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터데이’, 비틀즈는 아무나 되나

2019.10.04
*영화 ‘예스터데이’의 내용이 있습니다.
영화 ‘예스터데이’의 설정은 간단하지만 매력적이고, 그만큼 많은 관객의 흥미를 자극한다. 무명 뮤지션 잭 말릭(히메쉬 파텔)은 어느 날 갑자기, 비틀즈가 존재한 적 없는 세계에서 비틀즈를 기억하는 유일한 사람이 된다. 그는 비틀즈의 노래를 자신이 쓴 것처럼 녹음하고, 유명 가수 에드 시런의 눈에 띄어 그의 오프닝 무대에 서고, 유명세를 얻는다. 영화는 잭 말릭이 한 순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아티스트가 되고, 비틀즈의 유산을 세상에 돌려주는 과정에 특별한 관심이 없어 보인다. ‘예스터데이’는 음악 영화 이전에 로맨틱 코메디이기 때문이다. 각본가 리차드 커티스의 ‘어바웃 타임’이 시간여행 영화가 아닌 것과 같다.

그래서 비틀즈가 없는 세상의 많은 부분은 그저 농담이 된다. 여기에는 오아시스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코카콜라와 해리포터도 없으니, 누군가 오아시스와 비틀즈에 대하여 진지하게 따진다면 웃으며 넘어갈 수 있다. 에드 시런은 ‘Hey Jude’를 ‘Hey Dude’로 바꾼다. 농담이 없는 곳은 상투적인 묘사로 채워진다. 잭 말릭의 친구들은 ‘Yesterday’를 처음 듣고 눈물을 흘릴 만큼 감동하지만, 그의 부모님은 ‘Let It Be’의 위대함을 알아보지 못한다. 반면 에드 시런과 미국의 대형 음반사는 그의 노래에 한 눈에 반하고, 그를 스타로 만든다.

농담과 상투성 사이에 대중음악에 대한 오래된 ‘환상’이 있다. “좋은 음악은 성공한다.” 잭 말릭은 기억력 말고는 아무 재능이 없다. 그는 데뷔 앨범에 자신의 진짜 창작곡을 넣고 싶어 하지만, 제작진은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거절한다. 그는 비틀즈의 위대함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지만, 앨범 제목조차 비틀즈에게서 빌려와야 한다. 영화가 잭 말릭의 무능과 성공을 대조할 의도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좋은 음악은 성공한다’는 ‘환상’이 그를 굳이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밀어 올린다. 요컨대 비틀즈의 음악이라면, 지금 이 순간에도 비틀즈만큼 성공해야 한다.

비틀즈의 위대함을 설명하는 방법은 많다. 그들은 음악적 결과와 대중적 인기 모두 역사적인 성과를 이룬 팀이다. 그들은 밴드를 창작의 주체로 만들었고, 앨범을 단순한 노래의 모음이 아닌 독립적 내러티브를 갖춘 창작의 단위로 바꾸었다. 이것은 앞선 ‘환상’과 달리, 예술적 성취가 인기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상을 초월하는 인기가 음악적 도전과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기억나는 대로 모은 비틀즈 노래가 이 시대에 갑자기 나오면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는 건 착각이다. 비틀즈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의 곡들은 한 앨범 안에 콘셉트 앨범의 형태로 나올 때 온전한 가치를 갖는다. 그리고 이 앨범은 비틀즈가 폭발적인 인기로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제작 가능했다.

반면 ‘예스터데이’는 노래를 쓰고 부르는 행위 자체에만 집중한다. 영화 속 제임스 코든과 음반사처럼, 노래 한 곡을 쓰려면 16명이 필요한 시대에, 카디 비와 저스틴 비버의 피처링 없이도 혼자서 모든 노래를 만들어낸 천재 싱어송라이터에게 감탄한다. 그러나 싱어송라이터가 곧 좋은 음악을 하는 것은 아니고, 좋은 음악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현 시대의 러시아에 가서 ‘Back in the USSR’을 부르면 공연장이 폭발하는 단순한 세계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정말 비틀즈를 기리는 것인지도 헷갈린다. 어떤 사람들이 존 레논이 살아있는 영화 속 세상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도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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