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PD는 뭐하니?│②김태호 PD의 요즘 프로그램들을 점검하다

2019.09.24
MBC ‘무한도전’ 종영 이후 1년 남짓한 휴식을 마친 김태호 PD가 ‘놀면 뭐하니?’와 ‘같이 펀딩’으로 돌아왔다. 김태호 PD는 스스로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고 명명하고 “큰 그림을 그릴 때 고문, 자문 같은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무한도전’이 그가 총괄 프로듀서(CP)로서 기획을 맡게 된 뒤에도 ‘김태호의 무한도전’으로 불렸듯, ‘놀면 뭐하니’와 ‘같이 펀딩’에서도 김태호 PD는 막강한 대표성을 지닌다. 릴레이 형식으로 ‘확장’을 꾀한 김태호 PD의 세계는 어떤 모습인지, 현재 방송 중인 그의 프로그램들을 통해 살펴봤다. ‘놀면 뭐하니?’의 세부 코너 중 일부는 각각 독립적인 프로그램으로 간주했다.

‘놀면 뭐하니?’의 ‘릴레이 카메라’, 뫼비우스의 띠
‘릴레이 카메라’는 ‘놀면 뭐하니?’가 정규 편성되기 이전, 유튜브에서 먼저 시도됐던 형식이다. 연예인들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 콘텐츠가 카메라를 배턴 삼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릴레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워낙 대중화된 콘텐츠이기 때문에, 출연진이 카메라를 가리키며 “이거 유튜브 아니냐”라고 물어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출연진은 수십 대의 카메라와 제작진이 몰려들었던 촬영 현장에 부담감을 느꼈다고 토로하며, 간소화된 제작 환경이 훨씬 편안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유튜브 콘텐츠가 지상파 방송사의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된 후, 자율성은 혼자 오롯이 재미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되돌아온다. 카메라를 전달받지 않기 위해 줄행랑을 치거나, 손사래를 치며 극렬하게 거부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결국 다시 익숙한 광경이 펼쳐지고 만다. 유재석이 안영미를 향해 “저렇게 다양한 캐릭터들이 많았으면 좋겠어”라고 말한 게 무색하게, 안영미의 카메라는 곧바로 송은이에게 넘겨지고, 송은이 역시 별다른 분량 없이 박명수에게 카메라를 전달한다. 박명수는 투덜거리면서도 기쁜 표정을 숨기지 못해서 “변한 게 없다”라는 질책을 받지만, 정작 변한 게 없는 건 ‘릴레이 카메라’ 자체다. 여행, 패션 정보, 영화계 지인들을 소개한 이동휘와 못 말리는 낚시 사랑을 보여준 박병은 정도가 새로웠을 뿐, 다시 ‘무한도전’의 누군가가 찍은 영상을 보며 ‘무한도전’을 추억하는 레퍼토리가 반복된다. 화면을 보고 멘트를 덧붙이는 ‘모니터 보이즈’도 다를 바 없다. 유재석, 양세형, 조세호 등을 포함한 30-40대 남성 중심의 멤버 구성에 더해, 조세호가 하하를 보며 잘생긴 편은 아니라고 말하거나 전소민에게 전화를 걸어 ‘조세호와 공명 중 누가 더 낫냐’를 묻는 장면 또한 익숙한, 여타 예능 프로그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상한 풍경이다. ‘릴레이 카메라’에 카메라 3대가 더해지면서 급작스럽게 기획된 ‘조의 아파트’는 출연진이 스스로 카메라를 설치하고 게임을 만든다는 점에서 신선하지만, 결과물은 ‘나 혼자 산다’의 무지개 모임과 ‘목표달성! 토요일-스타 서바이벌 동거동락’ 사이 어디쯤에 머문다. “아이러니하게도 유재석씨가 카메라를 받자마자 낯설어하면서 익숙한 사람을 찾더라(인터뷰365)”라는 김태호 PD의 말처럼, ‘릴레이 카메라’는 앞으로 나아가는 듯 보이지만 모순적으로 제자리서 맴돌고 있다.

‘놀면 뭐하니?’의 ‘대한민국 라이브’
‘놀면 뭐하니?’ 5회에서 처음 선보인 ‘대한민국 라이브’는 하나의 주제를 두고 촬영한 다양한 영상들을 모아보는 코너다. ‘릴레이 카메라’에서 파생된 만큼, 유재석, 조세호, 데프콘, 양세형 등 ‘모니터 보이즈’가 조세호의 집에 모여 일부 영상을 보고 멘트를 덧입히고, 직접 VJ 역할을 겸한다. ‘교통수단으로 본 대한민국의 하루’는 ‘모니터 보이즈’ 외에도 전문 카메라 감독, 영상학과 학생 등이 전국 곳곳에서 촬영한 영상을 모았으며, 새벽 3시에 심야버스에 몸을 싣는 승객들, 늦은 밤 하루를 마감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담았다. 1부에서는 학생, 직장인, 환경미화원, 우체국 집배원 등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는 이들을 보여주고, 2부에서는 양세형, 유노윤호, 조세호의 일일체험을 통해 소방대원들을 집중 조명한다. 해당 지역 소방관 1명당 시민 2500명을 맡아야 하는 인력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노인들, 눈앞에서 목격한 죽음을 떨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소방대원들의 모습이 화면에 띄워지면, 멤버들은 이러한 현실에 설명을 보태며 안타까움을 강조한다. ‘놀면 뭐하니’ 8회에서는 이색사진관을 통해 다시 범위를 좁혀 미시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사진관에는 아이의 성장과정을 기록하는 가족, 10년간 연주했던 악기를 포기하기로 결심한 여성, 암 선고를 받고서 담담히 죽음을 준비하려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오고, 카메라는 덤덤히 그들을 담아낸다. 고정 출연자들을 중심으로 한 구성은 여타 예능프로그램과 다를 바 없는 그림이지만, 전편과 달리 더빙 멘트나 설명을 덧붙이지 않으며 다큐멘터리와 유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리고 ‘대한민국 라이브’는 딱 거기에 그친다. 여성들이 “학교 근처에도 가지 못해서” 할머니가 되어서야 겨우 한글을 배울 수 있었던 이유를 굳이 돌아보지 않고, 소방대원이 너무 모자란 것 아니냐는 물음에 양세형은 “부족한데, 어쩔 수 없는 거죠”라고 답한다. 이러한 흐름은 마치 구조적인 문제를 제기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보인다. 국가라는 공동체를 앞세워 구성원들에게 연대감을 부여하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문제를 최대한 미시적으로 풀어낼 수밖에 없다. ‘미국산 소’, ‘민주주의가 무색한 폭력’, ‘명절 때만 얼굴 비추는 그분들’ 등 신랄한 자막으로 풍자를 하곤 했던 ‘무한도전’의 재기발랄함은 이제 다시 볼 수 없을 듯하다.

‘놀면 뭐하니?’의 ‘유플래쉬’, 그들도 사는 세상
유재석이 “따뜻한 ‘위플래쉬’”라고 표현했던 것처럼, 연주자를 폭력적인 상황으로 몰고 갔던 영화 ‘위플래쉬’와 달리 ‘유플래쉬’는 따뜻함을 바탕으로 한다. 타의에 의해 3시간 속성으로 드럼을 배운 유재석에게 김태호 PD는 ‘지니어스 드러머’, ‘영재’라는 수식어를 붙여주고, 유희열, 이적, 이상순, 선우정아, 이상순 등 음악가들의 소리를 얹는다. 이들의 노력에 따라 유재석의 드럼 연주는 아름다운 음악의 일부가 된다. ‘릴레이 카메라’에서 유재석을 떠난 카메라가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다양한 화면을 담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의 연주는 생각지도 못한 뮤지션들을 차례로 거치며 완전히 새로운 음악이 된다. 유재석의 드럼 연주 직후 비장하게 ‘확장’이라는 글자가 화면 가운데에 나타났듯, ‘유플래쉬’는 유재석과 함께 자신의 세계를 조금씩 넓혀나간다. 드럼 비트를 따라 다양한 뮤지션들을 만나본 유재석은 곡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알게 되고, ‘멜론 TOP 10’에서 ‘멜론 TOP100’으로 취향을 확장한다. 동시에 유재석은 대중을 대표하면서 음악을 만드는 과정이 ‘그들만이 사는 세상’이 되지 않도록 적절히 개입한다. 유희열과 이적의 음악 설명이 거드름으로 보이지 않게끔 “내가 알아서 검색하겠다”라고 말하거나, “예능 하는 사람들은 옷 좀 밝은 걸로 입고 와라”라고 핀잔을 주는 식이다. ‘유플래쉬’는 예능프로그램과 음악프로그램의 경계를 흐리게 하고, 정동환에서 이태윤으로, 30년의 세월을 뛰어넘으며 세대 화합을 이루기도 한다. 그러나 익숙한 ‘인맥’을 따라 흘러가는 비트는 유희열 버전에 참여한 뮤지션이 모두 남성이라는 결과에 다다른다(9월 21일 방송 기준). 제작진 이적 버전에 참여한 선우정아를 두고서 ‘무대 메이크업도 매번 대변신’이라는 자막으로 콘셉트나 장르 소화력이 아닌 ‘메이크업’을 강조하고, 코러스를 위해 녹음 전 미리 허밍을 해보는 그에게 ‘태평해 보인다’는 자막을 입히기도 한다. 사투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헤이즈의 모든 말에 억양을 표시하는 화살표를 달아 강조한 것도 마찬가지다. “안 그래도 된다”(라)는 유재석의 말과 달리 헤이즈의 사투리는 신경 쓰이는 ‘별일’이 된다. 정동환, 적재, 이태윤 등이 유재석이 보는 앞에서 각자의 특기를 발휘하고 실력을 과시했던 것과는 달리, 여성 뮤지션은 실력 외의 ‘반전 매력’에 초점이 맞춰진다. ‘유플래쉬’는 ‘확장’을 강조하지만, 정작 제작진의 시선이 확장되지 못했다. 유재석의 드럼 연주를 들은 뮤지션들이 자주 묻는, “어떤 마음이었느냐”라는 질문을 이젠 제작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때다.

‘같이 펀딩’이 추구하는 가치
‘같이 펀딩’은 제목 그대로 ‘함께’ 어떠한 ‘가치’를 위해 투자금을 모으고 창출한 수익을 사회에 환원한다. 첫 번째로 선택한 가치는 ‘애국심’이다. “대한민국을 많이 사랑해서” 대형 태극기 앞에서 결혼식을 하고 상해임시정부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는 유준상에게, 설민석은 ‘국가’라는 실체 없는 개념을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도록 하는 상징물이 바로 ‘태극기’라고 강조한다. 정부(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는 프로그램이 이 프로젝트를 첫 번째 주제로 삼은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같이 펀딩’은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시청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낸다. 설민석이 초월 스님이 목숨을 걸고 일장기 위에 덧대어 태극기를 그렸다고 알리는 대목에서는 절묘하게도 오른쪽 상단에 ‘전현무X설민석, 못 다한 대한민국 이야기, 독보적인 역사 예능의 귀환’이라는 자막과 함께 MBC ‘선을 넘는 녀석들 리턴즈’의 배너 광고가 등장한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같이 펀딩’은 어떠한 방향이 담긴 가치를 홍보하는 수단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또 펀딩 금액이 시작 10분 만에 목표치를 돌파하고 약 10억의 펀딩 금액을 모았다는 사실은 ‘같이 펀딩’이라는 홍보물이 가진 영향력을 방증한다. 그러나 애국심과 같은 보편적 정서를 강조하는 ‘같이 펀딩’은 때때로 보편적이지 않다. 예컨대 앞서 등장한 설민석을 비롯, 유준상과 함께 ‘태극기 여행’을 떠나는 데프콘, 개코, 비와이 모두 ‘무한도전’으로 연을 맺었던 이들이다. ‘먹방’으로 유명한 이들 중에서도 최자가 ‘노포 투어’에 참여하는 것 또한 노홍철, 제작진의 친분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MC로 유인나와 장도연을 섭외하며 주체의 다양성을 확보했지만, 그 이상으로는 나아가지 못한다. 릴레이 형식으로 이어지는 프로젝트마다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같이 펀딩’은 ‘놀면 뭐하니’의 연장선상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같이 펀딩’이 ‘놀면 뭐하니’가 보여주는, 인맥에 따라 움직이는 특성이 갖는 한계까지 함께 가져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같이 펀딩’의 최대 장점은 프로젝트의 속성에 따라 프로그램 자체의 구성과 장르를 다채롭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고, 이는 ‘같이 펀딩’의 세계가 더욱 넓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삽화를 이용한 역사 교육프로그램, 교차 편집을 활용한 드라마, 소상공인에게 소비자 공략 팁을 조언하는 정보 프로그램 등 다른 면면을 보여줬던 것처럼, ‘같이 펀딩’의 가치는 보다 넓고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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