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예매 지옥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기분좋게만은 볼 수 없는 그 시절 추억

2019.09.26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글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브래드 피트, 마고 로비
임현경
: 1969년 할리우드, 한때 서부극의 주연을 도맡아 인기를 누렸던 릭 달튼(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은 알코올 중독과 구설수로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그의 전담 스턴트배우 클리프 부스(브래드 피트) 또한 좀처럼 출연 기회를 얻기가 어렵다. 어느 날, 샤론 테이트(마고 로비)–로만 폴란스키 부부가 릭의 옆집으로 이사를 오고, 릭은 자신에게도 뭔가 새로운 일이 펼쳐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10번째 영화에서 은퇴를 선언한 쿠엔틴 타란티노의 9번째 영화로, 옛 할리우드를 향한 애틋한 연서다. 1960년대 실재했던 영화들과 배우들을 화면 안으로 불러들인 영화는 현실과 평행세계를 이루고, 가상의 인물 릭과 클리프를 통해 당시 할리우드를 비탄에 빠트렸던 ‘찰스 맨슨 패밀리 살인사건’을 재구성한다. 전성기를 떠나보낸 또는 미처 누리지도 못한 이들에 대한 헌사와 위로 뒤에는 반(反)영화 세력으로 상정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폭력과 살인이 이어진다. 그러나 여전히 페티쉬화된 여성의 신체, 다른 할리우드 스타들과는 명백히 다른 방향으로 대상화되는 이소룡의 모습은 영화가 환기하는 할리우드의 향수가 특정 인종과 계층에 제약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때 그 시절’을 낭만적으로 추억하는 일은 때때로 변화하는 시대를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와인스타인’ 보세
하비 와인스타인
권나연
: 1980년대 하비 와인스타인이 처음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에 발돋움했을 때부터 할리우드 영화계의 명실상부 최고 권력가로 등극하기까지, 그리고 영향력을 잃고 쇠락한 뒤 2017년 성폭력 피해자들의 폭로가 가능하게 되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와인스타인의 주변인물들, 고교 동창과 직장 동료들의 증언을 통해 한때 뒷골목에 떠도는 소문으로만 존재했던 이야기들의 실상을 파악하며 와인스타인이 어떻게 할리우드의 핵심이 되었는지를 추적한다. 하지만 영화의 중심은 와인스타인이 아니라 그에 대한 집단의 경험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만의 시각으로 그의 범행들이 얼마나 철두철미하고 간악하게 쌓아졌는지를 밝혀나간다. 그 당사자성이 주는 진솔함과 호소력은 관객을 완전히 사로잡는다. 불필요한 자극이나 불쾌감 없이, 반드시 필요한 만큼의 감정 이입만을 유도하여 피해자를 존중하는 연출이 인상적이다. 영화는 전세계 모든 분야에 존재하는 수많은 와인스타인들을 향한 선전포고와도 같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고.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노라고.

‘메기’ 보세
이주영, 문소리, 구교환
김리은
: 간호사 윤영(이주영)이 일하는 마리아 사랑병원에서 남녀의 성관계 장면이 담긴 엑스레이 사진이 발견된다. 윤영은 사진의 주인공이 자신과 남자친구 성원(구교환)이라 믿으며 퇴사를 고민하고, 병원의 부원장 경진(문소리)은 윤영에게 병원을 그만두도록 종용하지만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자 혼란에 빠진다. 불법 촬영, 청년 실업, 데이트 폭력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풍자로 이어붙인 ‘메기’의 세계는 선형적이지 않다. 타당성 없는 변명이 진실로 밝혀지거나, 눈으로 목격한 장면이 허황된 의심이었던 것처럼 혼란스러운 일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이는 진실을 끊임없이 재단하는, 혹은 진실이 아닌 것들에만 주목하는 부조리한 현실의 날카로운 재현이기도 하다. 영화는 메기의 시선을 빌려 불신의 구덩이에서 “재빨리 빠져나오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인간이 스스로와 타인을 신뢰할 수 있는 사회의 조건을 질문한다. 부조리한 세상을 따뜻하게 품는 메기의 내레이션, 씁쓸한 웃음을 남기는 유머, 그리고 비현실적인 줄거리 속에서도 살아 숨쉬는 배우들의 호연으로 ‘인권’이라는 주제를 친근하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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