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e or die : 2019 한국힙합

2019.10.25
2019년 한국힙합을 결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두 사람이 있다. 언에듀케이티드 키드(UNEDUCATED KID/이하 ‘언에듀’)와 염따다. 특유의 캐릭터를 내세워 인지도 쌓기에 성공, 올해 존재감이 폭발했다. 데뷔 시기는 다르지만, 공통분모가 있다. 모두 자기만의 컨텐츠가 확실했다. 사람들의 관심을 음악 외적인 부분에서 끌어들였다는 것도 비슷하다. 다만, 결은 다르다.

언에듀는 이른바 ‘범죄자 기믹’을 내세웠다. 서슴없이 마약과 범죄를 얘기하고, 심지어 본인이 범죄자라고 시인까지 한다. “쇼미더머니는 못 나가 왜냐하면 나는 범죄자”, “나는 또 돈 벌러 가야대 마약을 하나 더 사야대” 등의 황당무계한 가사는 그의 캐릭터를 대변하는 라인이다. 이는 미국 래퍼들의 주요 컨텐츠인 갱스터 랩(Gangsta Rap)을 살짝 비튼 것이다. 실제로 갱 출신이거나 갱 집단과 관계를 맺은 이들이 만든 갱스터 랩은 한국의 정서와 문화 속에서 나오기 어려운 장르다. 언에듀는 이를 어설프게 흉내 내려 하지 않고 당황스러울 정도로 대놓고 표방했다. 일종의 연기를 하는 셈이다. 이것이 제대로 먹혔다. 천연덕스럽게 가사의 모든 내용이 사실이라고 말하는 언에듀의 연기에 힙합 팬들은 물론, 동료 아티스트도 기꺼이 속아주며 그 자체를 엔터테인먼트로서 즐기는 중이다.

언에듀가 힙합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탄탄한 지지층을 확보했다면, 염따는 힙합 씬을 넘어 대중에게도 어필했다. “플렉스(Flex) 해버렸지 뭐야?”, “빠끄” 등의 유행어까지 낳은 것을 비롯하여 최근엔 티셔츠 판매로 약 2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적잖은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데뷔 초기부터 래퍼보다는 방송인에 가까운 정체성을 내비치던 그는 이번에 ‘랩과 돈을 좋아하는 30대 아저씨’를 자처하더니 결국, 본인이 원하던 부와 유명세를 얻었다. 특히, 그가 유행시킨 용어와 어투에 기반을 둔 밈(meme)이 방송과 SNS를 통해 활발하게 생성되는 모습을 보자면, 젊은 층 사이에서 염따란 인물 자체가 하나의 엔터테인먼트이자 재미있는 놀이가 된 느낌이다. 그가 꽤 오랫동안 비주류였다는 사실이 지금의 성공을 더욱 극적으로 다가오게 하는 지점도 있을 것이다.

오늘날 한국힙합은 씬의 헤게모니를 장악한 Mnet ‘쇼미더머니’와 그곳에서 배출된 스타 래퍼들을 위주로 흘러간다. 그 외에 온전히 랩 실력과 앨범 단위의 결과물을 통해 인정받고 스타가 된 래퍼는 이센스처럼 극소수에 불과하다. 서로 비슷한 듯 다른 언에듀와 염따는 이 같은 판에서 틈을 만들고, 새로운 영역을 표시했다. 일종의 밈 래퍼(Meme Rapper)로서 말이다. 언에듀는 미국힙합에서 먼저 나온 갱스터 기믹의 괴짜 래퍼 캐릭터를 이어받아 한국형으로 재창조했고, 염따는 어느 힙합 씬에서도 볼 수 없는 신선한 캐릭터로 거듭났다. 무엇보다 대부분 주류 힙합 씬의 근처에 머물면서 흥밋거리로 소비되는 국외의 밈 래퍼들과 달리 이들은 씬의 정중앙에 위치한다. 이는 매우 흥미로운 결과다. 현 한국힙합의 상황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한국힙합은 여전히 미국힙합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 있다. 그리고 절대다수의 한국 래퍼들은 미국 래퍼들이 하는 모든 것을 모사하다시피 구현하는데 집중해왔다. 랩 스타일, 가사, 패션, 행동, SNS활동 등등. 그중 가사적으론 (앞서 언급한 ‘갱스터 랩’처럼) 한국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요소들을 배제하거나 변형했다. 그래서 남은 대표적인 주제 중 하나가 겸손은 접어두고 마음껏 부를 과시하는 플렉스 류다. 이를 얘기한 많은 기성 래퍼의 결과물이 미국 래퍼들의 것을 답습하는데 그친 상황에서 작정하고 컨셉트를 바탕으로 플렉스를 시전하는 언에듀와 염따의 음악을 굳이 코믹 랩 내지는 밈 래퍼의 음악으로 분류해야 할 당위는 사라진다. 더구나 염따의 경우,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라이브 안에서의 그와 앨범 안에서의 그가 확연히 다르다.

더불어 기존 한국힙합 아티스트들이 근 몇 년 사이에 유튜버화와 밈화에 적극적인 현실도 영향이 있다. 그들 대부분은 음악적인 지점을 호소하기보다 설교나 웃기기에 집중한다. 물론, 이해는 간다. 당장 유튜브에 있는 레이블과 아티스트의 계정은 물론, 음악 관련 플랫폼에 업로드된 영상을 살펴보면, 뮤직비디오나 라이브 컨텐츠의 조횟수가 가장 낮은 편이다. 여기서 닭이 먼저였는지, 달걀이 먼저였는지는 중요치 않다. 한국힙합 씬에서는 ‘쇼미더머니’의 수혜자가 되거나 자극적인 무언가로 먼저 어필하지 못하는 이상, 힙합 팬을 자처하는 이들의 관심조차 받기 어려운 현실이란 사실이 관건이다. 출중한 랩 실력과 완성도 높은 앨범은 주요 화두에서 밀려난 지 오래다.

현재 한국힙합은 랩과 프로덕션의 기술적인 면에서 상향평준화되었다. 반면, 힙합에 대한 아티스트의 인식과 힙합을 다루는 방식,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종합하여 앨범으로 빚는 수준은 하향평준화되었다. 그렇다 보니 아티스트 담론에서 가장 우선시해야 할 음악적인 역량보다 기믹과 각종 자극적인 언행이 훨씬 부각된다. 언에듀와 염따가 이렇다 할만한 랩 실력이나 인정받는 앨범 한 장 없이도 인기 래퍼가 되고 수억을 버는 것이 작금의 한국힙합이다. 두 래퍼를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진심으로 말하건대 그들의 캐릭터는 한국힙합 역사에서 독보적이다. 또한, 모두가 진지한 음악을 해야 한다는 소리도 아니다. 모두가 진지한 음악을 하거나 음악 이야기를 중심에 놓아야 할 필요도 없다. 음악보다 기믹으로 유명해진 래퍼는 국외에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도 성공할 수 있구나.’라고 말 할 수 있는 씬과 ‘이런 식이 아니면 성공할 수 없구나.’라고 말 할 수 있는 씬의 온도차는 크다. 과연 한국힙합은 어느 쪽인가? 그래서 뒷맛이 조금 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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