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장동윤, 보고싶은 얼굴

2019.10.30

KBS ‘조선로코-녹두전’의 포스터가 공개됐을 때 무엇보다 화제가 된 것은 극중 김과부로 변신한 장동윤의 모습이었다. 이제까지의 한국 드라마에서 남장여자가 나온 적은 있어도, 그 반대의 경우는 좀처럼 없었기 때문이다. 여장을 한 장동윤의 모습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을뿐더러 청초한 분위기마저 자아냈다. 본래의 모습 전녹두일 때 만났던 동동주(김소현)도, 처음 과부촌에 들어온 그를 흠씬 두들겨 패서 내쫓은 열녀단(윤사봉, 황미영, 윤금선아)도 정체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우연히 마주친 사내들에게서 저도 모르게 ‘곱다’는 말이 흘러나올 정도로.

투명할 정도로 말간 장동윤의 얼굴은 그 자체로 서사가 되곤 했다. 2016년 데뷔작 네이버TV ‘게임회사 여직원들’에서 그는 어리숙하지만 귀여운 개발자 곰개발을 연기하며 짝사랑에 빠져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순정만화 같았던 볼 빨간 사춘기의 ‘우주를 줄게’ 뮤직비디오에서는 반대로 누군가의 짝사랑 상대가 되어 간질간질한 설렘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데뷔 당시 이미 20대 중반이었지만 장동윤의 새하얀 피부와 강아지처럼 동그란 눈동자, 덜 자란 소년 같은 느낌을 주는 입술은 마치 청춘을 그려놓은 듯한 인상을 주었고, 그래서인지 유독 학생 역할을 맡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JTBC ‘솔로몬의 위증’에서 비밀을 간직한 변호인 한지훈이나 KBS ‘학교 2017’의 ‘엄친아’ 송대휘, ‘땐뽀걸즈’의 순박한 권승찬은 모두 교복을 입었을지언정 조금씩 다른 얼굴의 소년들이었다. tvN ‘미스터 션샤인’의 양반가 출신 의병 준영이나 영화 데뷔작 ‘뷰티풀 데이즈’에서 자신을 버린 엄마(이나영)를 찾아온 조선족 청년 젠첸을 연기할 때는 좀 더 낯선 얼굴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젠첸을 연기한 경험에 대해 “이전에는 내가 가진 것에 캐릭터를 섞어서 만드는 스타일이었는데, 매번 그렇게 하다 보면 매력적이지 않은 경우도 있어서 고민을 했었다. 이번에 나를 많이 지우고 연기했는데 재미있었다(‘동아닷컴’)”라고 말했고, “나 자신을 잃어가는 것 같아 마음이 싱숭생숭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나를 찾아가는 중인 것 같다. 평생 하고 싶다는 확신이 섰고, 소처럼 일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마이데일리’)”라고 밝히기도 했다. ‘강도를 잡아 뉴스에 나오는 바람에’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길로 들어선, 소년 같은 얼굴의 청년은 그렇게 조금씩 배우가 되어갔다.

그리고 ‘조선로코-녹두전’의 전녹두는 바로 지금의 장동윤이 아니면 연기할 수 없는 캐릭터다. 그의 세상에서는 여장남자로서 웃지 못할 상황에 처하는 코미디와 감당하기 힘든 출생의 비밀에 다가가는 드라마, 그리고 동동주에게 첫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로맨스가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진다. 이 과정에서 장동윤은 곱디고운 여인의 모습과 풋풋한 소년의 모습을 자유자재로 오간다. 처음 동동주에게 사랑을 고백할 때, 전녹두는 여자 옷을 벗어 던지고 남자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김과부의 모습으로 돌아간 후에도 동동주에게 묵묵히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질척거리지 말라”라는 말에 뒤돌아 훌쩍이고 멀어지는 그에게 쉽게 다가서지 못하면서도 “그런데 좋아하게 만들 거야. 내가”라고 소리치고, 물에 빠진 동동주의 발에 새 버선을 신겨주면서. 비록 여인의 모습을 한 채 사내의 마음을 고백하지만, 장동윤의 단단한 눈빛은 그 진심을 믿도록 만든다. 바로 이 지점에서 그의 투명한 얼굴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빛난다. 순진무구한 소년을 넘어서, 복잡한 사정과 감정을 가진 남자의 얼굴로. 더 이상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앞으로는 더욱 그러할 장동윤의 얼굴을 계속 보고 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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