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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웹드라마 만들기

2019.10.07
퀴어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하면서 만난 퀴어 분들에게 언제 처음 본인이 퀴어라는 걸 알게 되었냐고 물어볼 때가 있다. 어떤 분은 초등학생 때 자신이 동성애자인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어떤 분은 결혼을 한 이후에 자신이 여성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속도로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가며 스스로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자신이 성소수자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저마다 다른 속도로 벽장 앞에서 문을 열지 말지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나 자신을 양성애자라고 받아들인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게 있다면 정체성을 숨긴 채 벽장 안에서 살아가는 퀴어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벽장 속많은 사람들이 커밍아웃을 하는 것에 조급함을 느끼거나 자신을 포함한 누군가를속인다는 사실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는 사실이다. 이런 경험들 끝에 지난해 12월, 퀴어와 벽장이라는 주제로 ‘숨이 벅차’를 기획했다. 그 무엇보다도 벽장 속에 있는 여성퀴어들을 향한 웹드라마를 만들고 싶었고, 벽장을 나오지 않기로 결정한 사람들에게는 그럼에도 충분히 괜찮다는 공감의 메세지를 담고자 했다.

“하은씨, 나도 겁이 나요. 그래도 다음엔 밖에서 보고 싶어요.” 평생 벽장 속에서만 살아오던 하은(손수현)에게 민서(임지안)는 조심스럽게 말한다. 민서는 하은이보다 먼저 벽장을 나온 사람이기에 벽장 밖을 나오는 것에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지, 그리고 벽장 밖을 나와서도 용기를 내야 하는 상황이 얼마나 많은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민서의 말이 용기로 다가와서인지, 이제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친구와 밖에서 손잡고 데이트를 하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 하은이는 결국 벽장 문을 열기 위해 용기를 내기 시작한다. 그런 하은이 옆엔 언제나 오랜 친구 유빈(최지원)이 있다. “하은아, 넌 이렇게 사는 거 어때? 괜찮아? 그냥 우리 좋으면 좋은 대로 살자. 나 싫다는 사람들 눈치 볼 필요 없더라.” 늘 상대방이 우선이라 포기한게 많았던 하은이라는 걸 알기에 유빈이는 하은이에게 진심 어린 말을 건네며 하은이가 벽장을 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옆을 지켜준다.

‘숨이 벅차’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욕심을 낸 부분이 있다면 여성퀴어의 공감을 얻는 것이었다. 모르는 사람에게 번호를 뿌릴 수 있는 여자가 대한민국에 몇이나 존재할까? 자신의 번호를 거침없이 알려주는 남자에게 하은이는 “너넨 좋겠다. 눈치 볼일도 없고.”라고 말한다. 민서는 자신을 여자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님, 생리 몇 분에 한 번씩 하세요? 전 5분에 한번 하는데.”라고 질문한다. 그러자 상대방으로부터 “전 6분에 한번.”이라는 답장을 받는다. 실제로 여자로 가장해 여성 퀴어에게 접근하는 남자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설정을 넣어 여성 퀴어가 공감할 수 있는 여러 문제들을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감사하게도 이 작품을 공감하고 좋아해주신 분들 덕분에 매화를 거듭할수록 실시간 시청자수가 2배로 늘었다. 동시 시청자가 2,000명이 넘었을 때의 기분은 아직도 생생하다. 마지막 화를 업로드한 지 2달을 향해 가는 요즘은 시청자분들의 피드백을 보며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다. 그리고 시즌2를 만들어 볼 예정이다. 벽장 안팎의 모든 여성퀴어들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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