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있는 그대로의 한예슬

2019.09.25
한예슬은 자신을 잘 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자신을 둘러싼 시선들을 잘 안다. 유튜브 채널 ‘한예슬 is’의 첫 영상에서 그는 “내가 유튜브를 하게 될 줄은 몰랐지!”라고 이야기하며 장난스러운 웃음을 터트렸고, 데일리 메이크업 영상에서는 쓰지 않는 화장품들을 주변에 나눠 준다고 말하며 “나랑 친구 했으면 좋겠지?”라고 카메라를 향해 넌지시 물었다. 유명 연예인인 그가 자신을 향한 대중의 관심과 기대를 아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한예슬은 이런 시선들 속에서 자신을 언제, 어떻게 드러내야 적절한지도 알고 있다. ‘한예슬 is’에서 한 패션 브랜드의 컬렉션 행사에 참석한 그는 포토콜에서 다양한 포즈를 서슴없이 취해 사진기자들의 박수와 환호를 이끌어냈다. 반면 축하 공연 순서에서는 마치 주변인들의 시선이나 카메라가 없는 것처럼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며 음악을 즐겼다. 타인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순간에는 즐겁게 임하고, 주변의 시선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기도 한다. 한예슬은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정한다.

카메라 앞에서도 지인을 만난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하거나, 연신 포즈를 취하는 한예슬의 모습은 원래 그가 타인의 시선을 즐기는 사람인 것처럼 보이게 한다. 하지만 MBC ‘언니네 쌀롱’의 촬영현장에서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이 유튜브용 카메라를 대하는 그의 모습에 “기계한테도 끼를 부린다”라고 감탄했을 때 한예슬은 “습관화됐다”라고 대답했다. 그가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원래 즐길 수도 있다. 그러나 한예슬은 연예인으로서 수많은 ‘기계’ 앞에 서는 것이 당연한 삶을 19년 가까이 살아왔다. 유명하다고 해서, 인기가 많다고 해서, 혹은 ‘미녀 배우’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외모를 가졌다고 해서 대중에게 평가받는 삶이 늘 괜찮을 수는 없다. 한예슬이 유튜브를 시작하며 구독자들에게 “실망하거나 놀라거나 그러면 안 돼. (중략) 내가 더 잘할 수 있게 용기를 주세요”라고 당부하고, EDM 페스티벌에 가기 위해 메이크업을 받으며 39세인 스스로를 ‘늙은 누나’라 표현했던 것은 그런 두려움에 대한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4년 전 “나이 먹는 게 싫고 큰 고민이다”(‘MBN스타’)라고 말했던 한예슬은 ‘한예슬 is’에서 이런 두려움조차 새로운 도전의 발판으로 삼는다. “봐주는 사람이 있어야지 뭐든 하고 싶거든”이라 말하며 춤을 배우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나이가 문제라서가 아니라 단지 “피지컬이 안 따라줄” 수 있기 때문에 마흔이 되기 전에 못해본 것들을 다 해보겠다고 말한다. 그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도전을 꾸며내지 않는다. 단지 자신이 하고 싶었던 도전을 보여주면서, “나랑 같이 나이 들어가는 여성들에게 어떤 도전정신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할 뿐이다.

“힘든 일과 하기 싫은 일과 스트레스를 받아야지 간간이 오는 기쁜 순간을 누리는 선물을 받을 수 있는 거야. 그래서 예슬이의 철학은, 인생은 고행이야.” 화보 촬영을 앞두고 메이크업을 받으며 단백질 도시락을 힘겹게 먹던 한예슬은 문득 카메라를 향해 자신의 인생관을 나직하게 털어놓는다. 연예인으로서 화려한 파티에 참석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한눈에 받고, EDM 페스티벌을 위해 유명 메이크업 유튜버에게 화려한 스타일링을 받는 한예슬의 삶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예슬은 그런 화려한 모습 뒤에 숨은 무게가 있다는 보편적인 삶의 진실을 이야기하고, 이를 과시하거나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는다. 화보 촬영이 끝나자마자 “시원한 맥주 한 잔 하러!”라 외치며 좋아하는 술을 마실 수 있는 기쁨을 숨김 없이 표현하고, 첫 MC 도전인 MBC ‘언니네 쌀롱’ 촬영을 앞두고 잠을 잘 자지 못했던 긴장감을 털어놓으면서도 “다음에 더 잘하면 된다. 다만 다음에 더 잘하지 못하면 그때 좌절해라”라는 긍정적인 멘트로 마무리한다. 그래서 미완성의 명제인 ‘한예슬 is’를 채우는 것은 화보 촬영이나 메이크업, 혹은 파티 같은 연예인의 화려한 삶이 아니다. 삶에 공존하는 기쁨과 고통의 비율을 받아들이고 이를 최대한 즐기는 한예슬 그 자체다. 2006년 MBC ‘환상의 커플’에서 스스로에 대한 기억을 잃은 ‘나상실’로 자신을 각인시켰던 한예슬은, 이제 유튜브에서 누구보다 ‘나’에게 ‘충실’한 모습으로 산다. 이제야 모두가 알게 됐다. 있는 그대로의 한예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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