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스플레인

품종묘를 키우고 싶은 당신께

2019.09.02
©Shutterstock
아비시니안, 소말리, 러시안블루, 니벨룽, 샤틀룩스, 코랏, 샴, 발리니즈, 뱅갈, 옥시캣, 캐너디언스핑크스, 돈스코이, 페르시안, 터키시 앙고라, 스코티시 폴드, 스코티시 스트레이트, 브리티시 폴드, 브리티시 스트레이트, 아메리칸 숏헤어, 아메리칸 컬, 먼치킨, 렉돌, 네바마스커레이드, 메인쿤, 노르웨이 숲, 시베리안 포레스트, 데본렉스, 셀커크 렉스, 래가퍼, 나폴레옹, 제네타,램틴, 밤비노, 킬트, 코리안숏헤어 등 외계어 같은 이 이름들의 주인공은 모두 고양이다. 병원에서 늘 고양이를 접하면서도 고양이의 품종 구별은 때로 난감해지기도 하는데, 고민하는 찰나 “아, 이 아이는 페르시안이랑 터키시 믹스예요!” 라고 보호자가 이야기해 주면 품종은 의미가 없어지고 그저 귀여운 고양이만 눈에 들어온다. 그렇다. 세상에 존재하는 고양이 중에 같이 있으면서 매력이 없는 고양이는 없다.

실제 고양이의 품종은 자연스럽게 발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것인데, 다리가 짧은 고양이, 귀가 접힌 고양이, 털이 없는 고양이 등 원하는 종을 목표로 두고, 그에 맞는 개체를 교배시킨다. 원하는 고양이가 나오면 이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선발육종법(selection breeding)’과 ‘근친교배 (inbreeding)’를 하게 되고, 품종묘의 특징이 발현되도록 하는 과정에서 유전적 기형인 ‘유전병’이 발생하게 된다.

흔히 아는대로 스코티시 폴드 품종의 경우 관절면이 울퉁불퉁해지면서 부드럽게 움직이기 어렵고 통증을 일으키는 연골이형성증이 생기기도 한다. 인형처럼 동글동글 이쁜 외모에 성격도 순한 렉돌과, 큰 덩치와 뾰족하고 큰 귀, 귀 가장자리 앙증맞게 뻗은 귀털이 매력적인 개냥이 메인쿤의 경우 심근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져서 심장의 이완능력을 떨어뜨리고 순환을 저하시키는 심근비대증을 일으키는 유전인자를 가지고 태어나기도 한다. 이외에도 페르시안, 브리티시종, 스코티시종은 신장의 실질에 다수의 물혹이 생겨서 신장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다낭성 신장질환을 일으키는 유전인자를 가질수 있고, 고양이에게 실명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유전 질환인 진행성 망막 위축증의 경우에는 아비시니안과 소말리, 옥시캔 품종이 유전인자를 보유하기도 한다. 혈중에 적혈구가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효소인 피루베이트 키나아제가 부족하여 빈혈이나 간손상을 보이는 피루베이트 키나아제 결핍증은 아비시니안과 뱅갈 품종에서 유전자가 발견되기도 한다.

사실 사람들이 선호하는 특정 외모나 성격을 가지는 품종묘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안타깝게 도태되거나 안락사 당하는 친구들도 생기고, 이를 분양하는 일부 사람들에게 품종묘는 상품으로만 생각되어 좋지 않은 환경에서 임신과 분만만 반복하게 되는 친구들도 있다. 눈앞에 보이는 그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 뒤에, 고통받는 친구들이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치고 펫샵을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천사처럼 자고 있는 모습이나 그 안에서 놀아달라고 앞발을 우리를 향해 벌리고 뒷발로 콩콩 뛰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집으로 데려오고 싶어진다. 하지만 생각해야 할 일.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예쁘게 단장된 품종묘를 안고 있는 모습이나 평화롭게 교감하고 있는 모습에 '나도 키우고 싶다'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입양해서는 안 된다. 모 연예인처럼 집은 장모종의 털로 뒤덮일 수도 있고 외출할 때는 반드시 옷에 붙은 털을 제거하고 다녀야 한다. 개와 달리 화장실을 잘 가린다고는 하지만 아침저녁으로 화장실 안에 있는 배설물을 치워줘야하고, 때에 맞춰 모래를 통째로 교체해야 한다. 얌전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과 달리 높은 곳에 잘 뛰어오르고, 충분히 놀아주지 않는 경우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최소 10년에서 길게는 15년, 20년까지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야 할 준비가 되었는지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또한 앞에 이야기한 여러 유전병을 자주 보이는 품종묘의 경우 어린 연령에 다리를 절뚝거린다거나, 숨을 헐떡거리고, 갑작스럽게 시력을 잃기도 하고, 빈혈로 생명이 위험해지기도 하는 등 여러 질환을 앓을 수 있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든 품종묘가 아닌 자연 발생묘들도 나이가 듦에 따라 여러 질병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생명에 대한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 있나도 생각해야 한다.

어느 품종이건 고양이는 다 사랑스럽고, 바라보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그리고 어느 품종이건 아프기도 하고 일찍 우리 품을 떠날수 있다. 혹시 품종묘만 보고 있는가? 여러가지 고민을 했지만 “그래도 품종묘야!”, “그래도 고양이야!” 생각되신다면, 집으로 들이길 바란다. 어느날 문득 우리 주변에, 우리와 함께 한동네에 살고 있는 다른 고양이들도 눈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



목록

SPECIAL

image 데이팅 앱

최신댓글