안에 들었던 폴 킴은 뮤직 스타일상 OST 부문, 멜로망스는 뮤직스타일상 인디 부문 등 대상이나 본상이나 대상에 비해 비중이 떨어지는 상들을 받았다. 무대 역시 인기 아이돌 가수 위주로 채워졌다. 누구나 알고 있듯, 그래야 흥행이 되기 때문이다. MMA의 본상이라 할 수 있는 TOP10은 음원 80%와 투표 20%, 대상격인 올해의 아티스트와 최고 인기 앨범은 음원 60%, 심사점수 20%, 투표 20% 등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그 결과 MMA의 TOP10은 대부분 음원 연간순위 10위 안에 들지 못한 아이돌 그룹으로 채워진다. 숫자가 많은 아이돌 그룹의 팬덤이 적극적으로 투표를 하기 때문이다. MMA에서는 멜론 소비자들이 1년 동안 가장 많이 들은 곡 대부분에 스포트라이트가 갈 수 없다. 정확히는, 주최측과 관객 누구도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송하예, 임재현, 장덕철, 전상근. 이 가수들은 최근까지 멜론의 각종 차트 상위권에 있었던 노래들을 불렀다. 하지만 그들이 많은 사람들이 들은 노래를 부른 좋은 가수일 수 있는 것과 별개로, 사람들에게 화제가 되는 스타라고 하기는 아직 어렵다. 한국의 음원 서비스 이용자는 대부분 정액제를 사용한다. 또한 2년 전에 이미 스트리밍 이용률이 41%, 당시 6개월 내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가 50%였다. CD 한 장 살 돈으로 수십년 전 노래부터 현재에 이르는 음악들을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다. 대중이 얼굴은 잘 알지 못하지만, 노래는 들어본 멜론 차트 상위권 가수들의 등장은 이런 소비 방식과 연관이 있다. 이 가수들의 히트곡은 모두 ‘심야 감성’이라 할 만한 발라드 곡들이다. 카페의 BGM으로 듣든, 혼자 스마트 폰으로 듣든 발라드는 많은 한국인에게 언제 어디서나 쉽게 선택 받는 장르다. 닐로의 사재기 논란 당시 널리 알려진 것처럼, 이런 노래들은 구독자 수가 많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할 때 좋은 음악’ 등으로 추천되기도 한다. 월정액만 내면 무제한으로 곡을 들을 수 있으니 요즘 나온 신곡만 듣지 않아도 된다. 미국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중화된 뒤, 최근 18개월 이상 된 음원의 매출이 64%가 됐다. 15년 전에는 정확히 반대로 18개월이 안 된 곡들의 매출이 64%였다.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정확한 매출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는 추측은 충분히 가능하다. 시류를 크게 타지 않는 발라드 곡들이 트렌디한 곡들보다 장기적으로 많이 소비될 가능성이 높다.

2012년 멜론 연간 차트 1~10위에는 요즘 멜론 차트 상위권에 있는 스타일의 발라드가 아예 없다. 반면 2018년에는 발라드가 다섯 곡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음악의 유행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 특히 중장년층 이상의 월정액 가입자가 늘어난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멜론의 올해 1분기 기준 가입자 수는 3,000만명, 이 중 유료 가입자가 513만명으로 현재 시장 점유율의 절반 정도다. 사실상 한국에서 음원을 듣는 데 돈을 낼 의향이 있는 사람들의 절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숫자다. 가입자가 증가할수록 그들이 듣는 곡은 한국인의 평균적인 취향에 수렴한다. 멜론을 비롯한 음원차트는 사실상 이를 반영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음원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차트는 유료 이용자가 많을수록 매출이 늘어난다. 매출에 도움이 되는 곡이란 최대한 많은 이용자, 특히 정액제 이용자가 꾸준히 많이 듣는 곡이다. 이를테면 실시간 차트는 1시간 동안 가장 많은 이용자가 들은 곡들의 순위고, 일간 차트 1위는 하룻동안 가장 많은 이용자가 들은 곡이다. 가입자의 수, 평균 연령, 그에 따른 취향이 순위에 그대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 발라드가 아닌 트롯 가수지만 중장년층 팬덤이 강한 TV조선 ‘미스트롯’으로 화제가 된 송가인이 발표한 신곡 ‘찍어’는 멜론의 실시간 급상승 순위 1위를 기록했다. 많은 논란으로 이번 컴백 앨범에서 승부수를 내야 했던 MC몽은 타이틀 곡 ‘인기’의 피처링을 송가인에게 부탁했고, 멜론의 실시간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중장년층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트롯 가수에 대한 그들의 관심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이유로 요즘의 음원 소비자들 중 상당수는 댄스, 힙합, 록보다 발라드를 꾸준히 소비할 수 있다. 발라드를 주로 들어온 중년의 음원 정액제 이용자는 유명한 아이돌의 댄스 음악보다 페이스북 등에서 소개한 이름 모를 가수의 발라드를 들을 가능성이 높다.

음원 서비스는 2010년대의 유료로 듣는 라디오나 다름 없다. 매달 이용료만 내면 원하는 곡을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 곡을 더 듣는 데 드는 추가비용은 없다. 유명 가수의 신곡 외에도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곡, 특정 이슈와 함께 알려진 곡 등도 얼마든지 선택 가능하다. 무엇을 들을지 모르겠지만 음악을 듣고 싶다면 음원 서비스에서 추천하는 플레이리스트를 선택해서 들으면 된다. 미국의 음원 서비스 스포티파이의 경우 특정 곡이 인기 플레이리스트에서 소개될 때와 그렇지 않은 플레이리스트에 포함될 때가 몇 배 이상의 스트리밍 차이를 보이곤 한다. 한국의 음원 서비스는 미국만큼 플레이리스트가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실시간 차트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스마트폰으로 멜론에 접속하면 실시간 차트 1~5위가 먼저 소개된다. ‘더보기’를 누르면 100위까지의 곡을 들을 수 있다. 실시간 차트 상위권에 오른 곡들은 그만큼 이용자의 호응을 얻은 것이기도 하지만, 실시간 차트에 올랐기 때문에 더 많이 재생된다. 실시간 차트에 높게 진입한 노래일수록 천천히 차트 아웃하는 이유 중 하나다. 노래가 좋아서 듣기도 하지만 멜론에서 제일 먼저 보이기 때문에 들을 수도 있고, 귀찮아서 실시간 차트 100을 그대로 재생하다 보니 들을 수도 있다. 올해 빌보드 ‘핫 100’의 역대 최장기간 1위를 기록한 릴 나스의 ‘Oldtown road’는 인터넷 밈을 통해 화제가 되며 스트리밍이 급상승했다. 이 시대의 음원 소비자들은 친구가 보낸 링크 하나에 곡을 들을 수 있다. 마치 라디오가 불특정 다수의 대상에게 최대한 많은 곡을 듣게 하듯, 음원 서비스는 이용자가 다양한 이유로 음원을 소비하도록 유도하고, 차트로 이용 기록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플레이리스트나 실시간차트는 이 시대의 DJ 역할을 한다고도 할 수 있다.

멜론의 연간 차트와 MMA 퍼포머 라인업의 괴리는 여기서 발생한다. 많은 사람들이 듣는 곡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정액제 음원 스트리밍이 음원 소비방식의 주류가 된 시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들었느냐는 바로 그 사실만 반영한다. 이용자가 왜 특정 곡을 듣는지, 그 곡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곡을 발표한 아티스트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는 알기 어렵다. 빌보드의 ‘핫 100차트’는 싱글에 관한 다양한 평가 기준을 마련한다. 라디오의 방송 횟수도 그 중 하나다. 라디오를 통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듣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라디오에서 많이 나오는 것만으로 가장 인기있는 곡을 선정할 수는 없다. 결과만을 놓고 봤을 때, 라디오 방송 횟수는 많은 사람들이 그 곡을 들었을 가능성을 의미할 뿐이다. 음악을 쉽고 다양하게 들을 수 있는 정액제 스트리밍 역시 비슷한 의미를 갖는다. 많은 사람들이 듣는 곡과 좋아하는 곡은 겹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멜론의 시상식인 MMA에서는 차트가 반영할 수 없는 영역까지 모두 담으려고 한다. 연간 차트 10위 안에 들지 못하지만 화제성이나 인지도가 높은 가수, 팬덤이 강력해서 투표와 시상식 티켓 구매를 유도하는 가수들을 모두 데려온다. 반면 오랜 기간 동안 실시간, 일간, 월간, 연간 차트에 머물렀던 몇몇 가수들은 MMA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기도 한다. 그렇게 연말마다 멜론과 멜론이 싸우고 있다.

MMA를 비롯한 멜론의 사업 방식은 음악 산업의 현재를 왜곡시킨다. 더하고 뺄 것도 없이 이용자 수가 많은 곡들의 순위 중심으로 운영되는 차트가, 시상식에서는 마치 한국의 음악산업 전체를 반영하는 서비스인 것처럼 다양한 가수들을 섭외한다. 인기 아이돌 그룹의 소속사 임원 A씨는 “음원 성적이 별로 안 높은데도 출연 제의를 받을 때가 있는데, 물론 감사한 일이지만 어떤 상의 후보에 오르거나 수상을 할지 궁금하기도 하다. 뻔히 나와있는 음원 성적에 관한 상이나 내가 봐도 의미가 뭔지 알 수 없는 상에 오르내리면 어떻게 하지 싶어서 걱정이 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차트의 기준과 시상식이 원하는 것이 일치하지 않으면서 생기는 해프닝이다. 그러나 A는 이렇게도 말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멜론의 실시간 차트를 신경 쓰지 않는 회사는 없다. 음반을 잘 팔고 회사 매출이 높아도 음원 순위, 특히 멜론 차트가 ‘진짜 인기’라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평가 받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음원 서비스, 특히 멜론 차트에서 무엇이든 1위를 한 가수의 소속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그 사실을 크게 강조한다. 얼마 전에는 ‘인기’가 멜론 차트 1위를 하자 대중이 MC몽을 싫어한다면서도 그의 곡은 듣는다는 논조의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음원을 정액제 스트리밍 서비스로 듣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든 들었다는 것만 확실히 설명할 수 있지만, 음원 차트 1위는 가수에 대한 반응까지 포괄하는 ‘인기’의 척도처럼 여겨진다.

보이그룹 몬스타엑스의 새 앨범 타이틀 곡 ‘Follow’가 공개된 뒤, 트위터에는 ‘차트 아웃’이 실시간 트렌드로 떴다. ‘Follow’가 멜론 실시간 차트 64위로 진입한 뒤 두시간 만에 실시간 차트 100위 밖으로 나갔기 때문이다. 그만큼 아이돌 팬덤은 멜론 차트 순위에 민감하다. 물론 아이돌 팬덤, 그중에서도 가장 열성적인 코어 팬덤은 음원 외에도 음반, 해외 공연 규모 등 온갖 성적에 민감하다. 그러나 음원 순위는 다른 지표들과 차별화된다. 음반은 팬이 많이 산다. 공연도 팬들이 여러 번 갈 수도 있다. 반면 음원 순위는 많은 사람이 들어야 한다. 팬덤만으로 높은 순위를 올리기는 쉽지 않다. 발매 직후 음반-음원 차트 석권은 방탄소년단 등 소수의 아이돌 그룹만이 달성 가능한 영역이다. 반면 음원 순위가 낮으면 당장 다른 아이돌 팬덤이 트위터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대중성이 낮다’라고 공격한다. ‘그사세’(‘그들만의 세상’의 줄임말), ‘(팬덤만 있는) 고인물’처럼 다른 팬덤을 비하하는 표현도 흔히 쓰인다. 대부분의 아이돌은 팬덤이 쓰는 돈이 매출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대체 왜 아이돌에게 대중성이 거론돼야 하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음원 순위가 낮으면 ‘대중성이 없다’라고 비판받는 것이 당연한 패턴처럼 굳어졌다. 미디어는 음원 순위 1위를 한 가수에 대해서는 인기 가수라고 찬사를 보내지만, 아이돌 팬이 여러 종류로 발표된 실물 앨범을 사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는 기사를 주기적으로 낸다.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집중적으로 듣는 팬덤의 선택보다 불특정 다수의 대중이 듣는 곡, 대중성 높은 곡이 진짜 인기, 또는 의미 있는 인기라는 논리다.

과거 KBS ‘가요TOP10’부터 ‘핫 100’까지 싱글 중심의 순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일처럼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그때는 원하는 곡을 마음대로 들으려면 음반을 사야했다. 라디오나 TV에서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면, 곡을 듣는 것은 새로 돈을 쓴다는 것과 같았다. 좋아하는 가수와 돈을 주고 사는 음반의 상관관계가 클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지금은 자주 듣게 되는 곡과 좋아하는 곡, 좋아하는 가수의 의미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 차이를 많은 사람들이 쉽게 납득할 수 있도록 보여주는 차트는 한국에 아직 없다. 산업은 이미 미래로 갔는데, 기록하는 방법은 과거에 머물러있다. 멜론을 비롯한 음원 서비스 차트가 그들이 가진 의미 이상의 영향력을 누리는 이유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듣는 곡이 가장 인기 있는 곡이라거나, 또는 진짜 인기 있는 가수라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듣는 곡을 발표해야 한다는 논리는 멜론의 실시간 차트처럼 직관적이고 명확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듣는 곡은 많은 사람들이 듣는 곡일 뿐이다. 최근 멜론차트 상위권에 있던 몇몇 가수들이 아직 화제의 스타가 되지 못하는 것은 음원 서비스 차트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 6개월간 진행한 투어 공연 ‘Speak yourself’로 올린 티켓 매출은 1,500억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상반기에 굿즈 판매 매출만 2,142억원이다.(‘동아일보’)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올해 매출을 4,000억원 이상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한 점을 감안하면 매출에서 음원 매출의 비중은 미미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아이돌의 수익구조는 공연, 음반, 굿즈 등 팬이 집중적으로 소비하는 상품 위주로 바뀐 지 오래다. 음원 서비스는 노래를 통해 팬을 만들어낼 수 있는 창구의 역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원 서비스 차트는 이 변화들을 담지 못한다. 이런 차트는 음악 산업의 한 부분일 뿐이다. 방탄소년단은 미국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빌보드의 ‘소셜 50차트’에 올랐고, 이 과정에서 화제가 됐다. SNS를 통해 지금 음악 산업 소비자들에게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아티스트를 추정하는 것은 음악 산업에서 음원 소비와 또다른 중요성을 가진 화제성을 측정하려는 노력이다. 완전하지는 않을지라도, 빌보드는 음악 산업의 변화를 어떻게든 따라가려고 하고 있다. 당연한 일이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당연하지 않다.

멜론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은 음원 서비스 차트의 한계와 문제점들을 보여준다. 특정 기업이 운영하는 음원 차트가 대중성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은 대표성을 갖게 되면서, 이전에 없던 소비 추이를 보이는 곡들은 사재기 의심을 받는다. 사재기로 차트 자체를 조작할 방법이 있다는 것도 문제지만, 음원 이용자 수를 보여주는 차트 하나에 사재기를 하거나 의심 받을 만큼 영향력이 큰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또한 과거 멜론을 운영했던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전 대표 등은 유령음반사를 세우거나 정산 방식을 바꿔 180억원대 저작권료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멜론 내부에서 유령회사를 만들어 이 회사가 제공한 음원의 스트리밍을 발생시키거나 횟수를 조작하면 원래 지불해야 할 저작권료를 횡령할 수 있다. 저작권자는 물론 대중은 음원 서비스 회사가 어떤 식으로 차트 순위를 집계하고 저작권료를 나눠주는지 알기 어렵다. 멜론의 실시간 차트가 음악 산업을 대표하는 차트가 되는 것은 이해 당사자에게 공정성을 맡기는 것과 같다.

게다가 멜론 차트는 얼마나 많은 불특정 다수의 대중이 곡을 듣는지조차 온전하게 보여준다고 할 수 없다. 멜론은 음원 서비스 중 유일하게 5분에 한 번씩 한 시간 뒤의 실시간 차트 1~3위를 예상해서 보여주는 ‘5분차트’를 만들었다. 실시간 차트만 해도 한 시간 동안의 이용자 수를 보여주기 때문에 전체 이용자 중 소수만을 반영한다. 5분간의 기록을 보여주는 ‘5분차트’는 사실상 많은 사람들이 듣는 곡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용도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신 ‘5분 차트’는 특정 가수의 열성적인 팬덤이 주목한다. 높은 실시간차트 순위를 통해 좋아하는 가수의 ‘대중성’을 입증하려는 팬덤에서는 가수의 활동 기간 동안 실시간 차트 순위를 높이기 위해 이른바 ‘스밍’을 독려한다. 신곡이 발표된 직후에는 순위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더 많은 비용이 드는 음원 다운로드도 한다. ‘스밍’하는 곡이 ‘5분 차트’라도 들면 팬들은 1위를 만들기 위해 더욱 서로를 독려한다. 많은 아이돌 팬덤이 가수의 컴백 시점에 ‘무한스밍’을 하는 ‘음원 총공’(음원 총공격의 줄임말)을 위해 ‘총대’를 조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팬덤이 그들의 노력으로 대중성을 입증하려 한다. 그리고 한국 음악 산업의 대중성을 대표한다는 멜론은 다른 음원서비스에서는 하지 않는 ‘5분차트’로 팬덤의 돈을 할 수 있을 만큼 짜낸다. 네이버 뮤직은 올해 초 실시간 차트를 없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순위를 얻기 좋은 실시간 차트 순위를 노리는 사재기, 팬덤의 집중적인 음원 소비가 특정 가수의 곡으로 실시간 차트를 채우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멜론 차트가 정말 대중성을 대표하고 싶다면, 최소한 이런 조치부터 할 필요가 있다. 정말 최소한이다.

올해의 멜론 차트는 지난 10여년 동안 누적된 음악 산업과 음원 차트의 문제를 표면 위로 드러낸다. 많은 사람들이 ‘2002’, ‘사랑에 연습이 있었다면’, ‘그때가 좋았어’ 등을 들었다. 하지만 이 곡들이 한국 음악 산업에서 멜론 차트 순위 만큼의 비중을 차지하냐고 묻는다면, 작년의 MMA를 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음악을 듣는 방법부터 가수의 인기와 매출에 대한 기준까지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변하는 중이다. 그러나 변화를 직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그래서 진짜 대중적인 차트는 아직 없다. 콘서트, 굿즈, 각자 다른 성격을 가진 SNS에서의 언급량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 등 이미 음악 산업의 새로운 지표가 된 영역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거나, 잘 알려지지 않는다. 그 결과 멜론 차트의 순위는 높지만 MMA에서는 비중이 낮은 노래와 가수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난다. 반대로 매출은 높지만 명확한 평가 기준이 정립되지 않은, 팬덤이 많은 가수들은 MMA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멜론 차트가 낮은 가수라는 폄하를 받는다. 하지만 멜론 차트가 지금 이 시대의 ‘대중적인 히트곡’의 순위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멜론차트 순위가 대중성의 지표라면,  ‘대중적인 히트곡’이란 대체 무엇일까. 그 히트곡이 음악 산업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지금으로서는, 열성적인 팬이 많은 팬덤끼리 서로 ‘대중성이 없다’라고 싸울 때 말고는 쓸모를 못 찾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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