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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늘, 어려움 앞에서 기꺼이

2019.10.23
KBS 2TV ‘동백꽃 필 무렵’에서 강하늘이 연기하는 용식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이다. 스스로 ‘어려운 남자’라고 해놓고선, “사는 데에 어려운 것들 투성이인데, 용식 씨만은 저한테 쉬워주시면 좋잖아요”라는 동백(공효진)의 말에 냅다 “네”라고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입술을 앙다물었다가 이내 씩 웃는 그의 표정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다부진 결심과 벅찬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용식은 “너무 좋아해서 유독 어려운” 동백 앞에서 한순간의 지체함도 없이 쉬운 남자가 된다.

용식은 극 중 별명인 ‘불곰’ 또는 ‘헐크’에 딱 어울리는 성격을 가졌다. 범죄자와 맞닥뜨리면 물불 안 가리고 덤벼들다가 경찰이 되고, 연인을 살해하고도 반성 없이 거짓을 늘어놓는 남자에게 다짜고짜 주먹을 날렸다가 좌천된다. 그는 악인을 응징하는 데에만 힘을 쓰고, 약자를 보호하되 얕보지 않는다. 타인을 향한 존중,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태도에는 속뜻이나 거창한 이유가 없다. 그저 당연한 일일 뿐이다. 이러한 용식의 일관된 방향성은 강한 힘을 가졌으나 이성적이지 못한, 그가 가진 위험성을 상쇄한다.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용식은 ‘밀당(밀고 당기기)’도 전략도 없이 오직 한 방향으로 돌진함으로써 의심의 여지를 두지 않는다. 그의 대사를 그대로 빌리자면, “용식이는 ‘빼박(빼도 박도 못 하는)’”이다. 단순하고 투명한 용식은 쉽지만,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착한 헐크가 되는 용식의 존재는 어렵다.

강하늘은 이런 용식의 존재를 믿도록, 용식이 눈앞에 실재하게 한다. 용식을 연기하면서 동시에 ‘어떠한 연기도 하고 있지 않은 용식’을 표현해낸다. 그는 눈썹과 턱 주변 등 미세한 얼굴 근육을 사용해 ‘속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표정’을 구사한다. 기쁠 땐 말 그대로 입이 귀에 걸리면서 눈꼬리가 휘어지게 활짝 웃고, 슬플 땐 코를 벌름거리며 입술을 샐쭉거린다. 투지가 타오를 땐 두 눈을 눈꺼풀이 짙게 접히도록 부릅뜨는데, 동네 사람 모두가 얼핏 지나가면서 봐도 그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다. 푼수처럼 몸부림을 쳐가며 방방 뜨는 목소리를 내는 용식이 슬슬 못 미더워질 때쯤, 강하늘은 웃음기를 거두고 목소리를 낮게 가라앉힌다. 자연인 황용식이 드라마 주인공 용식이 되는 순간이다. 결정적인 때에 진중하게 힘을 싣는 강하늘의 연기는, 용식이 빈번하게 내뱉는 마음이 투박하고 갑작스러울지언정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믿게 만든다.

강하늘이 이제껏 드라마에서 맡아온 역할은 주로 SBS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의 왕욱과 ‘상속자들’의 효신, tvN ‘미생’의 장백기 등 복잡한 내면의 그늘을 가진 탓에 위태롭고 불안정한 인물이었다. 이에 반해 용식은 보는 이로 하여금 흔들리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하루도 잊지 않도록 매일매일 ‘당신이 얼마나 훌륭한지’ 말해주겠다고, “내 거 다 걸고 무식하게” 좋아하겠다고 약속한다. 온 마음을 다하며 ‘좋아하는 만큼 어려운’ 것들을 놓지 않는 용식의 모습은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강하늘이 배우로서 전하는 메시지처럼 보인다. 연기를 대할 때마다 “아무리 고민해도 끝이 안 나는 고민을 해야 해서”(‘연합뉴스’) 괴로웠다던 그는, “스스로 전혀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news1’) 시간을 지나, 이렇게 다시 어려움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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