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팅 앱│① 더 빨리, 더 쉽게, 그리고 더 안전하게

2019.09.03
“요즘은 연애하려고 사람을 만나기가 너무 어렵잖아요.” 20대 여성 A가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연애 상대를 찾는 이유다. 데이팅 앱, 소개팅 앱, 만남 앱, 소셜 네트워킹 앱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종류의 앱들은 특정 알고리즘을 통해 이용자와 이용자를 ‘연결’해준다. A는 이런 앱을 사용해 연애 상대를 찾는 것이 오프라인보다 훨씬 안전하고 편리하다고 생각한다. 직접 대면하기 전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대화할 수 있고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덜해서다. “길에서 번호를 묻는 사람, 클럽에 가는 사람, ‘솔로 포차’에 가는 사람, 단체 미팅에 나가는 사람, 소개팅하는 사람,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하는 사람……. 다 다른 만남의 방식이 있잖아요. 앱은 그중 하나일 뿐이에요.”

글로벌 제작사 매치 그룹이 ‘틴더’로 올해 상반기 세계 앱 수익 1위(약 5816억 원)에 오르고 ‘오케이 큐피드’를 비롯한 40여 개의 다양한 데이팅 앱을 운영 중인 것처럼, 데이팅 앱 시장은 세계적인 인기와 함께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국내 앱 시장도 같은 양상을 보인다. 같은 기간 국내 비게임앱 중 매출 1위 ‘카카오톡’을 제외하면 2위부터 5위까지 전부 ‘정오의 데이트’, ‘심쿵소개팅’, ‘아만다’ 등 데이트앱이 차지했다. 국내 제작 데이팅 앱 ‘아만다(아무나 만나지 않는다)’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아만다’의 누적 가입자는 500만 명(2019년 1월 기준), 두 사람이 서로 호감을 표해야 나타나는 대화방 개설 수는 하루 평균 7000개 이상이다. 가입자 연령대는 25세~34세가 71%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한국 평균 초혼 연령(2018년 통계청 자료 기준, 여성 30.4세, 남성 33.2세)을 고려하면 연애 상대를 찾는 수단으로 앱을 이용하는 이들은 주로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결혼 전까지의 20~30대 청년들이다. 이들은 “타인에게 소개팅을 부탁하지 않아도 돼서”, “마음에 드는 상대를 직접 선택할 수 있어서” 등을 주된 사용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인기에 비해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 50세 미만 성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응답자 중 77.8%는 데이팅 앱에 대해 ‘불건전한 목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라고 답했다. 앱을 이용하고 있으면서도 사회적 시선을 의식해 이용 사실을 숨기기도 한다. 20대 남성 B는 “언론에서 ‘조건 만남’, ‘범죄’ 같은 자극적인 뉴스를 보기도 하고, 온라인을 통해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 자체가 생소하고 가벼운 인상을 주는 것 같다”라며 “앱이나 오프라인 만남이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하지만 앱을 이용하고 있다는 걸 주변에 밝히지는 못하겠다”라고 말했다. 앱을 통해 만난 남성과 교제한 경험이 있는 20대 여성 C는 “정말 친한 친구가 아니면 앱을 이용한다는 걸 절대 말하지 않고, ‘남자친구 어떻게 만났냐’고 물어보면 그냥 소개로 만났다고 둘러댄다. 앱을 이용하는 사람은 헤프다는 선입견을 갖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부 업체들의 과금 유도 전략이 부정적인 인식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 이용자로 위장한 봇(bot)을 이용해 남성 이용자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유료아이템을 구매하게 하는 ‘피싱(낚시)’ 전략 때문에 데이팅 앱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남자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호감을 보이던 여자가 갑자기 변심해서 잠수를 탄 것처럼 보였겠지만, 사실은 실제 사람이 아니었을 확률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데이팅 앱은 일반적으로 여성 회원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적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9:1 정도면 양호한 편이라고 말할 정도로 남성이 훨씬 많다. 데이팅 앱 시장에서는 언제나 여성 가입자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전했다. 데이팅 앱들은 남성에게는 까다로운 가입 조건을 제시하는 것과 달리, 여성의 가입 기준은 상대적으로 낮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 ‘골드스푼’은 남성의 가입 조건으로 의료인·법조인·회계사·5급 이상 공무원 등 전문직 또는 연 소득 7000만 원 이상·수입 차량 보유·강남 3구 거주 등을 내세우고, ‘스카이피플’은 남성 회원에게 서울대, 카이스트, 서강대 등 상위권 대학 또는 의대, 치대, 약대 출신, 대기업이나 공기업 재직자, 전문직 등의 조건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반면 여성들에게는 이런 조건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데이팅 앱에 여성 회원 숫자가 적은데, 데이팅 앱은 여성 회원을 남성 회원에게 어필하는 것을 동력 삼아 수익을 낸다. 남성에 비해 여성회원들이 데이팅 앱 가입에 더욱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자칫하면 의도와 상관없이 자신의 신상 정보가 데이팅 앱의 홍보를 위한 수단이 될 수도 있다.

A는 반드시 앱 내 대화 중 상대에게 실명을 알려달라고 한 뒤 SNS를 검색해 게시물을 살펴본다. 이상한 사진이나 게시물을 발견하면 즉시 채팅을 중단하기 위해서다. 20대 여성 D는 “앱에 유부남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 알고 보니 애인이 있거나 기혼인 사람도 종종 있었다”라고 했다. 20대 여성 E는 “친구에게 ‘내가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러 갈 건데, 혹시 몇 시까지 나한테서 연락이 없으면 신고해줘’라고 미리 부탁한다”라며 새로운 만남을 위해선 두려움과 의심을 떨쳐낼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남성들이 장기매매나 금품갈취를 당할까 우려하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20대 남성 F는 “솔직히 성범죄 피해자가 될 거란 두려움은 없었다. 그런 걱정까지 더해진다면 정말 피곤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양윤호 와이피랩스 공동대표는 “여성 이용자들은 자신의 정보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지 않는 걸 선호하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상대방이 제 프로필을 못 보나요?’, ‘완전히 삭제되는 것 맞죠?’ 같은 질문들을 하는 남성 이용자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여성의 수가 훨씬 많다. 아무래도 사회적인 요인이 크다고 생각한다. 시대가 많이 변화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여성은 ‘먼저 적극적으로 데이트 상대를 탐색한다’라는 것 자체로 나쁘게 비치기도 하니까”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성들이 데이팅 앱을 이용하는 이유는 직접 만나기 전, 상대방을 최대한 알아볼 수 있다는 점이 주요했다. 데이팅 앱에서는 남자 회원의 외적 조건을 내걸지만, 여성 회원들은 오히려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을 데이팅 앱의 장점으로 꼽았다. “소개팅 주선자가 제 연애 상대로 적합한 사람을 골라줄 수 있을까요. 대외적으로 좋은 사람이 꼭 애인으로서도 좋은 사람이던가요?” 20대 여성 G는 지인의 소개팅으로 만난 남성이 첫 만남에서 ‘여성의 출산과 가사노동의 의무’를 강요해 불쾌함을 느꼈던 경험이 있다. 또한 상대에게 만남을 그만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음에도 여러 수단을 통해 연락을 시도한 것에 불안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는 “연애관에서부터 잠자리까지, 만나서 깊게 대화를 나누거나 직접 겪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는데 앱은 대면하기 전에 미리 채팅이나 통화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줄어든다”라며 데이팅 앱의 장점을 들었다.

데이팅 앱이 최근 상대방의 외적인 조건뿐만 아니라 가치관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를 연이어 선보이는 데는 이런 맥락이 있다. ‘아만다’의 제작사는 지난해 이용자들이 선택한 관심 키워드를 기반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그루브’를 출시했다. ‘글램’은 관심사, 데이트 스타일, 라이프 스타일, 이상형 등을 키워드 형식으로 선택해 상대에게 노출한다. 서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대화로 알아가는 것이 아닌, 대화 상대를 고르는 기준으로 삼는 방식이다. ‘바닐라브릿지’는 앱 이용자가 직접 주선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용자가 채팅을 통해 주선자에게 자신의 취미, 중요하게 여기는 조건 등을 알려주면, 주선자는 그에 맞는 다른 이용자들을 직접 연결해주고 성사될 때마다 보상을 받는다. 이용자와 주선자 모두 익명을 쓰는데, 실제 소개팅에서 직장 상사, 친구 등 주선자와의 관계에 따라 생길 수 있는 문제 등을 배제하기 위해서다. 가치관을 최우선으로 두는 ‘튤립’ 같은 앱도 있다. 여가를 보내는 방법부터 종교, 정치 성향, 만남 형태, 연애, 결혼, 육아까지 생활 양식 전반에 대한 질문에 이용자들이 답을 선택하면 싱크로율이 높은 이용자끼리 매칭되는 식이다. ‘커넥팅’은 반대로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어떠한 조건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짧은 통화로 대화를 나누게 한 뒤 상호 의사에 따라 채팅 및 연락처 교환이 가능하도록 했다. 제작사 와이피랩스의 양윤호 공동대표는 “만남 전에 좋은 대화가 선행돼야 하고 또 만나지 않더라도 좋은 대화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기쁨과 위로, 어떠한 감정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랐다”라고 밝혔다. 그는 “대화가 ‘연락처를 알아내기 위한 단순한 과정’으로 변질되는 것을 늘 경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데이팅 앱은 상대방의 외모, 사회적인 배경, 가치관 등을 최대한 빨리, 안전하게 알 수 있도록 노력한다. 정말 그런 천국은 존재할 수 있을까? 여전히 이용자들조차 ‘진지한 관계’에는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곤 한다. 30대 남성 H는 남성 회원 수가 여성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언급하며 “아무래도 여성이 다수의 남성 중에서 고르는 인상을 주는데, 언제든 더 좋은 조건의 남성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20대 남성 I는 “상대가 ‘재고 있다’고 의식하게 되면 호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내가 마음에 안 드나’가 아니라 ‘다른 남자보다 더 매력적이지 않은가 보다’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애초에 서로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며 만나게 되고, 그만큼 만남과 헤어짐도 빠르게 반복될 수 있다. 여성 회원들이 남성 회원을 만날 때 생길 수 있는 안전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다. 데이팅 앱에서는 특히 외모가 중요한 조건이 된다는 점은 이런 인식을 더욱 강화시킨다. 실제로 ‘아만다’는 사진으로 기존 회원들에게 ‘얼굴 심사’를 받아야만 가입 및 이용이 가능하다. ‘글램’, ‘정오의 데이트’ 등도 이처럼 사진을 통해 얼굴을 평가하도록 하고, 서로 높은 점수를 준 이용자끼리 연결한다. 데이팅 앱에 가입하면 끊임없이 자신의 외모를 평가하고, 평가받게 된다.

그러나 실제 앱 이용자들은 데이팅 앱에 대해 “앱 밖 세상과 별반 다르지 않다”라고 말했다. B는 “앱이 아니라 어떤 만남 형태에서든 기왕이면 잘생기고 예쁜 사람이 좋은 건 당연한 현상”이라며 “외모만으로 사람의 모든 것을 판단할 순 없지만, 오프라인 소개팅을 할 때도 주선자가 상대방의 사진을 보여주며 만남 의사를 묻지 않느냐”라고 설명했다. 외모나 조건을 평가받는 일, 범죄의 피해자가 될까 걱정하는 일, 관계가 진전될수록 알게 되는 다른 모습에 실망하는 일 등 앱을 이용하며 겪을 수 있는 위험과 불편은 이용자들에게 데이팅 앱을 포기해야 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최근 앱을 통해 만난 상대방과 연인이 된 J는 “친한 친구들에게도 추천하고 있다. 집-회사-집-회사로 반복되는 일정 속에서 무례하거나 이상한 사람은 어딜 가나 있는 것 같고 앱도 마찬가지인데 범위만 넓어진 느낌이다. 그만큼 좋은 분들도 많고 저와 마음이 통하는 분도 만날 수 있었던 것 아닐까”라고 말했다. D도 앱에서의 만남이 오프라인보다 훨씬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FWB(연인은 아니지만 친구처럼 지내며 섹스하는 사이) 관계를 원하면 ‘No FWB’라고 써놓은 분에게는 말을 걸지 않는다. 언어 교환, 동네 친구 등 목적이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분이 상하거나 상처받을 일이 오히려 줄어든다”라고 말했다. “학교나 직장처럼 좁은 집단 내에서 연애하면 여러 사람 입에 오르내리기도 쉽고, 이별 뒤에도 전 애인을 마주치거나 연애사가 온갖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등 곤란한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앱은 그나마 만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니까 그런 위험성이 덜한 편이다.” A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어디서 만나든 낯선 사람과의 만남은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 아무리 검증을 했다 해도 이상한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관계를 위해서라도” 앱을 계속 이용할 것이라는 E의 발언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E는 “‘그렇게까지 해서 남자를 만나고 싶냐’는 비아냥거림을 듣기도 했다"라면서도, 현실에서의 지난 만남들이 “내가 돈을 벌 테니 아이는 셋만 낳고 가정에만 전념해 달라”고 말하는 남성을 적어도 ‘삭제’할 수 있는 앱 속 경험보다 쾌적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조금이라도 제 기준에 따라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거를 수 있는 편이 나아요. 감정을 나누고 사랑하는 건 제 권리이고 욕구인데, 왜 당연히 포기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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