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덤’, K-POP 여성 아이돌의 현재

2019.09.19
Mnet ‘퀸덤’에 출연하는 여섯 여성 아이돌은 한 날 한 시에 신곡을 발표하는 ‘컴백 전쟁’을 치른다. 그 서막이라고 할 수 있는 사전 무대의 첫 번째 주제는 ‘대표 히트곡’이었고, 두 번째 주제는 ‘커버곡’이었다. 현재까지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지난 12일 공개된 AOA의 ‘너나 해’로, 이 무대의 모든 요소는 통쾌할 만큼 확실한 ‘미러링’이었다. 멤버들의 노출 없는 슈트와 납작한 로퍼는 댄스 브레이크에 등장한 보깅 댄서들의 모습과 대비를 이루었고, ‘나는 져버릴 꽃이 아닌 나무’라는 지민의 랩으로 시작해 카메라를 똑바로 마주한 설현의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마무리되는 공연은 마치 이들이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말들을 대신하는 듯했다. 지난 ‘대표 히트곡’ 무대에서 AOA가 보여준 ‘짧은 치마’ 무대를 떠올렸을 때, 이것은 여성 아이돌이라는 일직선상의 양극단에 놓여있다고 해도 무방한 모습이었다.

이처럼 ‘퀸덤’은 여성 아이돌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보여준다. 제작진은 여섯 여성 아이돌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진짜 1위를 가릴 것’을 요구하지만, 정작 순위보다 흥미로운 것은 따로 있다. 2009년에 2NE1으로 데뷔한 박봄부터 2018년 데뷔한 (여자)아이들까지 출연자들은 활동기간만큼이나 서로 다른 개성과 고민을 가지고 있고, 이는 그 자체로 K-POP 씬 안에서 걸 그룹이 경험하는 여러 특수한 상황들을 설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2012년 밴드 콘셉트로 데뷔했던 AOA는 섹시 콘셉트의 ‘짧은 치마’로 인기를 얻었지만 본래의 8인조에서 세 명의 멤버가 차례로 떠나며 잦은 공백기를 가져야 했다. 데뷔 초부터 줄곧 청순한 이미지로 사랑받았던 러블리즈와 오마이걸은 필연적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반면, 일반적인 걸 그룹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꾸준히 자신들만의 색깔을 보여주었던 마마무나 (여자)아이들 같은 그룹도 있다. 한편 걸 그룹 출신 솔로 가수 박봄의 경우 현재 자신과 경쟁하는 후배 걸 그룹들이 처한 상황의 대부분을 이미 지나왔다. 그리고 우리는 이들이 각자의 생각을 품고 치열하게 준비하는 무대를 통해, K-POP 걸 그룹의 현재를 본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사전 무대 결과 가장 주목받았던 것은 각각 (여자)아이들과 AOA였다. (여자)아이들의 리더 소연은 ‘주술사’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녹음부터 안무까지 모든 것을 프로듀싱했고, AOA의 리더 지민 역시 직접 편곡과 의상, 댄서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다. 이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걸 그룹의 프로듀싱 능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이었다. 출연자들 대부분이 가장 강력한 상대로 꼽았던 마마무는 첫 번째 사전 무대 바로 전날 콘서트를 하고 왔음에도 흔들림 없이 화려한 무대를 선보였다. “시상식이 아니면 이런걸 보여드릴 기회가 없다”라는 화사의 말처럼, 출연자들은 조금이라도 기존에 보여주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이러한 고민은 이들의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러블리즈는 10달 동안 차트에 올라있던 ‘Ah-Choo’를 편곡하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트로트, EDM, 메탈까지 언급했고 결국 걸크러시 콘셉트로 무대를 꾸몄다. 이들은 두 번째 사전 무대에서 커버하고 싶은 상대로 자신들과 상반된 콘셉트의 (여자)아이들을 꼽기도 했다. 철저한 프로듀싱의 대상이었던 걸 그룹이 어느새 다양한 모습을 갈망하고, 자신의 손으로 무대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2019년의 여성 아이돌이다.

‘퀸덤’은 이름처럼 팬덤을 움직이는 거대한 장을 마련했다. 사전 무대 점수, 사전 음원 점수, 생방 투표 점수를 합산해 최종 우승을 가리는 방식이나 ‘6-6불명예 하차’, ‘큐시트 결정권’, ‘출연자 자체 평가’ 등은 노골적으로 경쟁을 부추기는 장치다. 그러나 정작 출연자들의 관심사는 다른 그룹과의 경쟁이 아니다. 출연자들이 처음 모인 자리에서 어색한 듯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하던 설현은 우승 베네핏이 ‘단독 컴백쇼’로 밝혀지자 “인기 많은 남자 아이돌만의 특권이라고 생각했다”며 의욕을 불태우고, 화사는 “가수가 팬들에게 선물하는 최고의 선물은 무대”라는 말로 각오를 대신했다. 큐시트 순서를 결정할 때도 자신의 컨디션에 맞는 순서를 선택하거나, 비슷한 콘셉트의 상대와 붙는 것을 피할 뿐이다. 이 여섯 여성 아이돌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하나다. ‘진짜 하고 싶었던 무대’를 보여주는 것. 더 이상 ‘퀸덤’은 순위를 경쟁하는 ‘컴백전쟁’이 아니다. 익숙한 여성 아이돌에 새롭게 빠져드는 ‘입덕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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